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마둥이에게 공격성이 싹트는 이유 (1)
» 한겨레 자료사진
“아이가 민망한 짓을 자주 합니다. 두 돌이 지났는데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잘 놀다가, 갑자기 귀를 비틀고 머리카락까지 잡아당기며, 어느 때는 친구들과 놀다가 친구를 밀치기도 합니다. 말은 못해도 말귀는 잘 알아듣기 때문에 타이르고, 가끔은 단호하게 혼내주어도 막무가내입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어버린 학생 폭력과 연결하여, 유아기에 보이는 사소한 공격성이 청소년기의 행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지, 또는 어린 자녀가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어떻게 가르치며, 다스려야 하는지 양육자의 입장에서 답답해합니다. 흔히 교육자나 심리학자들은 지금 아이들이 20~30년 전 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라고 말합니다. 현대 아이들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순수해 보이는 아이의 내면에 왜 갑자기 공격성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사람이 공격(성)을 밖으로 나타나는 것은, 본래 자신 안에 정체되어있는 `그 어떤 것'을 쏟아내는 것입니다. 공격(攻擊)은 한자 표기에서 보여주듯이 대부분 신체의 일부인 손을 사용합니다. 즉, 상대방을 손으로 잡아서 거칠게 만나는 것입니다. 자신을 이렇게 표현하여 상대를 향해 나아가고 다가서며, 동시에 자신을 만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표현이 있듯이, 자신은 어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정당방어'를 하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이 입장에서 무엇인가 침해당하고 있다는 징표를 몸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이런 공격적인 행위는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하거나, 또는 넘쳐나는 과잉 상태를 나타내기 위한 몸짓에 해당됩니다. 특히 아이의 내면에 만들어지는 부조화가 아이를 공격적으로 이끌 수 있으므로, 아이를 잘 관찰해 보아야 합니다.
성장단계에 따라 공격(성)의 양태와 강도가 다르지만,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공격적 태도를 자주 보이는 것은 가정의 양육과 현장의 보육/교육차원에서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접근해야합니다. 어린 아이가 놀다가 갑자기 상대를 할퀴거나 밀치면, 흔히 우리는 당장의 조치로써 그 상황을 저지시키며 사태수습을 합니다. 이 같은 사소한 일이 여러 번 일어날 때, 아이의 공격성은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반복을 통해 그 뿌리가 더 깊어지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청소년들이 보이는 폭력의 원인을 찾기 위해 우리는 교육제도의 모순 등 다양한 분석을 하고 있지만, 청소년기의 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유아기와 아동기에 보이는 작은 공격성이라도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영유아의 공격 문제를 접근하려면, 아이의 본질을 파악하며 사회-환경적 요소를 둘러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몸을 움직여 세상을 체험하는 존재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활동은 의지의 표현이지만, 영유아기의 의지는 아직 조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대부분 즉각적으로 발산됩니다. 즉, 자아의 힘이 아직 의지력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예로써 만2살 미만의 아이가 또래의 장난감을 뺏으려고 갑자기 달려들기, 다른 아이 꼬집기, 밀치기 등 공격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직 말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도 순간적으로 그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서, 상대에게 원하는 바를 몸짓으로 직접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절되지 않은 의지가 그런 행동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에게 설명하고 타이릅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되풀이 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다짐받으려고 합니다. 시기의 아이들에게 그런 시도는 교육적으로 무의미합니다. 말을 구사할 수 있는 만3-5세의 아이들 역시 서로 잘 놀다가 한 아이가 공격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유아현장의 놀이는 싸움 장면으로 급변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공격적 태도나 행동에 대하여 선생님이 나무라면, 흔히 이렇게 반응합니다: “모르고 그랬어요! 내가 안 그랬어요!” 이처럼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올바른 의식을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행동이 그렇게 거칠게, 저절로 나온 것입니다. 유아기는 대근육 발달을 위해 아이가 몸을 많이 움직여 의지력을 키우며, 소근육 발달을 위해 다양한 놀이 활동을 이루어서 크고 작은 욕구들을 발산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요즘 아이들이 공격성을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환경적 요소가 크게 작용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아이들이 신체를 움직이며 직접 활동하는 기회가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미 어려서부터 아이는 활동 대신에, 미디어 매체들을 긴 시간 다양하게 만납니다. 영유아는 프로그램 앞에 앉아서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그림들을 바라볼 뿐입니다. 이런 경우 아이는 수동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어서, 스스로 움직이는 활동이 억눌리게 됩니다. 더욱이 감각을 통한 지각 활동이 흡족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므로 아이의 행동은 거칠고 서로 어울려 노는 것이 서툴게 됩니다.
Q. 16개월짜리 남아입니다. 할머니가 안아주면 언제나 코를 꼬집고 비틀며, 얼굴을 치기도 합니다. 못하게 하면 더 대듭니다. 아이의 거친 행동을 바로 잡을 방법이 없을까요?
A. 어린 아이들은 상대가 웃어주고 친밀하게 대해 주면, 상호작용을 위해 자신도 좋다는 표시로 얼굴을 만지려고 합니다. 보통 사람을 마주할 때 시선이 맨 먼저 와 닿는 곳은, 안면 중에서 코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코를 잡아보려는 것입니다. 아이는 모든 대상물을 알기 위해 직접 만져봅니다. 또는 더 탐색하려면, 입으로 가져갑니다.
아이가 어른의 귀를 잡아당기면, 어른은 아이의 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아이~ 귀 아파!”라고 말해 주세요. 여러 차례 쓰다듬어 주면, 자기도 상대방의 귀를 쓰다듬어줍니다. 이때 다른 설명은 불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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