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질별 육아(13)] ‘고집쟁이’도 자기 생각 바꾸는 게 쉽지 않아요

박진균 2012. 05. 08
조회수 7934 추천수 0


[박진균의 기질별 육아] ‘부정적 반응성’이 높은 아이편

아이의 생각·마음 바꿀 수 있도록 미리 알려주고 기다려야


04297651_P_0.jpg » 한겨레 자료사진


저번 회에 이어서 오늘도 '부정적 반응성'이 높은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부정적 반응성이 높은 아이, 고집쟁이, 반항아를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자기 생각, 자기 기분을 쉽게 변화시키기 어려운 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과 때에 따른 기분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어린이날에 대공원에 가고 싶을 수도 있고, 가기로 했는데 사람이 많아 못 가게 되면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부모들은 이런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생각과 기분을 바꿔보라고 권유하게 되지요. 이 때 부모의 설득과 권유에 쉽게 마음을 고쳐먹는 아이들이 있지만, 반면 생각과 기분을 고치는 것이 기질적으로 쉽지 않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아이들이 부모의 설득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부모에게 반항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자신의 기분과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아서 스스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셋째 조언을 하겠습니다. 아이에게 생각과 마음을 바꿀 수 있도록 되도록 미리 알려주고, 알려준 후에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외출 나가는데 느그적거리는 아이에게는 10분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해주세요. 10분 전, 5분 전, 3분 전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마음을 바꾸는데 도움이 됩니다. 친척 모임을 가게 된다면, 미리 닥칠 일들을 설명해 주세요. "진우야, 오늘은 할머니와 이모할머니, 삼촌들을 만나게 되는데 너에게 모두 친절한 어른들이란다. 네가 먼저 인사드리게 되면 다들 네가 예의바른 아이라고 칭찬하실 거야!"  수 개월 후에 이사나 전학을 가게 된다면, 미리미리 아이에게 변화될 사항들을 소상히 설명해주세요.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적응시킬 시간이 필요합니다.

 

넷째, 아이에게 항상 대안을 제시하고, 또한 스스로 대안을 제시해 보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부모가 2가지의 선택을 아이에게 제시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선택 후에는 선택에 의한 결과를 스스로 받아들이도록 강제할 필요도 있습니다. “진우야, 오늘 할머니 집에 가는데 어떤 옷을 입고 갈래? 잠바를 입어도 되고 오리털 파카를 입어도 된다. 네가 선택해. 그렇지만, 노란색 재킷은 추워서 안 돼. 만약 네가 그걸 선택한다면, 춥더라도 아빠에게 징징거리고 우는 소리하면 안 된다.”

 

그러나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한 아이가 하기 싫어도 꼭 적응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이럴 때를 위한 조언이 다섯째입니다. 다섯째, 아이에게 변화된 상황, 적응해야 할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묵묵히 기다려줍니다. 설명을 잘 해주었음에도 여전히 징징거리거나, 반항하며 요구하는 경우에는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명, ‘적극적으로 무시하기(active ignoring)’를 통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진우야, 네가 고집 부려서 이렇게 대공원에 왔잖니. 그런데 보다시피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들어갈 수도 없고, 설령 들어간다고 해도 네가 타고 싶은 놀이기구도 제대로 타기 어렵단다. 아빠 생각에는 대공원은 다음에 가고, 오늘은 집근처 공원에서 아빠랑 공차기 하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조언하고는 아이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수 차례 더 설명이 오간 후에도 진우가 여전히 똑같은 말로 떼를 쓰고 반항한다면, 일단 적극적 무시하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혼내기도 하고, 타임 아웃을 통해 시간을 벌고 생각해보기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소하고 빈번한 경우에 그저 설명하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때가 많습니다. 제 스스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평소 아이의 시큰둥한 태도에 신경 쓰지 말고, 아이와 놀아주며 애착을 증진시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합니다. 애착은 순종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종자돈입니다. 부모님이 직장인이라고 가정하고 생각해보세요. 평소 자기에게 관심도 없고 밥도 한 번 안 사주던 상사가 이것저것 잔소리만 하고 자기 일을 일방적으로 도우라고 한다면, 당신은 따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물론 아이에게 부모는 잘 해주던 못 해주던 따라야 하는 어른이지만, 부정적 반응성이 높은 아이에게 순종을 가르치려면 그만한 밑천을 더 쌓아야만 한답니다.

 

일곱째, 아이와 다툼을 벌이게 되는 환경적 요소들은 조정해주는 게 좋습니다. 키친타이머를 사서 시간에 대한 다툼을 예방한다거나, 컴퓨터를 거실에 두고 사용시간을 미리 정한다거나, 아이가 손대면 안 되는 물건들은 적절히 감추는 것 등이 ‘환경공학자’로서 엄마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평소 아이의 순종행동을 늘리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부모들이 흔히 하시는 방법들로는 타임 아웃(생각하는 시간), 스티커 제도, 특권의 제한 방법 등을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고집쟁이’ 아동에게 적용하시면서 주의할 점만 알려드립니다. 하나, 너무 과도한 벌은 좋지 않습니다. 훈육에 합당한 적절한 제재를 넘어서는 벌은 부모의 화풀이에 다름 아닙니다. 둘, 벌을 주거나 제한을 할 때 아동의 성격을 비난하며 시행하지 마시고, 문제가 된 행동을 지적하며 담담하게 시행해야 합니다. 셋, 벌이나 제재를 시행할 때 부모의 자존심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아이의 상태에 따라서 조금 양보하기도 하고, 적절한 유연성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고집쟁이’ 아이와 씨름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몇 가지 방법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여전히 아이의 미래가 불안하고, ‘성격이 저래서 어떻게 살아가나’ 하는 걱정이 있지만, 부모로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관계를 지속하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르치는 것임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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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기질별 육아혁명>의 저자.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의료원에서 정신과 전공의 과정과 소아정초년정신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 등을 역임하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만났고,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아동의 기질’ 택하게 되면서 책을 집필하는 등 ‘기질’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다. 기질이 너무나도 다른 두 딸의 아버지로서, ‘기질에 적합한 양육’, ‘기질별 육아’를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2008년부터 소아청소년 상담클리닉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이메일 : jinjin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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