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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항산화보충제 믿지 마세요

2013. 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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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권의 건강강좌

2011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고, 2위는 뇌혈관질환, 3위는 심장질환이다. 암과 혈관질환이나 노화의 원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물질로 활성산소종이 최근 몇 십년 전부터 지목돼 활발히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활성산소종이란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높은 산소를 포함하고 있는 분자를 말한다.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 세포는 산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데,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종이 일부 생긴다. 이 활성산소종은 흡연, 자외선, 공해, 방사선, 음식 등 다양한 원인으로 급격하게 많아질 수 있다. 이런 활성산소종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생기자마자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 세포를 만들고,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동맥경화를 유도해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활성산소종을 억제하거나 제거함으로써 암이나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막아줄 수 있는 물질을 보통 항산화제라고 한다. 이는 과일과 채소 등에 많이 들어 있는데 대표적으로 비타민 시(C)와 이(E), 베타카로틴, 이소플라본, 카테킨, 레스베라트롤, 셀레늄이다. 최근 수십년 동안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일관되게 이런 항산화제와 비타민을 포함한 각종 영양물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적게 먹는 사람들보다 암이나 심혈관질환 발생이 20~30% 낮았다.

그런데 과일과 채소가 아닌 합성비타민이나 항산화보충제를, 한쪽 사람들은 진짜로 복용하게 하고 다른 쪽 사람들은 가짜약을 먹게 한 뒤 암이나 심혈관질환이 많은지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우선 2003년까지 미국의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에서는 종합비타민이나 항산화보충제가 암이나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위해 권장하거나 권장을 반대할 만한 충분한 연구결과가 없는 것으로 밝혔다. 하지만 베타카로틴 보충제의 경우 핀란드와 미국에서 수만명의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폐암의 발생을 높이기 때문에 복용을 권하지 않고 있다.

2007년 미국의학협회지에는 47편의 수준 높은 임상시험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비타민 및 항산화보충제를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오히려 5%가 높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실렸다. 필자 역시 50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비타민 및 항산화보충제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없음을 최근 영국의학저널에 발표했다.

정리하면 2007년 이후 발표된 종합분석 연구 결과로는 비타민이나 항산화보충제는 암이나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20% 이상이 비타민이나 항산화보충제를 먹고 있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의약품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으로 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당국은 하루빨리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과일과 채소 등 천연식품을 통해 비타민이나 항산화제 등의 영양성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된 규칙적인 운동이나 골고루 먹는 습관 등 올바른 생활습관 개선이 더 중요하다.

명승권.JPG 명승권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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