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자기주도적인 전체체험이 창의두뇌를 만든다

김영훈 2012.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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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jpg » 한겨레 자료사진

 

인간의 뇌는 놀랄 만큼 유연하며 그 유연함은 양날의 칼이다. 뇌의 각 영역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능들을 분담하여 담당하고 있다. 시각을 담당하는 뒤통수엽에 영상정보가 보내지면 이 정보는 후관자엽의 상과 하로 나뉘어 보내져서 본 것이 무엇인지(What)와 어떤 상태인지(How)를 구분하게 된다. What회로는 장기 기억을 토대로 '사과'임을 판별하고, How회로는 색, 모양새, 크기 등의 사과상태에 해당하는 정보를 판별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이마엽이다.

 

이렇게 뇌의 각 영역은 특정 기능을 담당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만약에 아이가 사고로 손이나 발을 잃게 되면 곧 그 신체부위를 담당하던 뇌영역은 시냅스가 소멸되어 기능하지 않는다. 손과 발을 잃지 않더라도 한동안 그 부분을 사용하지 않으면 움직임이 둔해지는데 담당하는 뇌의 시냅스가 가지치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진 시냅스는 일시적으로 가지치기되었다고 해도 필요에 따라 아주 쉽게 시냅스를 재구성 된다. 어릴 때 자전거 타기를 배운 사람이 20년 후에도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반대로 특정 기능을 많이 사용하면 뇌가 더 발달하기도 한다. 런던 택시기사들은 시내의 길이 일방통행도 무척 많고 작은 골목길도 많아서 운전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이들은 런던의 복잡한 길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고 있어야 하고 이 정보를 융통성 있게 사용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이들의 뇌를 촬영해 보니 시각과 공간감각을 관장하는 뒤통수엽이 보통사람보다 많이 발달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뇌는 이처럼 매우 유연하지만 이러한 유연함도 초기 성장과정에서 발달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해 입은 피해는 복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언어능력이나 공간지각, 순발력 등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들은 대부분 생후 3~4년 이내에 발달이 이루어지는데, 이 기간의 발달이 방해를 받으면 해당 기능은 복구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유아기의 교육은 조기교육을 통해 특정분야의 정보를 주입하기 보다는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모든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아직 틀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그릇을 학습으로 채우기부터 한다면 아이의 뇌는 제대로 발달할 수 없다.

 

전체체험이 중요하다

 

스웨덴의 심리학자인 스미스는 창의성을 측정하는 검사법을 고안하였는데 단순한 방법으로 71-84%의 정확성이 있었다. 이는 어떤 그림을 점점 길거나 짧게 보여주고 무슨 그림이냐고 묻는 방식인데, 창의성이 적은 사람일수록 현재에 집착한 반면, 창의적인 사람들은 애매모호함과 새로움을 수용하였다.

아이가 애매모호함과 새로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면 공감각이 기초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 공감각은 오감과 운동이 결합된 전체 체험이 중요한데, 바깥에서 뛰어놀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는 전체체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창의성은 감각, 정서, 언어가 연결된 경험이 기본이 되기 때문에 온몸을 쓰는 체험이 만나면 더욱 높아진다. 어릴 때는 두뇌계발책이나 컴퓨터 모니터로 체험하는 것은 공감각이 부족하여 전체 체험이 되질 못한다. 어릴 때 영재였던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 별 성과가 없이 평범해지는 이유는 오감의 전체체험이 부족한 채 과도한 문자 교육이 이루진 때문이기도 하다.

18개월이 지나면 대체로 크레용을 쉽게 잡게 된다. 크레용을 잡으면 두들기듯이 그리거나 가로, 세로, 원형, 나선, 소용돌이 등의 형태로 그린다. 예술가가 아니라도 창의성은 우리의 삶에 널려있고 삶을 활력 있게 한다. 아이가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게 없다고 지루해하거나, 아이가 TV 앞에서 보내기 일쑤라면 이제라도 아이의 창의성을 깨워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조심하여야 할 것이 있다. 부모는 아이를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기 보다 아이의 창의성을 방해하기가 더 쉽다는 사실이다. 부모는 육아책에 나오는 발달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아이가 뭔가 새롭고 다른 일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쉽다. 더구나 창의성은 아이의 기질이나 성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기질과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면 아이의 창의성이 간과될 수 있다. 창의성은 도전하고 실수하고, 또 실패도 해보면서, 다시 추슬러 도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는 아이가 실수하는 것을 겁내한다. 아이가 창의성에 차이를 보이는 것은 선천적인 뇌기능에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창의적인 활동에 대한 호기심이나 자발성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런 차이는 부모의 양육태도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아이의 강점을 살리는 양육이 필요하다.

 

첫째, 창의성도 발달패턴이 있다.

아이가 성숙한 삶과 성공을 이루어가는 발달패턴과 속도는 저마다 다르다. 영재도 있고, 늦게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뇌의 발달패턴도 아이마다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속도와 패을 무시하면 자존감, 유능감 그리고 자기주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성공해도 이후의 실패가 너무 커서 탄성회복력이 문제가 된다. 느리게 성공할 아이를 일찍 다그치면 느리게 성공할 자기주도성과 기회를 잃어버려 의존적인 아이가 된다.

 

둘째, 숙련을 기다려라.

스티브 잡스나 아인슈타인은 창의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창의성은 일정 시간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그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분야에 숙련하여야 한다.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라 전문적인 수준으로 숙련되어야 창의력이 나온다. 이것이 1만 시간 법칙이다. 아이가 어느 분야에 창의적이 되려면 1만 시간의 노출이 필요하고 그러한 숙련을 통하여 진정한 의미의 창의성이 나오는 것이다.

 

셋째, 옆집아이와 비교하지 마라.

“옆집 아이는 벌써 숫자를 세는데 얘는 왜 이러지?” 하는 식의 비교는 비록 아이를 사랑하고 격려한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부모가 비교하게 되면, 아이는 놀랄 만큼 민감하게 부모의 마음을 알아채 불안해하게 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아이의 고유일정에 따라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부분의 발달에 더 집중을 할 경우, 아이의 뇌 발달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넷째, 자기주도적인 감각체험을 많이 하게 하라.

자기주도적 감각적놀이를 많이 한 아이는 그 감각으로 의미의 맥락을 만들기 때문에 창의력도 좋아지고, 몸의 감각과 함께 한 체험은 무의식과 연동되기 때문에 진취적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자율적 활동을 맨 처음 부모가 막는다. 위험하다는 염려와 뭔가 가르쳐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이다.

 

다섯째, 아이가 자기의견을 내세우는 것을 기뻐하고 축하하라.

아이의 기억력, 인지력이 발달하고, 달리기, 계단 오르내리기, 말 따라하기, 노래 부르기 등 좀 더 어려운 기능이 발달하면, 아이도 자기만의 기억을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지고 미약하나마 논리라는 것이 생긴다. 무조건 부모의 말을 듣고 따르기 보다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하고 자기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다. 아이가 갑자기 '아니야!' 또는 '싫어!' 라고 반응하기 시작하면, 부모는 뭐가 잘못되었을까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조급해하지 말고 먼저 아이가 드디어 자기 생각을 갖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걸 기뻐하고 축하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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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이자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장.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아이의 공부두뇌> <엄마가 모르는 아빠 효과> <닥터 김영훈의 영재두뇌 만들기>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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