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수를 세는 즐거움

조영미 2012. 08. 30
조회수 7932 추천수 0

4년 4개월이 된 해님이가 텔레토비에 나오는 보라돌이, 뚜미, 나나, 뽀가 그려져 있는 옷의 그림을 보고는

“원숭이가 하나, 둘, 셋, 넷. 넷이네”

라면서 센다. 텔레토비를 본 적이 없는 아이 눈에는 그들이 ‘원숭이’로 보이나보다.


우리 가족 모두 대장이라면서

“하나, 둘, 셋, 넷. 대장이 모두 넷이야”

라고 한다. 이어서 아이가 ‘엄마는 신하’를 하라면서 새로이 대장의 수를 궁금해 한다.

엄마는 

“아까 ‘넷’을 세었으니, 거기서 하나를 빼어 ‘셋’이라고 답할까?”

라고 궁금해 하는데, 아이는 처음부터 다시 센다.

“하나, 둘, 셋. 이제 대장은 셋이야.”


품에 안으면 아이의 보드라운 살갗과 따뜻한 기운에 마음이 절로 푸근해진다. 품에 안긴 아이가

“엄마 손가락은 몇 개인지 세어봐야겠어!”

라고 하면서 엄마 손가락을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개네.”

그리고는 자기 손가락을 센다.

“하나, 둘, 셋, 넷, 아홉. 나는 아홉 개야.”

다섯을 빼고 성큼 아홉을 말하더니, 자기 손가락은 아홉 개란다.

“엄마 손가락보다 내 손가락이 더 많지!”

이어서 발가락을 센다. 마찬가지로 엄마 발가락은 다섯 개, 자기 발가락은 아홉 개로 세면서 자기가 발가락도 더 많다고 힘을 주어 말한다.

어떤 사물의 모임을 셀 때 맨 나중에 말하는 숫자가 그 사물의 개수임을 활용한 아이의 유머라고 해야 할까? 큰아이가, 어디선가 듣고 와서는, 손가락 다섯 개 각각에 ‘동, 해, 물, 과, 백’이라는 이름을 붙이더니, 한 손가락이 모두 ‘백 개’라고 말하던 기억이 난다.


4년 5개월에 해님이가 밥을 먹다가

“밥이 너무 많아. 이만큼만 먹을게”

하면서 손가락 네 개를 편다.

“그게 몇 번이야?”

라고 묻자, 자신감 넘치는 큰 목소리로 손가락을 센다.

“하나! 둘! 셋! 넷! 네 번 먹을게.”


노래를 부른다.

“한 꼬마 두 꼬마 세 꼬마 인디언, …, 열 꼬마 인디언.”

노래를 부르면서 손가락을 하나씩 접는다.

손가락 하나 접으면서 “한 꼬마”

또 하나 접으면서 “두 꼬마”

또 하나 접으면서 “세 꼬마”

그런데 네 번째 손가락이 잘 안 접힌다. 애써 접으면서, “네 꼬마.”

다섯 번째 손가락도 쉽지 않다. “다섯 꼬마”.

그렇게 어렵게 손을 꼽아가면서 꼬마 인디언 노래를 부른다. 다섯 번 정도 연속해서 부르면서 동시에 손가락 접기를 한다.

“인디언 노래는 어디서 알았어?”

라는 엄마의 물음에 돌아온 답

“그냥 알았어.”


해님이는 요즘 수를 세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누가 세어보라 하지 않았는데 종류가 비슷한 뭔가가 한데 몰려 있으면 세어 본다. 특히 사람이 여러 명이 있으면 스스로 헤아려서 남자 몇 명, 여자 몇 명하면서 사람 수 말하기를 즐겨한다.

손가락도 자신의 가까이에 있는 ‘종류가 비슷한 뭔가’이다. 손가락을 접는 행동을 빈번히 하면서 아이는 손가락의 섬세함을 기를 것이다. 또한 수를 세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아이는 이 세상에 모종의 규칙이 있음을 점점 인식하게 될 것이다.



020_자리공열매로 물들이기.jpg » 자리공 열매로 가꾼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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