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친구 때리지 마라 100번 말해도 소용없는 이유
» 아이와 엄마, 한겨레 자료 사진.
만 네 돌이 지난 민재는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고 있어 돌도 되기 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다. 다섯 살이 되면서 민재 엄마는 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자주 전화를 받게 되었다. 민재가 다른 아이들을 때리고 밀치는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반이 바뀌어서 그렇겠지, 조금 지나면 낫겠지 생각했지만 민재의 행동문제는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심해져 엄마는 혹시 과잉행동장애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민재는 곱슬머리가 귀여운 다른 다섯 살짜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아빠와 떨어지지 않으려 조금 칭얼거리기는 했지만 시간을 두고 달래자 혼자서 그림 그리기를 할 수 있다며 아빠와 떨어졌다. 엄마, 아빠, 민재를 그려보라고 하자 아직 그림을 그리는 솜씨가 미숙해 얼굴만 나란히 그렸다.
“민재야, 그림 속에서 엄마는 지금 뭐하고 있어?”
“쉬어. 엄마는 힘들어.”
“엄마가 제일 좋을 때는 언제야?” 그리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아닌데도 민재는 대답을 못했다.
“그럼 엄마가 제일 안 좋을 때는 언제야?”
“아빠하고 안 싸울 때.”
“그럼 아빠가 제일 좋을 때는?”
“자동차 갖고 놀아줄 때.”
“아빠가 안 좋을 때는?”
“엄마하고 싸울 때.” 다시 질문을 했다.
“엄마가 제일 좋을 때는 언제야?”
“아빠하고 안 싸울 때.”
이렇게 한 단계씩 물어보다 보니 민재 부모님은 민재 앞에서 자주 다투었고, 싸울 때마다 언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물건을 던지기도 했고, 심지어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 것 같았다. 부모님의 다툼에 대해 말하는 민재의 얼굴표정은 겁에 질려 있었고,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민재야, 어린이집 재미있어?” (끄덕끄덕)
“뭐가 제일 재미있어?” “자동차”
“민재가 갖고 놀고 싶은 자동차를 친구가 갖고 놀면 어떻게 해?” “뺏어.”
“뺏으면 친구가 어떻게 해?” “울어.”
“친구하고 민재하고 자동차를 같이 갖고 놀 수는 없을까?”
이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는 듯 민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친구가 먼저 놀고, 민재가 나중에 놀아도 되고, 친구하고 같이 장난감 갖고 놀아도 되지 않을까?”
엄마가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민재는 유순한 기질의 아이였고, 산만하거나 과격하지도 않았다. 다만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겼을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지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은 모델을 가진 것이 문제였다.
민재 어머니는 민재를 임신한 채 어린 나이에 결혼해 결혼생활이 많이 힘들었다고 하였다. 미혼의 친구들은 멋 내고 친구 만나서 밤늦게까지 노는데 혼자만 일하랴 아이 키우랴 동동거리는 게 힘든 건 물론이고 심지어 화가 나서 그 화풀이를 남편에게 다 퍼부으며 지내왔다. 그러니까 민재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다른 사람은 나를 힘들게 하고, 화나게 하는 존재라는 걸 배운 셈이다. 그들과는 다툼과 갈등만이 있을 뿐이며, 타협과 협력을 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은 전혀 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친구가 가졌을 때, 내가 가려는 길에 누군가가 있을 때, 미끄럼틀에서 앞에 선 아이가 빨리 내려가지 않을 때 민재는 상대방을 밀치거나 때리는 것 밖에는 배우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민재 부모님은 민재의 행동문제가 부모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였다.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민재가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겼을 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방식대로 두 분이 대화하고 협력하셔야 해요. 아이에게 친구 때리지 마라, 밀치지 마라 백 번 이야기해도 소용없어요. 두 분이 서로 어떻게 갈등을 풀어가는지 보는 것이 민재에게는 가장 큰 교육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