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질별 육아(11)] 우리집에 투덜이, 고집불통 아이가 있어요!

박진균 2012. 04. 26
조회수 9072 추천수 0

우는 아이.jpg » 한겨레 자료사진

 

오늘은 4번째로 '부정적 반응성' 이라는 기질 요소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3가지 기질 요소에 대해 각각 이야기했는데, '위험 회피 경향', '활동성' 그리고 저번 시간에 말씀드린 '집중력'이 그것들이지요.

 

혹시 독자들은 아이들이 타고나게 다르게 태어난다는 말에 거부감이 있지는 않나요? 오늘 말씀드릴 '부정적 반응성'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타고나게 부정적 반응성이 높은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고집불통', '투덜이', '반항아'라는 말을 듣는 아이들입니다. '타고난 반항아'가 있을 수 있을까요? 기질연구가들은 '있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금 학문적으로 역사를 따져가 봅시다. 근대에 이르기 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 불평등이 만연했으며, 이를 정당화시키는 '타고난 차이'에 대한 생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다' 라고 사람들이 인정해주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평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서서히 사람들은 '타고난 차이'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지요. 또한 심리학계에서는 20세기 초에 프로이드의 등장으로 인하여 인간의 심리발달에 부모가 미치는 영향이 막강함을 주장하면서, 모든 인간의 심리 문제를 양육의 문제, 어릴 적 트라우마(심리적 상처)의 문제로 해석하려는 환원론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은 타고나게 모두 동일하고, 심리적 차이나 개성, 나아가 행동문제 전반은 전적으로 부모의 양육의 탓일까요?"

 

제 생각은 아동의 행동문제를 전적으로 타고난 기질의 탓으로 접근하는 환원론도 위험하지만, 행동문제를 전적으로 부모의 양육이나 환경의 원인으로 돌리는 것도 그만큼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자는 주장이 아니라 실체를 보아야 하며, 제가 보는 실체는 바로 '아동의 기질'이 다르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불평등을 당연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에 맞게 조화롭게 양육하고 서로 이해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너무 쎄졌네요!

 

정상적으로 아이들이 반항을 많이 하는 시기가 있지요. '미운 세살'이라고 부르고 대략 생후 18개월에서 36개월 사이의 기간, '걸음마기(toddlerhood)'에 해당합니다. 이 시기는 처음으로 아이가 자신의 독립성을 주장하기 시작한다고 생각하여 정상적으로 보지요. 부모님들은 '좋아'와 '싫어' 사이에서 더 많은 선택들과 표현들이 가능하도록 아이와 잘 협상하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분명하게 규정해줘야 하지요. 그런데, '부정적 반응성' 기질 요소가 높은 아이들은 이러한 '싫어'의 반응이 매우 세고, 꽤 오래 지속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생 반항기' 혹은 '평생 사춘기'라고 해야 할까요?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 다음의 질문에 답해봅시다.
- 아이는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할 때, 크게 짜증을 내곤 한다.
- 아이는 조금 비난받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흥분하곤 한다.
- 화가 나면, 아이는 소리를 지르거나 상대를 무섭게 째려본다.
-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아이는 울거나 소리 지르는 등 강하게 반응한다.
- 계획이 변경되는 경우, 아이는 짜증을 내곤 한다.

 

자신의 아이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혹은 동생이나 형에 비해서 위의 질문들에 더 잘 들어맞는다면, 아이는 '부정적 반응성' 기질요인이 높은 아이입니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평소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내려야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정적 반응성이 높은 아이들은 키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부모들은 자주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아이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라는 푸념을 하곤 합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제 자신이 약간 그런 기질이 있어서 아무도 저를 만족시키지 못하리라는 것을 이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구도 탓하지 않고 스스로 위안하며 만족을 찾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요. 제 어릴 적 별명이 '투덜이 스머프'였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하던 것, 원하는 일이 방해받거나 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격하게 반항합니다. 또한 아이들은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의 전환을 대부분 힘들어 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당연히 "싫어!" 혹은 "내가 왜 해야 하는데?"이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와 말싸움이 붙으면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지요. 말싸움에 온 자존심을 거는 아이와 또 그런 아이를 상대로 지지 않으려 애쓰는 부모를 보신 적이 있나요? 이것이 꼭 부모의 양육실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기질의 아이들이 있답니다. 다음 시간에는 ‘부정적 반응성’ 기질이 높은 아이들을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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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기질별 육아혁명>의 저자.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의료원에서 정신과 전공의 과정과 소아정초년정신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 등을 역임하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만났고,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아동의 기질’ 택하게 되면서 책을 집필하는 등 ‘기질’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다. 기질이 너무나도 다른 두 딸의 아버지로서, ‘기질에 적합한 양육’, ‘기질별 육아’를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2008년부터 소아청소년 상담클리닉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이메일 : jinjin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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