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마음의 필수 비타민’ 책 먹고 꿈이 주렁주렁

2011. 10. 04
조회수 8874 추천수 0

고양 ‘느티나무’ 독서교실 
주부 10명이 씨앗 뿌려 
도서관엔 책이 무려 7천 권 

철학 문학 등 관심 따라 
여러 모임 가지 쭉쭉 
1~2주에 한번씩 만나 
읽고 토론하고 생각 나눠 
“그게…저…음” 그랬던 게 

“그 문제는요” 똑소리 나고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또렷해져 희망 여물어 
작품 해석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의 주장에 귀 열어 
생각의 깊이 쑥쑥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또렷해져 희망 여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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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시 행신동의 ‘재미있는 느티나무’는 아이들이 독서로 꿈을 키우는 공간이다.
청소년 독서교실에 참여하는 이승택, 이영민, 김도연, 박지원, 김지원 학생(오른쪽부터)이 느티나무에 모였다.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에 위치한 마을 도서관 ‘재미있는 느티나무’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소중한 꿈을 독서를 통해 가꾸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뭐든지
‘청소년 철학교실-고등학생반’에 함께 나오는 김도연(화정고 2), 박지원(화수고 2), ‘청소년 문학교실’에서 문학토론을 하는 이승택(서울예고 작곡과 1), 영민(가람중 2) 남매, 그리고 최근 ‘청소년 철학교실-중학생반’에 합류한 김지원(가람중 2)이 그들입니다.
이런 다양한 독서교실을 열고 있는 ‘재미있는 느티나무’는 행신동에서 오랫동안 ‘공동육아’로 아이를 키웠던 10명의 주부들이 2년 전 만든 ‘가족 도서관’이자 ‘스스로 문화센터’입니다. 누구나 회원등록만 하면 무료로 7천여 권의 도서관 장서를 빌려갈 수 있고, 또 몇 사람만 마음이 맞으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술도 있고 강연도 있지만, 역시 가장 인기있는 문화 프로그램은 독서교실입니다. ‘느티나무’에는 현재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고등학생까지 3~5인으로 구성된 십여 개의 독서교실이 가지처럼 뻗어 있습니다.

2년 전 10명의 어머니들이 “입시학원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꿈꾸며 도서관 건물 임대료와 운영비를 공동출자해 만든 ‘느티나무’가 이제 ‘입시지옥’이라는 땡볕에서 아이들을 가려줄 만큼 뿌리를 내린 셈입니다. 아이들은 1~2주에 한 번씩 만나 토론을 하면서 ‘꿈’이라는 열매를 그 가지에 달아가고 있는 중이구요.
‘청소년 철학교실’은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 궁금증들을 독서와 토론을 통해 풀어나가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해나가는 장입니다. 성교육 전문강사이자 느티나무 설립회원인 김정선 선생님이 지도하는 철학교실은 지금까지 사형제도, 안락사, 양성평등 등 묵직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특히 토론 시간에 누군가 안락사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것이 6개월 동안 지속된 거대한 독서목록으로 이어졌습니다. 김 선생님과 도연이, 지원이 등이 함께 만든 커리큘럼에는 토머스 무어, 토머스 홉스, 장 자크 루소, 체 게바라까지 다양한 철학자·활동가들이 빼곡이 이름을 내밀고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 문 독서목록
도연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주장’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 이전에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그냥 흘려듣고 말았는데, 이제 “그 문제는 이렇다”고 정리하는 힘을 갖게 됐다는 것입니다. 지원이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을 정리해보고 장래 희망도 확실하게 다듬었습니다.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과 만나 함께 일할 수 있는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지원이의 꿈입니다. 지원이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에는 캄보디아에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올 여름방학에는 월드비전에서 주최하는 세계시민학교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청소년 문학교실’은 백화점 등 각종 문화센터 전문강사이자 역시 느티나무 창립회원인 유인숙 선생님과 함께 현재 한국단편소설을 읽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작곡가 지망생 승택이는 문학작품을 읽는 게 좋은 노래를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화 음악과 게임 음악에 관심이 많은 그는 “좋은 작품을 작곡하려면 인간의 정서를 잘 알아야 하는 데 독서를 통해서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고 말합니다. 언어학 교수나 환경활동가를 꿈꾸는 동생 영민이도 독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들을 알아가는 것이 즐겁다고 합니다.

‘내 마음의 풍금’이 될 자리
하지만, 둘은 작품의 해석을 놓고 다투기도 합니다. 몇 주 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은 뒤에는 오빠 승택이와 동생 영민이는 부인의 죽음을 놓고 주인공인 남편의 책임이 더 큰지, 사회의 책임이 더 큰지를 놓고 깊게 토론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상대방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생각의 깊이를 조금 더 키운 것 같다고 합니다.
지난달 ‘청소년 철학교실-중학생반’에 합류한 지원이의 경우도 독서와 토론을 한 뒤 글쓰기를 하면 가슴속에 흐릿하게 갖고 있던 어떤 ‘생각 덩어리’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합니다. 지원이도 곧 언니들처럼 ‘자기 목소리’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어떤 ‘징후’인 것 같습니다.
책이 있고, 친구가 있고, 어머니 같은 선생님이 있는 곳, ‘느티나무’에서는 오늘도 독서를 통해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http://cafe.daum.net/funnytree (031)972-5444.

글·사진=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한겨레  20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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