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는 동생만 예뻐하잖아!
민수 엄마는 이제 다섯 살이 된 큰 애가 세 살짜리 동생을 너무 괴롭힌다며 상담을 청해왔다. 두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엄마가 형제간의 싸움을 잘 다루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일상생활을 화면에 담아보도록 했고, 나는 민수 엄마와 함께 촬영된 내용을 검토하였다.
» 한겨레 자료 화면. 글 내용과는 관계 없습니다.
화면에는 민수와 이제 세 살이 된 동생 민성이가 놀고 있었다. 민수는 최근 들어 재미를 붙인 블록놀이에 열중하고 있었고, 민성이는 형과 놀고 싶은지 그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다. 몇 번 형의 놀이에 끼어들어 보려고 하였으나 형이 관심을 주지 않자 민성이는 갑자기 형이 만든 블록을 발로 밟아버렸다. 만들기에 몰두하던 민수는 와락 화를 내며 동생을 밀쳐버렸다. 민성이도 화가 나는지 형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진다. 망가진 블록을 어떻게든 다시 고쳐보려는 민수는 정말로 화가 났는지 주먹으로 동생을 때렸다. 민성이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고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던 엄마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놀이방에 들어온 엄마는 우선 민수를 보고 소리쳤다.
“동생 울리지 말랬지? 왜 애를 때리고 그래?”
“내가 이거 만들었는데 쟤가....”
“시끄러!!”
민수에게 큰 소리를 친 엄마는 계속해서 울고 있는 동생을 돌아보는데....
아! 그 표정은 민수를 바라볼 때와 영 딴판이었다.
“아팠어? 형아가 어디 때렸어?”
다정한 눈길로 둘째를 쳐다보던 엄마가 둘째를 번쩍 안아들고 엉덩이를 도닥이며 주방으로 가버렸다. 혼자 남은 민수의 표정에 부러움과 쓸쓸함이 어린다.
옆에서 함께 화면을 보고 있던 민수 엄마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다.
“민수 어머니, 두 아이를 대할 때 표정이 저렇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남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저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진짜로 다르네요.”
“저런 때 민수 마음이 어땠을까요?”
“.... 속상했을 것 같아요.... 많이.”
“남들이 그렇게까지 얘기했다는데 왜 귀 기울여 듣지 않았나요?”
“.... 제가 오남매중 막내예요. 집에서 큰 오빠가 최고였는데 큰 오빠는 자기 기분이 나쁘면 만만한 저를 때리곤 했어요. 엄마나 아빠한테 말해도 네가 잘못했으니까 그랬겠지 하는 식으로 늘 억울한 마음이 많았어요. 그런데 애 둘을 키우면서 민수가 민성이를 때리면 민성이가 얼마나 억울할까, 화가 날까 그런 마음이 들어나 나도 모르게 민수에게 화를 많이 냈던 것 같아요.”
|
“두 아이가 다투면 지금까지 계속 민수를 혼내기만 했나요?”
“아무래도 그렇죠. 둘째는 어리다보니.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내 편을 들어준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더 둘째 편만 들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두 아이가 덜 싸우게 됐나요?”
“아니요. 더 나빠진 것 같아요. 민수는 제가 조금만 나무라도 엄마는 민성이만 예뻐하잖아 그러면서 점점 반항적이 되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오빠 편만 들었다고 하셨잖아요. 그 때 그 방법은 효과적이었나요?”
“절대 아니죠. 아, 민수 마음이 그렇군요. 엄마, 아빠는 오빠 편만 든다, 이 집엔 내 편이 하나도 없다는 마음에 사춘기 때는 말썽도 많이 부렸어요.”
|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동생이 밉다고 하고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가 동생에게 어떻게 할지가 아니라 엄마가 아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에요.”
“알아준다는 게.... ?”
“그래도 동생인데 미워하면 어떻게 하냐, 동생이 어려서 그런 거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민수는 이해받았다고 느끼지 못해요. 그냥 동생 때문에 속상했구나, 화났구나 하면서 아이 감정을 인정해주면 아이는 엄마의 그런 모습을 통해 위로를 받고, 점차 감정조절을 할 수 있게 되지요.”
|
민수 엄마는 노력해보겠노라며 돌아갔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형제간 서열 때문에 억울한 아이들이 많다. 그 아이들이 바라는 건 형제를 없애달라거나 내 편만 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내 억울한 마음, 뺏겼다는 좌절감을 가장 소중한 내 부모가 알아주고 위로해주기만 하면 아이들은 그 위로의 힘으로 좌절을 극복하고 성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