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남자와 다른 여자 몸, 병도 처방도 다르다

황덕상 2012.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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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7_1.JPG » 피에르 보나르, <남과 여>. 한겨레 자료 사진 “여자는 남자와 다르다”

다르다는 말은 비교우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무언가 부족하거나, 남자가 능력이 더 있다거나, 누가 더 옳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이자.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똑같을 수 있는가? 일반적인 사회적 관점이 아니고 순수 의학적 소견에서 남자와 다른 여자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한의학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남자 열 명 치료하는 것 보다 여자 한 명 치료하는 것이 어렵다.” 이 말이 한의학에서 여성의학을 배우기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강조되는 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여자의 생리, 병리, 질병은 남자와 다른 것이다.” 여자에게만 있는 임신 출산, 월경 등의 여자에게만 있는 질병들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사소한 감기부터 어깨통증, 허리통증, 소화불량, 변비 등에 이르는 일상적인 질병에 있어서도 남자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여자를 치료할 때는 처방이 다를 뿐 아니라 진료과정 중에 오가는 대화내용도 달라야 치료효과가 좋다.


왜 여자와 남자는 다를까?

여자는 음(陰)이고, 남자는 양(陽)이니까 다르다. 음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양에 비해 어려운 것이다. 음과 양이 우리가 생각하는 어두움과 밝음, 달과 해,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것일까? 맞다. 그 말을 하고 싶다.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남녀의 차이가 실제 우리 몸의 반응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동양철학적 관념이 한의학에는 녹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 당시에는 자연스럽게 사고하고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이 사용했던 용어일 것이다. 우리가 요즘 유행어 중에 ‘멘붕’이라고 하면 ‘멘탈붕괴’라는 영어와 우리말과의 합성어로 잘 이해하는 것처럼, 옛날에 동양학적인 용어에 대해서 익숙했던 사람들이 자연을 관찰하고, 사회적 현상이나 우리 몸을 해석하는 데 사용한 단어일 뿐이다. 그 단어들은 우리 자연의 우리 몸을 관찰하고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그 내용들은 결국 지금의 우리 몸과 자연을 똑같이 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 이게 무슨 말이냐.


동양사람, 서양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서양사람과 동양사람이 같다? 다르다? 이것도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라는 말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런 다른 점이 가장 잘 느끼게 하는 점 중 하나가 임신과 출산에서 나타난다. 요즘 여러 가지 이유로 외국에서 출산하는 산모들이 늘어난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했고, 세계도 글로벌화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그걸 어떤 나쁜 의도라고 폄하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 음양을 이야기 하다가 글로벌화까지 갔다. 간혹 필자의 외래 진료실에는 미국에서 출산하고 온 여성들이 “산후풍”을 호소하며 찾아온다. 멀리 미국에서 온 것이다.(물론, 친정이나 시댁에 들리기 위해서 귀국했다가 찾아 온 것이니, 솔직하게 말하면 나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비행기를 탄 것은 아니다.^^) 대부분 몸이 시리고, 관절이 아프고, 기운이 없어서 매우 힘들어하는 증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바로 우리나라 여성에게 흔한 산후풍이다. 


진료하면서 차근히 물어보면, 의학적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국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출산 직후의 산모에게 왜 샤워를 안 하느냐~며 타박을 준다고 한다. 이미 산후풍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산하고 삼칠일(3X7일이니 3주정도)동안 머리도 감지 말라 뭐도 하지 말라고 하는 말들이 많은데, 따뜻하게 난방도 잘 안 되는 곳에서 출산한지 하루밖에 안되었는데 샤워를 하라고 하면 산모입장에서 보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이야기인 것이다. 거기다가 출산 후 첫 식사가 빵이다. 빵은 뭐 그래 그 나라의 주식이니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떠먹는 차디찬 요거트에 얼음물이라~. 아 정말 이가 시려서 머리털까지 쭈뼛해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게 동양사람과 서양사람의 차이인가 싶다. 바로 음과 양의 차이일 것이다. 이런 산후에 오는 증상을 일컫는 산후풍은 한의학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서양의학의 기준에서 작성된 양방 산과학 교과서에는 없는 개념이다. 산후풍만 봐도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아주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 다시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서 좀 더 수다를 떨어야 겠다. 한의학에서 남자와 달리 여자에게 잘 오는 특징적인 병의 원인이 기울(氣鬱)이라는 것이 있다. 잘 돌아야 건강해 질수 있는 기(氣)가 잘 돌지 못하는 것이다. 그 기가 잘 돌지 못하면 생기는 것이 뭔가 막히는 것이다. 그 뭔가 막혀서 오는 병중에 대표적인 것이 흔히 화병(火病) 또는 울화병(鬱火病이)이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이유 없이 몸이 아프고, 잠도 안 오고, 우울한 증상까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화병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질병에 있어서도 여자의 기가 잘 울체되는 특징은 몸이 불편할 때 잘 나타난다. 그런 다른 점을 인정해서 치료해야 여자의 몸이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양(陽)과 다른 음(陰)을 인식하는 좀 더 다른 관점의 여자 몸 건강 이야기를 앞으로 차 한 잔 앞에 두고 수다 떨 듯이 말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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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상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한방부인과 전문의, 한의학 박사. 두 아들과 놀러가기 좋아하는 아빠. 삼대째 한의사의 길을 가고 있다. 달과 해, 바다와 산이 있는 것처럼 몸도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음과 양은 같은 것이 아니고 그 다름을 알아서, 각 특성을 살리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그래서 남자의 몸과 다른, 서양인과 다른 우리나라 여자에게 생기는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한의사이다. 국민체육21에 ‘바른 몸 이야기’ 칼럼 연재. KBS 아침마당 월요일 패널로 출연 중이다. 그의 수다는 베이비 트리에서도 계속 된다~ 쭈욱~
이메일 : soulhus@gmail.com      
홈페이지 : http://www.hanbangm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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