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질별 육아(12)] 고집쟁이, 떼쟁이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박진균 2012. 05. 02
조회수 8659 추천수 0

01306301_P_0.jpg » 한겨레 자료사진

오늘은 저번 시간에 예고한대로 '부정적 반응성' 기질이 높은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기질의 5 가지 요인에 대한 전반적인 개관으로 이번 시간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인간에게는 태곳적부터 진화를 통해 축적되어온 생존의 심리기제가 있는데, 크게 대별하자면 '도전'과 '조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 용어는 방금 제가 만들어 냈습니다!). '도전'이란 인간이 새로운 일을 벌이고, 아무도 가보지 못한 땅을 탐험하고, 위협이나 공포에 대항하여 싸우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주로 의미합니다. 이러한 기질을 대별하는 것이 '활동성(외향성)', '부정적 반응성', 이 2 가지 기질 요인입니다. '활동성' 기질이 쾌활함, 진취성, 낙천성, 자신감, 외향성 등의 긍정적인 반응성을 대표하는 반면, '부정적 반응성' 기질은 짜증, 징징거리며 요구하기, 화내기, 대항하기 등의 부정적인 반응성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절'에 해당하는 심리기제는 다분히 억제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도전'을 잘 수행하기 위한 조절, '도전'이 적당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포기하고 후퇴하려는 조절, '도전'을 혼자 감행하기 보다는 함께 하기 위한 조절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위험 회피 경향' 기질 요인은 위험한 상황에서 행동을 멈추고, 회피하거나 물러날 것을 조절하는 기질 요소입니다. '집중력' 기질 요인은 맹목적인 반응은 억제하고 그 상황에 필요한 반응을 행동화하거나, 행동의 오류를 인식하고 수정하거나, 행동의 미래를 예측해서 행동하는 등의 세밀한 조절을 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민감성'이라는 기질 요인은 혼자 하는 도전의 위험성을 줄이고자 여럿이 협동할 수 있도록 돕는 조절을 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러한 각각의 진화적 필요성을 가진 기질 요인들 중에서 어느 요인이 더 강하고 어느 요인은 약하고 한 나름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조합 상태로 우리들의 초기 기질이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또한 그런 조합의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 부모의 역할이라고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 다시 '부정적 반응성'으로 돌아가 보죠! 방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부정적 반응성'은 '도전'의 기질입니다. 짜증내기, 징징거리며 요구하기, 반항하기, 화내기 등이 무슨 '도전'이냐고 반문하실 독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시면, 이 기질도 없어서는 안 되는 생존 기능을 가지고 있답니다. 제 큰 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집요하게 징징거리며 요구하곤 합니다. 물론 그런 고집스러움에 저는 화를 내기도 하고 그 아이가 미워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 주는 방향으로 타협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아이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늦던 빠르던 '얻게' 되는 확률이 높습니다. 너무 밉상으로 상황을 그르치지만 않는다면, 적절한 '자기주장'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결국, '부정적 반응성'이 높은 아이들을 잘 키우는 방법은 이러한 과도한 자기주장, 부정적 요구 태도, 타협하지 못하는 마음 등을 잘 다루어주어, 좀 더 성숙한 방법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노력해 볼 수 있답니다!

 

먼저 첫째,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되도록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타고나게 '부정적 반응성'이 높은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잘 울고 까다롭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머리를 바닥에 쳐박는 등 자해까지도 감행하곤 합니다. 부모들은 이게 무슨 문제인가 놀라게도 되지만, 일단 전반적인 발달에 이상이 없다면 원래 기질이 이렇구나 인정하고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아이의 태도 자체에 너무 신경을 쓰면서 사소한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모두 고치려고 한다면 아마도 집안에 하루도 전쟁이 안 나는 날이 없을 것입니다. 부모의 그런 완벽주의적 양육태도는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아동 태도의 변화도 가져오지 못합니다. 부모는 크게 보아서 내가 아동에게 꼭 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여 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간섭을 피하고 사건에 따른 대화와 타협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둘째, 아이와 감정이 고조되는 다툼은 일단 피하는 게 좋습니다. 부모가 아이와 비슷한 기질을 가지는 경우, 즉 부모도 고집 세고 자존심(?)에 목숨 거는 경우에 아이와 부모 간의 '기싸움'이 험악한 다툼, 폭력적 사태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의 잘못일까요? 물론 순종적이지 못한 아이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아이와 똑같이 자존심 싸움을 하고 급기야 폭력까지 행사하게 되는 부모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부모 자녀 간의 싸움에서 일단은 부모가 긍정적 변화의 주도성(initiative)을 가져야만 합니다. 그래야 부모라고 할 수 있고, 자녀에 대한 권위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일단 감정적 상황이 되면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수습하여 자제하고 일단 그 상황을 차분한 어조로 정리하세요!

 

"진우야! 네가 그렇게 엄마에게 꼬치꼬치 대드니까 엄마가 너무 화가 난다. 지금은 너나 나나 너무 화가 나고 흥분했으니, 이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자. 일단 엄마는 안방에서 쉴 테니, 너도 네 방에 가서 좀 쉬어라."

 

사람은 흥분하면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이성적인 논쟁이 불가능합니다. 흥분해서 아이와 다투면, 나중에 앙금만 쌓이고 미래를 위한 관계 개선의 종자돈만 줄어들게 되지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난 후, 짧게 야단치고 정리하세요. 장기적으로 아이의 순종을 높이는 노력은 평소에 해야 하는 겁니다!

 

몇 가지의 원칙들이 더 있지만 오늘은 지면 관계상 여기서 줄이고, 다음에 남은 부분을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태도나 동기를 근본적으로 고치려하지 말고, 아이의 행동에 집중하여 조금씩 순종을 높여가고 아이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고집쟁이 아이가 순종적인 '심청이'가 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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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기질별 육아혁명>의 저자.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의료원에서 정신과 전공의 과정과 소아정초년정신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 등을 역임하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만났고,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아동의 기질’ 택하게 되면서 책을 집필하는 등 ‘기질’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다. 기질이 너무나도 다른 두 딸의 아버지로서, ‘기질에 적합한 양육’, ‘기질별 육아’를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2008년부터 소아청소년 상담클리닉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이메일 : jinjin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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