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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약이 독하다는 건 ‘오해’

베이비트리 2012. 0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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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희의 정신건강

정신분열병이나 조울병과 같은 정신병 환자의 약물 치료에 대해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점들이 있다. 치료제가 독하지는 않은지, 오랜 기간 먹을 때 약에 중독되는 것은 아닌지 등이다. 또 정신과 약을 먹으니 사람들이 멍한 모습으로 성격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한다.

항정신병 약이 개발되기 전에는 정신병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시도됐다. 환자가 망상이 심하고 흥분을 잘 하는 경우 입원을 시키는 방법 외에도, 유황을 기름에 끓여 굵고 긴 주사바늘을 엉덩이에 찔러 뼈를 둘러싸고 있는 골막에 닿게 주사를 놓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환자는 아픈 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망상을 덜 하게 되는 효과를 기대했다. 좀 더 발전된 치료법으로는 인슐린을 주사해 혈당을 떨어뜨려 혼수 상태에 빠지게 했다가, 포도당 주사를 놓아 서서히 혈당을 정상으로 올려 의식을 회복시키는 것을 반복하기도 했다. 1960년대 들어 클로르프로마친이라는 항정신병 약물이 개발된 뒤 정신병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이 시작됐다. 물론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항정신병 약이 개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과 약은 독하다’라는 잘못된 선입견이 퍼져 있는 것 같다. 현재까지 수많은 항정신병 약이 개발돼 효과적으로 치료에 쓰이고 있는데, 사실 어느 한 가지 약이 다른 약보다 효능이 월등한 경우는 없다. 비록 ‘정신분열병’이라는 진단명을 쓰지만 사실은 개인에 따라 그 증상이 천차만별이다. 약의 선택은 각각의 증상에 따라 각 개인에게 가장 알맞은 선택이 필요하다. 자신을 해치거나 남을 공격하는 경우 진정 효과가 강한 약을 써야 하고, 대인관계를 꺼려하고 남과 어울리기 싫어하고 혼자 은둔 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활동을 증진시킬 수 있는 약을 처방해야 한다. 약의 효과 중에 진정 효과가 강하다고 해서 간이나 신장 등에 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항정신병 약도 신체 질환에 사용되는 다른 어떤 약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과정을 통해 개발되고 있으며, 특별히 정신질환 치료에 쓰이는 약이 독성이 강하다는 선입관은 오해에 불과한 ‘잘못된 진실’이다.

항정신병 약의 중독성(습관성)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정신병 치료를 위해 증상이 호전된 뒤 약 치료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는 약에 중독이 돼서 약을 끊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병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고혈압이나 당뇨 관리를 위해 거의 평생 약을 쓰면서 관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신과 약을 오래 먹으면 인격이 황폐화된다는 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간혹 만성이 된 정신병 환자 중에 인격의 변화가 동반된 경우가 있으나, 이는 약의 부작용이 아니다. 이보다는 정신병 관리에서 지속적으로 약을 쓰지 못해 재발을 자주 하는 경우에서 인격의 변화가 동반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효과적인 정신병 치료를 위해서는 정신치료와 더불어 지속적인 약 치료를 통해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허찬희 영덕제일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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