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꼬마둥이에게 공격성이 싹트는 이유 (1)

이정희 2012. 11. 14
조회수 10971 추천수 0

단풍놀이.jpg » 한겨레 자료사진

 

아이가 민망한 짓을 자주 합니다. 두 돌이 지났는데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잘 놀다가, 갑자기 귀를 비틀고 머리카락까지 잡아당기며, 어느 때는 친구들과 놀다가 친구를 밀치기도 합니다. 말은 못해도 말귀는 잘 알아듣기 때문에 타이르고, 가끔은 단호하게 혼내주어도 막무가내입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어버린 학생 폭력과 연결하여, 유아기에 보이는 사소한 공격성이 청소년기의 행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지, 또는 어린 자녀가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어떻게 가르치며, 다스려야 하는지 양육자의 입장에서 답답해합니다. 흔히 교육자나 심리학자들은 지금 아이들이 20~30년 전 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라고 말합니다. 현대 아이들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순수해 보이는 아이의 내면에 왜 갑자기 공격성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사람이 공격()을 밖으로 나타나는 것은, 본래 자신 안에 정체되어있는 `그 어떤 것'을 쏟아내는 것입니다. 공격(攻擊)은 한자 표기에서 보여주듯이 대부분 신체의 일부인 손을 사용합니다. , 상대방을 손으로 잡아서 거칠게 만나는 것입니다. 자신을 이렇게 표현하여 상대를 향해 나아가고 다가서며, 동시에 자신을 만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표현이 있듯이, 자신은 어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정당방어'를 하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이 입장에서 무엇인가 침해당하고 있다는 징표를 몸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이런 공격적인 행위는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하거나, 또는 넘쳐나는 과잉 상태를 나타내기 위한 몸짓에 해당됩니다. 특히 아이의 내면에 만들어지는 부조화가 아이를 공격적으로 이끌 수 있으므로, 아이를 잘 관찰해 보아야 합니다.

 

성장단계에 따라 공격()의 양태와 강도가 다르지만,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공격적 태도를 자주 보이는 것은 가정의 양육과 현장의 보육/교육차원에서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접근해야합니다. 어린 아이가 놀다가 갑자기 상대를 할퀴거나 밀치면, 흔히 우리는 당장의 조치로써 그 상황을 저지시키며 사태수습을 합니다. 이 같은 사소한 일이 여러 번 일어날 때, 아이의 공격성은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반복을 통해 그 뿌리가 더 깊어지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청소년들이 보이는 폭력의 원인을 찾기 위해 우리는 교육제도의 모순 등 다양한 분석을 하고 있지만, 청소년기의 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유아기와 아동기에 보이는 작은 공격성이라도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영유아의 공격 문제를 접근하려면, 아이의 본질을 파악하며 사회-환경적 요소를 둘러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몸을 움직여 세상을 체험하는 존재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활동은 의지의 표현이지만, 영유아기의 의지는 아직 조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대부분 즉각적으로 발산됩니다. , 자아의 힘이 아직 의지력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예로써 만2살 미만의 아이가 또래의 장난감을 뺏으려고 갑자기 달려들기, 다른 아이 꼬집기, 밀치기 등 공격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직 말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도 순간적으로 그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서, 상대에게 원하는 바를 몸짓으로 직접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절되지 않은 의지가 그런 행동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에게 설명하고 타이릅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되풀이 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다짐받으려고 합니다. 시기의 아이들에게 그런 시도는 교육적으로 무의미합니다.

 

말을 구사할 수 있는 만3-5세의 아이들 역시 서로 잘 놀다가 한 아이가 공격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유아현장의 놀이는 싸움 장면으로 급변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공격적 태도나 행동에 대하여 선생님이 나무라면, 흔히 이렇게 반응합니다: “모르고 그랬어요! 내가 안 그랬어요!” 이처럼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올바른 의식을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행동이 그렇게 거칠게, 저절로 나온 것입니다. 유아기는 대근육 발달을 위해 아이가 몸을 많이 움직여 의지력을 키우며, 소근육 발달을 위해 다양한 놀이 활동을 이루어서 크고 작은 욕구들을 발산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요즘 아이들이 공격성을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환경적 요소가 크게 작용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아이들이 신체를 움직이며 직접 활동하는 기회가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미 어려서부터 아이는 활동 대신에, 미디어 매체들을 긴 시간 다양하게 만납니다. 영유아는 프로그램 앞에 앉아서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그림들을 바라볼 뿐입니다. 이런 경우 아이는 수동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어서, 스스로 움직이는 활동이 억눌리게 됩니다. 더욱이 감각을 통한 지각 활동이 흡족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므로 아이의 행동은 거칠고 서로 어울려 노는 것이 서툴게 됩니다.

 

 

Q. 16개월짜리 남아입니다. 할머니가 안아주면 언제나 코를 꼬집고 비틀며, 얼굴을 치기도 합니다. 못하게 하면 더 대듭니다. 아이의 거친 행동을 바로 잡을 방법이 없을까요?

 

A. 어린 아이들은 상대가 웃어주고 친밀하게 대해 주면, 상호작용을 위해 자신도 좋다는 표시로 얼굴을 만지려고 합니다. 보통 사람을 마주할 때 시선이 맨 먼저 와 닿는 곳은, 안면 중에서 코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코를 잡아보려는 것입니다. 아이는 모든 대상물을 알기 위해 직접 만져봅니다. 또는 더 탐색하려면, 입으로 가져갑니다.

아이가 어른의 귀를 잡아당기면, 어른은 아이의 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아이~ 귀 아파!”라고 말해 주세요. 여러 차례 쓰다듬어 주면, 자기도 상대방의 귀를 쓰다듬어줍니다. 이때 다른 설명은 불필요합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최신글




  • 소통과 협력의 육아법소통과 협력의 육아법

    이정희 | 2016. 08. 31

    "설레며 기다렸던 외출을 한순간 포기해야 했던 무기력한 날들, 이제 노산맘의 추억으로 아련히 올라오네요! 첫 돌 지난 내 아이에게 배신당한 것 같던 그때 그 느낌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요. 평소 같으면 오전 내내 잠을 푹푹 자는 순둥이가...

  • 육아의 황금 원칙, '함께하기'와 '홀로서기'육아의 황금 원칙, '함께하기'와 '홀로서기'

    이정희 | 2016. 07. 18

    "가을이면 세 돌을 맞이하는 늦둥이 딸은 육아의 '황금 원칙'을 적용한 성공 사례였어요. 첫 아들은 시어머님이, 연년생 둘째 아들은 친정엄마가 능숙한 실력으로 키워주셨죠. 여섯살 터울로 40세를 넘어 셋째를 노산한 시점에 더 이상 기댈 ...

  • 알파고가 암시한 공교육의 방향 찾기알파고가 암시한 공교육의 방향 찾기

    이정희 | 2016. 06. 09

    대한민국은 현재 (초)고령 사회로 분류되고, 세계 1위의 저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입니다. 이곳에 태어난 아이들의 존재가 소중한 만큼 사교육비 지출 역시 세계 1위를 차지는 것일까요? 엄마들의 조급증을 이용한 0세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

  • 알파고 그 이후, 내 아이 교육은?알파고 그 이후, 내 아이 교육은?

    이정희 | 2016. 04. 22

    2016년 3월 서울은 세계인이 주목한 역사적 사건의 무대였습니다. 바둑을 알든 모르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는 세기의 대결을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의 맞대결이니 만큼 사람들의 긴장감은 고조되었고, 이 대형 사건은 약간의...

  • 私교육이 死교육 된다私교육이 死교육 된다

    이정희 | 2016. 03. 17

    "우리나라 사교육의 문제는 해마다 거론되지만, 당장 그 해결책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오늘 부모교육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이 문제해결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사교육을 무시하고 그 대열에서 빠지려면, 무엇보다 개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