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땀 많고 피로 심할 땐 ‘기허’일 수도
장규태의 소아보감
“아이가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면 머리가 땀에 흠뻑 젖어 있고 항상 졸려하고 힘이 없어요. 여름이 다가오는데 아이가 기운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요?”병원을 찾은 은우 엄마가 이렇게 묻는다. 최근 일교차가 커지고 낮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면서, 은우처럼 땀을 많이 흘리고 힘들어하는 소아들이 많아졌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갑자기 땀을 많이 흘리고 쉽게 지치면 혹시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며 병원을 찾는다.
날씨가 더워지면 땀을 많이 흘리기 마련이다. 땀은 겉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어서 건강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흔히 사용된다.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600~800㎖ 정도 땀을 흘리는 것이 정상이고 날씨가 더워지면 더 많이 흘리기 마련이다. 땀의 가장 큰 기능은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하는 생리적 활동(땀, 호흡, 소변, 대변 등)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땀은 이 기능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다. 결국 더운 날씨나 환경에 노출되었을 경우 땀을 흘려서 체온을 정상으로 유지해 이차적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한다. 더불어 땀은 피부가 건조하게 되어 방어 기능이 약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천연보습제의 역할도 한다. 또 몸속에 쌓여 있던 노폐물을 외부로 배출해주는 구실을 한다. 특히 운동으로 인한 땀은 비만의 원인인 체지방을 분해해 배출하는 기능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피부 각질의 탈락과 재생을 돕기 때문에 피부에 생기를 주고, 땀이 나면 피부 표면에 대사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혈액순환도 활발해지고 세포 생성을 촉진해 새로운 피부 세포를 만들어주게 된다.
일반적으로 소아는 체온이 높기 때문에 어른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리는 것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더위를 느끼면서 체온이 오르고 이에 따라 땀을 흘리고 평소보다 쉽게 지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체온조절이 원활하지 않아 땀을 흘리면서 일시적인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된 경우로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한 2주 안에 없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유난히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소아의 경우 체액이 성인에 비해 부족해지기도 하고 쉽게 배설될 수도 있다. 특히 허약한 아이는 뛰어놀거나 운동을 하게 되면 체액을 필요 이상 잃어버리게 되므로 충분한 휴식, 영양, 수분 섭취가 없으면 이상이 발생하게 된다.
한의학에서 땀을 비롯하여 호흡, 소변을 통해 체내 수분인 체액이 부족해지면 ‘음허’라고 진단한다.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잠들 때 땀을 갑자기 흘리거나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야간에 이불에 소변을 보는 등 평소에 보이지 않던 증상을 보이면서 기온이 높지 않은데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흘린다.
아울러 입맛을 잃으면서 머리가 띵하게 아프고 온몸이 노곤해지면서 다리에 힘이 빠지고 몸이 뜨거워지면서 졸리며 물만 들이켜거나 땀을 줄줄 흘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기허’라고 진단된다. 음허의 경우는 오미자차, 기허의 경우 인삼차를 수시로 복용하면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