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된 일인지 2012년은 방송출연이 잦은 해였다.

 

육아하는 아빠로 토크배틀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기소개 빼고는 단 한번도 토크에 끼어들지 못한 적이 있었고 

개인 블로그에 마늘요리를 연속으로 올려 요리 프로에서 섭외가 들어온 적도 있었다.

이번 방송섭외는 어떻게 이뤄지게 되었을까?

아마 베이비트리의 생생육아 내용이 원인이지 싶다.

살림하는 아빠들을 찾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육아에 집중하는 아빠를 찾고 있다고..

 

작가와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주로 요리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

그러려니 하고 지금까지 방송에 소개된 분들과 내용들을 살펴보는데

내눈에는 어쩜 이렇게 비슷한 패턴으로 소개가 되었는지.

진상 출연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더라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작가에게 늦은 밤 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한시간 정도 이어진 통화.

방송에도 룰이 있고 짜여진 극본이 있겠지만 나는 적어도 리얼 99% 뽀뇨네가 살아가는 내용을 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10분이 넘는 아침 프로그램 내용으로 주부들에게 정보성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는 작가의 설득에

"요리"에 대한 내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 다소 작의적인 종이박스만들기또한 포함되었다.

 

촬영당일, 이틀의 빡빡한 일정과 스케줄을 가지고 나타난 PD.

오전부터 음식만들기에 들어갔다.

후라이팬에서 알리오올리오를 만드는 사이 오븐에서는 또르띠아로 피자를 만들었다.

평소 피자는 자주 만들어 먹기는 하는데 알리오올리오는 딱 두 번째로 만들어 봤다.

 

정신없이 후라이팬으로 스파게티를 익히는데 오븐을 촬영하던 PD,

 

 "아버님, 피자가 타는데요"

 

'헐' 맛있게 만들려고 또르띠아에 마늘잼을 발랐더니 겉부분이 타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만들지뭐 하고 알리오올리오 스파게티를 한 젓가락 떼서 맛을 보는 순간,

 

 "풋"

 

하고 음식물이 튀어나왔다.

 

"아버님, 왜 그러신가요"

 

하며 카메라를 대고 PD가 물어보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요"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순간 정적.

 "무슨 요리프로도 아니고" 불만을 털어놓으며 다음날까지 마늘잼에 마늘고등어구이에 별에별 요리를 다 만들게 되었다.

그동안 다져진 요리 실력은 없지만 이것저것 편하게 만들어 보다보니 어렵지 않게 촬영할 수 있었다.

 

이번엔 내가 일하고 있는 마을 과수원 촬영.

하우스 일로 바쁜 이사님께 부탁하여 감귤농장을 찾았는데 마침 조금씩 눈이 내린다.

더 내리면 촬영자체가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에 얼른 뽀뇨와 아빠, 이사님이 포즈를 취하며 감귤따기에 들어갔다.

예정엔 뽀뇨가 감귤을 손으로 따는 것으로 하려했는데 이사님의 현장교육으로 즉석에서 가위로 감귤따기 대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알려준데로 척척 해내는 것으로 보니

지난 마늘작업 방송할 때 뽀뇨의 제스쳐가 우연이 아니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카메라앞에서 대사도, 포즈도 척척 잘 해내는 뽀뇨. 대견하고 또 기특하다.

 

저녁이 되어 집에 들어오고 나니 동화책 읽어주기가 스케줄에 남았다.

하루종일 촬영신경을 쓰느라 몸이 힘들어 내일 찍자고 했는데

결국 종이집만들기까지 촬영하기로 합의.

리얼 99%인지라 '무슨 종이집'이냐며 안하겠다고 했지만 종이집만들기가 나름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홍보도 될수 있을듯해서 만들어보았다.

종이박스 뒤편 널빤지에 그림을 그리고 박스로 붙여서 만든 종이집.

신기하게도 뽀뇨는 너무나 좋아하였다.

귀찮아서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하지 못한 아빠가 미안할 따름이다.

 

이튿날, 아내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아내인지라 거절할줄 알았더니 남편자랑을 술술. 좀 더 아내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질문을 여러번, 다른 장소와 시간에 반복하여 물어보는 PD.

 

"제주에 와서 행복하신가요?",

 

"동화책을 왜 읽어주는 건가요?"

 

등등의 질문을 받게 되었는데 동일한 대답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내가 제주로 이주해온 지난 3년동안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사람 사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데 세 살 딸아이에게 동화책 한번 제대로 읽어주지 못하는 아빠의 삶이라면 어떠할까?

과연 서울에 살았다면 이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선물할 수 있었을까?

 

28일 방송이 나가고 '잘보았다'는 몇 통의 메시지와 전화를 받았다. 다소 떳드미지근한 엄마와 장모님의 반응.

아마 주위에 알리진 못하였을테고 가까운 가족들은 다 보았을터. 

베이비트리와 개인 블로그 독자들 중에도 이 방송을 본 분이 있지 않을까?

 

감사드리며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아내의 인터뷰, 뒤로 새로 만든 종이집으로 뽀뇨가 기어들어가고 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kbs2 <굿모닝 대한민국> 12월 28일자에 소개된 뽀뇨네 이야기를 보실수 있어요.

아내의 인터뷰.jpg

 

<뽀뇨가 카메라앞에서 귤을 땁니다. 연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합니다 ㅋㅋ>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작년 여름 뽀뇨의 마늘작업이 소개된 kbs취재파일4321을 보실수 있어요.

감귤따는 소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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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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