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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억누르지 말되 폭발은 경계해야

베이비트리 2012. 0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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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희 수성중동병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허찬희의 정신건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보통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화를 참으면 정신건강에 해로운가?’ 또는 ‘정신건강을 위해 화를 폭발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화는 참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화를 억압하지 말고 화를 느끼되 화를 폭발하지 말고 화를 견뎌야 한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분노심을 억압하지도 말고, 그런 감정을 표현하되 폭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는 말이다. 즉 자신의 분노심을 외면하거나 억압하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화병’이라는 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화난 감정 때문에 여러 가지 신체 및 심리적 장애가 일어나는 현상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화’가 여러 가지 장애를 일으킨다는 통찰이 우리 전통 속에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서양의 정신분석에서도 대부분 정신장애의 원인이 되는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 ‘인간의 적개심’이라고 보고 있다. 신경성 두통이나 신경성 위장병 그리고 신경성 피부병 등 소위 신경성 질환이 분노심의 억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간혹 ‘화병’이 다른 문화권과는 달리 마치 한국 문화와 관련돼 우리 사회에만 고유하게 나타나는 정신장애로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필자는 과거 <중국 고대 문헌에 나타난 한국인의 민족성>이란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과거부터 중국인들은 한국인을 묘사하기를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으로서 감정 표현이 매우 풍부하다는 사실을 기술했다. 간혹 우리가 한이 많은 민족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특별히 다른 민족에 견줘 한이 많다기보다는 한을 푸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게 발달한 민족이라고 볼 수 있다. 한풀이, 살풀이 등 푸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말이다. 푼다는 것이 해결한다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정신건강을 도모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원래 자신의 영원한 고향인 어머니의 따뜻한 배(자궁) 속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 인생 자체가 고통이고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다. 만족이 되지 않으니 화가 나고 고통이 생겨난다. 가장 슬기로운 대처 방법은 먼저 화난 감정이나 마음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 우선이고, 다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풀어나가야 한다. 이런 화에 시달리는 사람에 대해 치료자나 부모는 화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한 사람들은 스스로 견디고 해결해 나가지만, 약한 사람을 위해서는 불만이나 억울한 심정을 들어주고 공감을 해줌으로써 점차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받아들이도록 도와줘야 한다.

화난 감정을 외면하지도 않고 폭발하지도 않으면서 그 감정을 잘 다스리면 정신이 건강해진다. 이른바 신경성 질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는 인격장애나 우울증, 강박증, 알코올·마약 중독 등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허찬희 수성중동병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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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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