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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집에 가야 하니까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 드려."
네 살짜리 민정이는 두 손을 예쁘게 배꼽에 대고 엉덩이를 쭉 빼고 깜찍하게 인사를 한다. 말이 서툴러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은 못했지만 인사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아이구, 그 녀석 가정교육 잘 받았네. 집에서 잘 가르쳤구먼.” 민정이 엄마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번에는 민정이와 사촌지간 다섯 살짜리 민수 차례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예쁘게 배꼽 인사를 했던 민정이와 달리 민수는 인사 얘기가 나오자마자 엄마 뒤로 숨는다. 민망해진 엄마는 아이의 등을 떠밀어 억지로라도 인사를 시키려고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민수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심지어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기까지 한다.
“할머니한테 인사해야지. 동생도 저렇게 인사를 잘 하는데 왜 이래?”
“이 녀석, 넌 인사하는 것도 안 배웠어?” 시간이 지나자 짜증이 나신 할아버지는 인상을 쓰며 아이를 나무란다. 민수 엄마와 아빠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을 심정이다. 민수보다 어린 민정이도 하는 것을 더 큰 아이가 하지 못하니 부모님은 물론 민정이 부모인 동생 내외 보기에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기어이 아이를 울리고 나온 민수 엄마, 아빠는 도대체 아이가 왜 이렇게 예의를 모르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나름대로 반듯하게 키우려고 신경 쓰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라고 열심히 가르쳤는데 부모 창피하게 아이는 왜 그러는 걸까?
인사를 하라는 부모와 인사를 하기 싫다는 아이의 실랑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듣는다 싶으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인사를 가르친다. 인사는 ‘사람들끼리 만나거나 헤어질 때 예의를 표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그 사람이 얼마나 사회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척도가 된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어도 다른 사람에 대해 적절한 예의를 갖춘 인사가 없다면 그 사람은 사회에서 적응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래서 이제 막 부모의 품에서 세상으로 나오려는 아이에게 인사를 가르치는 것은 인사의 의미만큼이나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어린 아이에게 인사란 ‘예의를 표하는 행동’이 아니다. 적어도 학교에 갈 때까지는 그렇다. 인사를 왜 해야 하는지, 인사를 하는 게 다른 사람에게 어떤 마음을 불러일으키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엄마가 하라고 하니까, 안 하면 무서운 얼굴로 혼내니까 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아이 입장에서 인사는 어떻게 느껴질까? 어른에게는 너무 간단하고 쉬운 행동으로 보이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다른 의미로 느껴질 수 있다. 우선 인사는 익숙하지 않은 남 앞에 나서는 행동이다. 아직 분리불안이나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이 다 극복되지 않은 아이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온전히 받아내는 것은 기질에 따라 힘들 수도 있는 일이다. 힘들지만 간신히 고개를 까닥여 보지만 곧 이어 제대로 다시 하라는 채근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전부 나만 쳐다보고 그럴수록 더 무섭고 숨고만 싶어지는데 엄마, 아빠의 눈초리는 점차 험해져 가기만 한다.
다시 말하자면 아직 학교에 가지 않은 어린 아이에게 인사란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뭔가를 하는 것’이다. 즉, 자연스럽고 익숙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기질적으로 낯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아이는 이제 막 느끼기 시작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한없이 두렵고 불편하기만 하다. 그래서 엄마 뒤에 숨기도 하고, 절대 하지 않겠다고 울고 떼를 쓰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도록 가르치기 위해서는 인사가 예의라는 공식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가르치되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²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부모가 먼저 이웃이나 친지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 받는다.
² 강요하지 않는 말투로 엄마가 인사할 때 함께 하도록 격려한다.
²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힘들어하면 고개만 숙여 인사하도록 한다.
² 인사를 하지 않으려 하면 “다음에는 하자.”라고 말하고 혼내지 않도록 한다.
² 친지나 이웃들이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혼내지 않도록 미리 말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