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이 튼튼해야 면역력 쑥
» 한겨레 자료사진
규현이는 배가 자주 아프고 특히 찬것만 먹으면 통증이 심해지고 설사를 하면 좀 나아졌다. 키도 또래보다 좀 작고 입맛도 별로 없는 규현이는 얼마전 엄마 손에 이끌려 한방병원 진료실을 찾았다. 규현이를 진찰하니 한방변증으로는 비양허증(脾陽虛症)이었다. 평소 자주 감기에 걸려 소아과를 찾아 항생제와 해열제를 처방받아 많이 복용했다고 했다. 규현이에게 필자는 비장(脾臟)과 장(腸)을 강화하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한약을 7일분 처방하고 찬 것을 당분간 먹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했다. 규현이의 증상은 많이 호전됐다. 이렇듯 한방에서는 만성적으로 설사를 하고, 입맛이 없고 기력이 떨어지고, 배도 자주 아프고 소화도 잘 안되는 아이에게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한약을 처방한다. 한약은 장 기능 개선에 상당히 효과가 있다. 만약 급성 장염으로 탈수가 되었을 경우에는 링거액을 맞으면서 다른 치료를 해야 빨리 회복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장을 튼튼하게 한다’라는 것은 장의 영양소 흡수력을 강화시키고 불필요한 찌꺼기는 배출을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 또 장의 유산균의 증식을 촉진하며, 유해균의 증식을 막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포괄적으로는 약효를 잘 나타나게 하는 것도 장기능과 관련이 있다.
장은 우리 몸의 면역의 70%를 주관하며 면역과 관련된 두 개의 중요한 판(자가면역과 관련된 면역세포인 Th17이 분화되는 장내 고유판(lamina propria)과 면역글로불린을 분비하는 파이어판(Peyer`s patch))들이 있다. ‘장을 튼튼하게 한다'라는 것은 장내 세균의 균형을 잡아주고 장 기능을 개선하며, 위 두 개의 면역 관련 판들을 강화해 장의 면역을 높여주는 것을 말한다. 장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항진돼 Th17 이라는 면역세포가 많아지면 크론병, 건선, 1형당뇨 등의 자가면역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장을 튼튼하게 하면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줄어든다.
장을 강화하고 기력을 보강하면 복통이 없어지고 성장도 촉진된다. 몸의 다른 부위가 아플 경우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게 되기도 한다. 세균성 장염, 로타 바이러스, 크론씨 병 등의 염증성 장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을 예방,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장내 세균의 평형이 비만에도 관여하므로 장이 건강하면 비만도 예방된다. 이러한 치료에는 천연 항생작용을 가지고 있는 황련, 황백, 진교 등과, 인삼, 황기 등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 과잉된 면역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절해주는 수국, 강황 등의 여러 약재들이 선별적으로 선택되어 활용된다.
장 건강에 좋은 음식은 채소가 으뜸이다. 채소에는 각종 영양소와 미네랄, 항산화 성분,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내 세균 평형을 유지하게 한다. 유산균을 증식하는데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는 김치와 청국장 등의 발효식품과 버섯종류가 손꼽힌다.
장건강을 악화시키는 것들로는 면종류와 특히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들이다. 이런 음식들은 장벽을 자극해 염증을 만든다. 차가운 것은 혈류순환을 저해하고 몸에 원래 있던 차가운 기운이나 정체된 담이 뭉쳐서 덩어리를 형성하도록 만든다. 고기를 많이 섭취할 경우 고기는 열을 만들고, 고기속에 포함된 항생제나 성장촉진제 같은 것들이 성장아동의 경우 성조숙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감기나 열이 있을 때 흔히 쓰는 항생제 소염제, 해열제도 문제이다. 항생제를 자주 쓰게 되면, 유산균이 손상되는데 이 손상은 광범위하며 한 달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다는 미국 스탠포드대학 랠먼 박사의 연구 결과보고도 있다. 이에 따라 과도한 항생제 사용은 장내 세균의 균형을 깨뜨리고 유해균의 증식을 촉진하고 유익균들을 죽도록 만든다.
이처럼 장은 우리 몸의 면역력 강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장기다. 따라서 장을 튼튼하게 해 장내 세균의 균형을 잡아주고 장 기능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