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에 사랑을 싣고!

가족 조회수 8327 추천수 0 2012.12.13 23:06:37

첫 눈이 내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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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고는 거실 창에서 노는데, 사락 눈이 내렸다. 옷 입고 나가자 마자 저 아랫논에 얼음 구하러 갔다가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버린 준이다. 한 손에는 지푸라기, 얼음 한 조각 수확이 크다. 얼마나 신이 났을까 옷이 젖은 것 보다 저 손에 든 얼음을 구하느라 논에 빠진 재미난 이야기를 털어놓는 아이다. 아이의 얼굴보며 행복함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벌벌 떠는 아이를 다독여 혹여 한기 들까 부지런히 갈아 입혔다. 엄마 추워요!하며 연신 웃은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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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장관이였다. 펑펑 내리는 눈을 맞는 그 기분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오전에 현, 준이와 시금치와 근대 해다가 이유식도 만들고 나물도 해 먹자고 했었는데 불이나게 달려가 한 바구니했다. 얼음이 언 땅에 싱싱하게 버티고 있는 시금치와 근대는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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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맞고 실컷 놀더니 현이는 이번 주 배운 곡 연습했다. 참 낭만적인 아이다. 저 형 곁에서 어떻게 연주하는지를 눈썰미있게 보는 준이다. 지난 2일 서울 역사 박물관에서 플룻 공연을 했었다. 그 곳에서 피아니스트의 손을 열심히 보던 아이기도 하다.

 

 

점심 먹고 낮잠 한 숨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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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간식이다. 8개월 성민이를 위해 첨가물이 없는 유산균만으로 플레인 요거트를 만들었다. 시큼한 맛 그리고 담백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성민이는 요거트 한 입 먹고 소스라치기까지 했다. 그런데 저 두 형들은 매일 동생 덕분에 시큼한 요거트 사랑에 빠졌다.

 

 

 

한 숨 자고. 저녁 먹고 또 눈 내린다. 하지만 그이는 아직 근무 중이다. 결단력을 발휘할때이니. 눈 즐기러 밖으로 가자! 낮잠자고 깨서는 눈사람 만들러 가자고 애미를 열심히 설득한 덕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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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들은 팀웤 발휘한다. 눈이 내리니 눈을 치워주는 트렉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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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본 찰리와 롤라 중, 무당벌레가 벌렁 뒤집혀 발버둥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는 아이의 말이다. 그리 따라 하며 깔깔깔 웃는 현이다. 얀 눈이 내리는 밤, 아이들은 땀과 눈 범벅으로 추억을 만들었다. 곱게 늙어가는 노년에 꼽씹을 추억 하나 또 늘었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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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엔 블럭이 없으니 이리 논단다.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놀이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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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몸을 녹이러고 유자차 한 잔 내어 놓았다. 박장대소하는 아이다. 난 꽤나 유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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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퇴근한 아빠에게 자랑한다. 아침에 만든 자동차 바퀴다. 성민이 수유하는 동안 서재를 뒤져 잘도 만들었다.

이틀째 눈 내린다.

 

겨울 해라도 눈은 이길 수 없으니. 눈이 녹아 지붕에서 뚝뚝 물이 떨어진다. 여섯살 현이는 눈이 녹아 질척해서 놀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열심히 색종이 붙이기 하며 오전 내내 시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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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설거지도 하지 않은 채 낮잠 잤다. 그이가 늦게 퇴근한다는 전화 한 통....설거지가 산더미 같다. 어쩔까. 순간 고민했다. 설거지 해서 저녁 차리기에 변수가 너무 많다. 일단 8개월 성민이가 가장 힘들어하니. 있는 그릇 꺼내 일단 저녁 먹기로 결단을 내렸다. 오전 내내 눈이 녹아 집 안에서 재미나게 놀았지만 다시 눈이 내리니. 우린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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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성민이는 또 애미 등에 업혔다. (민: 난 찍지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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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가 출근하면서 창고서 썰매 꺼내 두었다. 그이 회사 상사분이 우리집을 간간히 오가며 현, 준이 노는 모습을 마음에 담아 가신 모양이였다. 스웨던 유학시절 아이를 태우고 다녔던 귀한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꼭 주고 싶다며 올 초에 전해 주었다. 추억이 담긴 귀한 것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챙겨주시니  참 고마우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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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아이라 정말 신나게들 논다. 거의 모든 빨래를 손수 해야만했다. 손 세탁이라 표기를 나는 똑똑하게 읽으니 내 몸이 고생한다. 준이는 낮잠 자면서 연이틀 양모이불 두 채를 소변 실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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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눈 내린다. 사흘째다.

아침 만찬이다. 잘 놀려면 잘 먹어야한다! 찰 수수 넣은 현미밥, 매생이전, 우리 밭에서 해 온 시금치로 무친 나물, 몇 포기 안 되는 손수 담근 김장 김치, 연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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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먹으면서 썰매 타고 싶다는 말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긴급 회의 열었다. 눈이라 금방 녹아  옷이 젖으니 저 놀고 싶은 만큼 놀 수 없다는 불편함을 호소하였다. 어찌하면 좋을지 아침 먹는 내내 고민했다.

마침 성민이 기저귀를 내는데 비닐을 활용하는게 괜찮을듯해서 부츠 밖으로 덧대었다. 거기다 이년째 입는 낡은 비옷까지 하나 걸쳤다. 안성맞춤이랄까. 두어시간 노는데 끄덕없었다.

이틀째 주야로 썰매 몰이했다. 신이 나서 아픈줄 모르고 썰매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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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이 젖 먹이느라 방으로 들어간 사이에 현이가 고드름을 발견했다. 엄마! 엄마 고래 고래 불렀다. 얼마나 신기했으면 그리 불렀을까. 놀래 달려가 보았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엄마는 눈 밭에서 노래 한 곳 했다. 덩달아 신이 난 현, 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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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썰매 타고 달게 한 숨 자고는 서재로 달려가는 준이다. 그림 역시 열심히도 그리는 아이다. 집 안으로 밖으로 바지런히도 다니니 얼마나 건강할까. 네 살 준이는 저 필요한 붓, 물감, 파렛트, 물통까지 챙겨 오는 가하면, 뒷 정리도 나름한다. 그러니 이 애미는 말릴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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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가 잠 든 저녁이다. 매일 늦는 그이에게 종일 지낸 이야기를 시시콜콜 보고한다. 어쩜 시시콜콜한 이야기지만 온 종일 며칠씩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을 그나마 채울 수 있다는 그이의 말이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읽어주기도 하고, 아빠로서 그 자리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그이는 준이가 며칠전부터 부탁한 호박 긁고, 애미는 성민이 이유식 쑤고. 온 식구가 재미나게 바쁘게 살고 있으니.

 

 

나흘. 그이가 쉬는 토요일이다.

이번엔 그이 차례다. 두 아이도 아빠가 끌어주는 썰매 타고 싶다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야호!

역시 아빠는 아빠다. 그이는 창고에서 언제 사다 두었는지 쓰임새 있게 줄을 찾아 왔다. 긴 줄을 썰매에 매어 두 아이를 한꺼번에 끌어주었다. 두 아이의 입이 귀에 걸렸다. 덩달아 그이도 나도 신이나 우리 집 마당이며 온 동네를 웃음 소리로 시끌벅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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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이런 낭만 하나 보너스다. 엄마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내어주세요! 그럼 보너스 둘 군고구마도 기꺼이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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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 본 북극에 눈물에서 이누이트 족이 개 썰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아보고 싶다는 아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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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점심 준비하는 동안, 뚝딱 무엇을 만들어 환하게 웃는 현이다. 아마도 별나라 태생임이 분명하다. 저 키우는 강아지 인형(작년 그이 회사에서 주최한 아름다운 가게에서 구입 한 강아지 인형이다. 무척이나 아끼고 아끼는 인형이라 자기 전에는 이불도 덮어주고 젖도 먹이기도 하며 논다.)이다. 저 차고 다니는 손목 시계를 강아지 목걸이로 걸어주고,(서울 역사 박물관에서 하는 동화야 놀자에서 들은 아빠의 구두 가게라는 제목의 동화에서 처럼 구두 모양 종이를 선물 받아왔었다. )강아지 구두도 만들어 꾸며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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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처럼 저 키우는 강아지가 예뻐서 저 사진에 담는다는 아이의 말이다.

 

 

오전 내내 놀고 늦은 점심 먹었다.

겨울에 먹는 메밀묵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어릴적 엄마가 커다란 가마솥에 쑤었던 메밀묵 맛을 나는 잘 기억한다. 아직 내공이 부족하니 생협 손을 빌려 메밀묵 맛을 보는 아이들이지만 진정한 음식의 맛을 아리라. 우리 밭에서 딴 늙은 호박을 어제 밤에 그이가 열심히 긁었다. 색이 어찌나 고운지 모른다. 오분미를 방앗간에 가서 빻아 냉동실에 둔 것을 내어 조물 조물 버무려 노릇 노릇 구웠다. 그리고 시원한 야콘도 한 덩어리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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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식구는 따뜻한 방으로 들어가 낮잠 달게 잤다. 얼마나 잤으면 벌써 저녁이다. 맛있게 점심을 먹었지만 배가 고파 저녁부터 찾는 아이들이였다. 전날 찐 빠알간 비트도 달달하니 맛나고, 아이들이 키운 무로 담근 무 김치도 달고, 또 현, 준이가 좋아하는 고들배기 김치도 적당히 간이 되어 맛났다. 기꺼이 냉동실에 둔 파래김도 두꺼운 스텐레스 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 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현이는 두 그릇을 뚝딱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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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놀고 밤에는 글 공부하니 그야말로 주경야독이다. 그 옛날 내가 손수 만든 모래 문자판이다. 사포에 고운 색을 입혀 글자 모양대로 잘라 만든 나무판이다. 이제 빛을 발하게 되었다. 요즘 글공부에 재미가 들어 저 스스로 애미에게 가르쳐 달란다. 그래서 그이가 있는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세 아이와 함께 지내니 이런 웃지 못할일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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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과 밖으로, 자연과 하나되어 신나게 뛰어놀기도, 아름다운 음악도 즐기는 아이들이다. 자라는 과정 과정이 이쁘니 훗날 무엇이 될까는 아이 스스로 찾아가리라. 다만 부모됨을 우리 부부의 철학대로 열심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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