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현미도우에 두유치즈를 얹은 크리스마스 피자

이현주 2012. 12. 27
조회수 10954 추천수 0

68690_506723199358801_756035398_n.jpg » 마트에서 산 이천원 짜리 리스를 유리전등갓에 둘렀더니 제법 크리스마스 상차림이 되었다.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다. 정확히 말하면 치즈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다시 한약학과 공부를 했던 나는 몇 가지 밑반찬 외에는 별로 할 줄도 몰랐고 정성껏 요리할 시간도 없었다. 아마 경제적으로 보다 넉넉했다면 매일 외식을 했을 지도 모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빠듯한 살림에 학비걱정을 하던 때라, 한 달에 한번 아이를 위해 선물을 하듯 큰 피자 한판을 사서 맛있게 먹는 것이 이벤트가 되었었다. 그날만큼은 나도 주방으로부터 자유로웠고, 함께 좋아하는 게임을 하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즐거웠다. 그래서 피자는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시절 오붓한 가족끼리의 파티처럼 정겨운 음식이었다.

 

아이가 중학교 들어갈 무렵부터 나는 완전채식을 시작했고 집에서는 고기, 생선은 물론 계란과 우유가 들어간 요리는 하지 않았다. 먹고 싶은 사람이 사다가 먹거나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엄마가 요리하지 않는 음식을 집에서 먹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장 좋아하던 피자도 먹을 일이 사라져버렸다. 어쩌다 생일날이나 특별한 날 아이의 소원은 피자를 먹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피자가 그리웠다. 아니 어쩌면 그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잠시나마 일로부터 공부로부터 해방되어, 즐겁게 웃고 떠들며 부담없이 시간을 보냈던 추억이 그리운 지도 모르겠다.

 

추억을 떠올리기 좋은 연말,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직접 피자를 구워보기로 했다 우유나 계란, 밀가루의 글루텐 등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도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채식베이킹이 유행하는 덕분에 두유로 만든 치즈나 현미로 만든 도우를 만들어볼 생각이 난 것이다. 애시당초, 곰팡내가 제대로 나는 치즈를 좋아하는 아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채식 피자 한 쪽을 베어 문 아들의 반응은 명쾌했다.

맛있다! ”

 

[기린의 채식레시피] 

크리스마스 채식피자  


 

1. 도우 만들기

평소 베이킹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다정통 피자도우 만드는 법은 아니지만간단하고 영양많고 맛있는 방법이다

 

재료 우리밀 통밀가루 (바삭한 걸 좋아해서 넣었는데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현미가루오곡미숫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 , 설탕(유기농원당)검은깨 오일 조금 (견과류가루 섞어도 좋음), 두유 (없으면 따뜻한 물)

 

<반죽하기>

(1) 통밀가루와 현미가루오곡미숫가루를 각 등분하고베이킹파우더는 티스푼으로 하나 정도 섞는다.

(2) 체로 쳐서 고루 섞은 후 따뜻한 물을 부어 반죽을 한다반죽을 오래하고 많이 치댈수록 맛이 좋고 고소해진다.

(3) 소금약간의 설탕검은깨오일은 식성에 따라 넣거나 뺀다견과류 가루를 섞으면 더 고소하다.

 

<발효시키기>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어 랩에 씌운 후 30분 정도 발효시킨다오븐의 발효기능을 이용해도 좋지만 나는 따뜻한 전기장판 속에 묻어 두었다.

 

2. 소스 만들기

 

이것도 정통적인 피자소스 만드는 방법은 아니고나만의 간단하고 맛있는 방법이다

 

(1) 마늘을 편으로 썰어 후라이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2) 여기에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부어 20분 이상 마늘향이 우러나도록 한다.

(3) 양파토마토를 잘게 썰어 넣고고춧가루바질가루월계수잎통후추생강을 넣은 후 은근한 불로 토마토가 퍼질 때까지 졸인다. (고추가루를 미리 마늘과 함께 볶아도 좋고고추씨 기름이나 핫소스를 넣어도 된다나는 그냥 편하게 고춧가루를 넣어 매운맛을 낸다)

(4) 반죽이 발효될 즈음 소스도 거의 익으면 소금간을 한다.

 

3. 두유치즈 만들기

 

인도에서 우유를 이용한 빠니르‘ 치즈를 만드는 방식을 응용해봤다두유를 직접 만들어 치즈를 만들면 더욱 고소한데시중 두유들은 달고 짠 맛이 제각각이라 만들 때마다 맛과 품질이 틀려진다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1) 두유 500ml를 냄비에 붓고 은근한 불로 데운다.

(2) 소금식초레몬즙(레몬을 직접 짜 넣으면 더욱 맛이 신선하다)을 넣으며 서서히 저어준다.

(3) 거품이 일어나면서 몽글몽글해지면 불을 끈 후 식힌다.

(4) 에 면거어즈를 깐 후그 위에 끓인 두유를 붓는다.

(5) 액체는 체 아래로 걸러지고부드럽게 응결되는 상태가 남는데이것을 치즈로 이용한다.

맛은 우유치즈와는 다르지만 고소하다.

 

4. 토핑하고 오븐에 앉히기

 

오븐은 예열을 해두었다가 200도에서 20분간 오븐 상단에서 굽는 것이 좋다오븐이 없으면 후라이팬에서 구워도 된다.

 

(1) 도우반죽을 밀대로 밀어 둥그렇게 편 다음 가장자리 부분을 살짝 말아 준다

(2) 나는 이 때 고구마 삶은 것을 으깨어 두유마요네즈로 버무려 크러스트 피자로 만들었다.

(3) 고구마가 들어간 곳을 말아 모양을 잡으면 전체적으로 동그랗게 모양을 낼 수 있다이때 포크로 적당히 구획을 나눠 자국을 내면 더 좋다

(4) 도우 바닥에 포크로 구멍을 낸 후그 위헤 소스를 얹어준다

(5) 그 위에 두유치즈를 얹고 블랙올리브방울 토마토파프리카버섯, 감자 등을 토핑한다. 



채식인이 된 후 많은 것들이 불편했다. 특히 가족들에게는 더욱 미안해지는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다른 생명에게 고통을 가하지 않고도 내가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 잘한 선택이다. 누구에게나 그 음식을 떠올리면 저절로 행복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추억의 음식이 있다. 추억의 음식을 현재에도 여전히 자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때로는 그 음식이 별로 건강한 먹거리가 아니거나, 재료를 구할 수 없거나 옛 맛을 흉내낼 수 없어서, 기억 속에만 묻혀있는 경우도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이런 추억의 음식을 자신의 기억 속에서 꺼집어내어 한번 요리해 보면 어떨까? 나는 이제부터 두유치즈를 얹은 현미도우 피자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아들이 나중에 결혼을 하고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손자에게 따뜻한 피자를 구워줄 것을 생각하고 있노라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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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비폭력적인 삶을 살고 싶어 채식인이 되었고, 보신을 위해 사육당하는 동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순식물성 한약재로만 처방하는 한방채식 기린한약국을 열었다. ​식물들이 지닌 치유의 힘을 음식과 한약처방을 통해 활용하고, 체질에 맞는 섭생법과 오감테라피 셀프힐링법을 안내하는 오감테라피 기린학교를 열어 글, 모임, 강좌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저서로는 '휴휴선', '오감테라피', '기린과 함께하는 한방채식여행', '맛있는 채식 행복한 레시피'가 있다.
이메일 : girinherb@naver.com       페이스북 : girinherb      
블로그 : http://blog.naver.com/girin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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