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아이의 거짓말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하태욱·차상진 2012. 08. 16
조회수 26187 추천수 0

얼마 전, 머리를 자르러 집 앞 단골 미용실에 들렸습니다. 제 머리를 깎아주실 때면 늘 그 시간을 자녀 교육상담으로 활용하시는 원장님께서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떼셨습니다. 최근 들어 근처에 2호점을 내신 원장님은 몸이 하나인 게 원망스러울 정도로 200여 미터 떨어진 두 미용실을 왕복하다 결국 전업주부이던 사모님을 불러내어 한 곳의 운영을 맡기게 되셨답니다. 두 부부가 맞벌이에 나서게 되니 결국 문제가 되는 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들이었답니다. 고민 끝에 지인이 알려준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네요. 아이돌봄 서비스가 뭐냐고요? 이번 칼럼 주제와 약간 벗어나는 이야기이지만 혹시 모르시는 부모님들이 계실까봐 정보 살짝 드리고 가겠습니다.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맞벌이 등의 사유로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을 위해 여성가족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만 12세 이하의 자녀를 두신 맞벌이 부모님들이 신청하시면 아이돌보미가 집으로 와서 아이들을 봐줍니다. 아이의 등하교, 간단한 숙제 점검이나 학습보조, 식사와 간식까지 챙겨주고요. 가정의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어 부모님이 부담하실 이용료는 시간당 1천원~5천원이고 월 40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https://idolbom.mogef.go.kr/ 참조



01306301_P_0.jpg » 한겨레 자료사진.

 

아이돌봄 서비스를 무한정 이용할 수 없기도 하거니와 보습도 필요할 듯하여 큰아이는 방과 후에 일단 학원을 다니게 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아빠가 이른 귀가를 했는데, 이게 웬일? 집안이 난장판이더라는 군요. 아이는 학원에서 막 돌아와야 하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에는 친구들을 데려와 놀았던 흔적이 역력하더라는 거죠. 학원을 안 갔느냐고, 친구들을 데려와 놀았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학원에 갔었다고 하더랍니다. 학원 선생님께 전화해보면 금방 안다고 똑바로 말하라고 했음에도 아이는 거짓말을 하더라는 겁니다. 너무 뻔 한 거짓말을 뻔뻔스럽게 하는 아이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이 녀석이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나 싶어 가슴이 철렁하기도 하고, 어디 감히 엄마아빠에게 거짓말을 하나 싶기도 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바람에 결국 매를 들고 말았다네요. 아이가 엉엉 울면서 다신 안 그러겠다고 하고, 옆에 있던 작은 아이까지 덩달아 울고불고 하는 난리를 쳤답니다. 애들을 재워놓고는 두 부부가 앉아 이게 뭐하는 짓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해졌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자녀교육과 관련된 많은 이슈들이 담겨 있습니다. 육아의 관점에서 맞벌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부부가 모두 직장생활을 할 경우 아이들은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아이의 문제행동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체벌은 훈육의 좋은 방식이 될 수 있는지 등등 모두가 하나하나 중요한 자녀교육의 이슈가 되겠지요. 앞으로 차근차근 이런 항목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일단 아이의 거짓말에 대해 집중해서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를 야단치게 되는 첫 번째 이유가 거짓말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을 만큼 거짓말은 자녀를 키우는데 있어 아주 흔히 부딪히는 문제입니다. 앞서 미용실 원장님의 경우처럼 아이의 거짓말을 마주하게 되면 부모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상습적인 거짓말이나 심각한 문제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한 아이들의 거짓말은 부모님이 생각하시듯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거쳐 가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지요. 이 시기에 수치심 같은 왜곡된 심리 없이 도덕성을 잘 발달시킬 수 있다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자녀교육의 어느 상황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아이의 거짓말을 마주했을 때 절대 부모가 먼저 흥분하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됩니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부모 앞에서 아이는 연쇄적인 거짓말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거나 오히려 떼를 쓰고 우는 등의 적반하장 격의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거짓말을 하다가 들켜서 부모로부터 추궁을 받고 있는 상황은 아이에게 그 자체로 이미 심리적으로 몰려있는 상황인데 그 심리 상태를 더 악화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차분하게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일단 부모님이 자신의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게 되면 상황을 명백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는 아이가 하는 말이 거짓말로 확실히 증명될 수 있는 것인지 차근히 확인해봐야 합니다. 심증만으로 아이를 드잡이하다 오히려 관계의 불신이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심증이 깊다고 하더라도 확실하지 않다면 차라리 아이에게 속아주는 편을 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거짓말은 다음 번에라도 교정이 가능하지만 한 번 어긋난 관계는 교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부모가 나를 믿어주고 내 편에 서있다는 믿음은 일회적인 거짓말을 습관적인 것으로 발전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허위 증거를 들이대면서 자백을 강요하게 디면 아이들 역시 부모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아이들은 부모를 믿을 수 없어 점점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되기 쉽고요. 우선은 아이로 하여금 부모가 자신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신뢰관계 속에서 대화가 가능해진다면 두 번째 단계로는 아이가 거짓말을 하게 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거짓말은 현상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게 된 데는 분명히 어떤 원인이 있습니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에 따르면 17세 이전까지는 내면적인 도덕의식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의 반응에 따른 행동을 하기 쉽습니다. 즉 절대적인 선악을 가리기 보다는 부모나 어른들의 반응 때문에 착한 일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순간적으로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심리가 컸을 수도 있고, 당황하거나 부끄러웠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에게 관심이나 인정을 받고 싶었을 수도 있지요. 유아들의 경우는 꿈이나 상상했던 일을 진짜라고 착각하여 스스로 믿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희망을 사실로 둔갑시키거나 선의로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뭔가에 정신이 팔려 별다른 뜻없이 거짓말을 하게되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아이가 처해있던 상황 속에서 있었던 욕구를 파악하고 이해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원장님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아이는 공부가 재미없었거나 학원을 가기 싫었을 수도 있고, 엄마 없는 사이 집안을 마음껏 어지르며 놀아보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갑자기 자신을 놔두고 일을 하게 된 엄마에 대한 반발심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따라서 아이가 거짓말을 하게 된 원인을 확인하고 그 감정을 공감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현상만을 붙들고 질타하면 본질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않는 아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영리한 거짓말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해결의 방식이 아이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물론 좋겠지만, 그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이의 감정을 보듬어주면서 상황을 잘 납득시키는 것,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거짓말을 하게 된 원인과 감정에 대해 함께 공감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거짓말이 나쁜 것임도 분명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단, 그 과정에서 아이를 비난하는 것은 행동교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태도가 잘못된 행동임을 확실히 분리하여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와의 차분한 대화를 통해 왜 거짓말을 하게 되었는지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그런 상황이 다시 온다면 어떻게 진실과 마주해야 하는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진실을 털어놓았을 경우 그 용기와 정직함에 대해 매우 높게 평가하고 크게 칭찬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체벌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체벌이 즉각적으로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부작용과 부정적인 효과가 더 많은 훈육방식으로 간주합니다. 단순히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상황에서 처해야 할 올바른 행동방식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이가 어릴 수록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정직함과 용기있음에 대해 매우 깊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도 함께 병행되어야 하겠습니다.

 

 

부모 역시 생활속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칼럼을 시작했던 초기에 '아이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묻지 말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생활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매우 느슨한 도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금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는 그 기준을 자신의 생활에도 자연스럽게 적용합니다. 따라서 아이를 부모의 거짓말에 참여시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엄마 없다고 해' 같은 거짓말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부모와 공범이 된 아이들은 같은 수준의 거짓말을 별다른 죄책감 없이 하게 됩니다. 자녀가 거짓말을 했다면 아이를 탓하기에 압서 자신의 생활을 찬찬히 성찰해 보는 것, 좋은 부모되기의 시작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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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욱·차상진
우리 시대 교육의 대안을 찾는 교육학자이자 학부모이며 교사이자 실천가. 하태욱은 교육사회학·교육정책·대안교육을, 차상진은 유아교육을 각각 전공했지만, 삶과 밀착된 교육, 아동중심적 교육관의 측면에선 같은 교육관을 갖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하태욱은 대학 강의와 더불어 대안교육연대와 대안교육학부모연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적 대안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고, 차상진은 아동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배움을 강조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 ‘하이스코프(www.highscope.org)’의 교사·학부모 교육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 uktaeh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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