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아니 뽀통령에 대적할 자가 과연 누가 있을까?
아이의 지능발달에 영상이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해서
만화를 자주 보여주진 말자라는 나름의 방침을 세웠지만
다들 아시듯 생각대로 잘 되질 않는다.
언제부터 뽀로로가 우리집에 뽀통령으로 자리 잡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사실 아빠는 뽀뇨 뱃속에서부터 뽀로로 노래를 불러줬다 ㅠㅠ)
뽀뇨 돌잔치때 아내는 사람들 불러 놓고 뽀로로 노래를 불렀고(돌잔치편)
나는 뽀뇨가 울 때, 혹은 너무 바쁠 때 비상용으로 뽀로로를 활용하였다(베이비시터편).
이제 말이 늘어 단어에서 문장을 구사하는 뽀뇨.
"뽀로로 보여줘"하며 안기고 안보여주면 훌쩍거리기 시작해서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했던 것이 구름빵.
근데 생각해보니 구름빵과 뽀로로가 과연 얼마나 차이가 날까 싶어 결국엔 뽀로로를 틀어주고 만다.
바쁠 땐 아이가 보고 싶다고 하지 않더라도 보여주면서,
아이가 보고 싶을 땐 건강에 해롭다고 말리는 내 이중적인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뽀로로는 동지이자 적이 아니겠는가.
인정하기 싫지만 뽀뇨가 외가에 있을 때 뽀로로 본다고 통화거절도 여러번 당해보고,
나갔다 온다고 '빠빠이'해도 반응이 별로인 경우가 많았다.
결국 우리집에서 뽀로로가 뽀통령의 지위에 오르던 날,
비굴한 아빠는 그의 '적'이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자존심이 구기지만 뽀로로 친구들의 가장 비중이 낮은 캐릭터로
둔갑하기 시작했다.
바로 아빠의 몸집과 목소리가 싱크로 80% 정도는 되는 포비다.
실제 포비는 다소 어른스러운 역할을 하는데 몸집이 크지만 캐릭터 자체는 귀여운 편.
"(포비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아빠는 포비"
하고 뽀로로 영상에 빠진 뽀뇨에게 다가가 본다.
처음엔 나름 괜찮았는데 이도 약발이 점점 떨어진다.
"안돼. 아니야".
평소 뽀뇨가 이름을 말하는 친구들은 '에디', '루피' 정도여서 그런지 친구들 서열에서 밀리는 '포비'는 설 자리가 없다.
가끔 대형마트 완구진열장을 지날 때엔 반드시 터져나오는 이름, "뽀로로 뽀로로".
카트의 속력이 빨라지며 '적'에게 들키기라도 한듯 줄행랑을 치게 된다.
그러함에도 누가 사준 것인지도 알 수 없는 뽀로로 낚시대, 뽀로로 케익장식품 등이 집안 구석구석에서 나오고
장난감을 빌려 올 때도 피할 길이 없다.
'적'을 좋아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기에..
가끔은 포비가 아니라 뽀로로의 탈이라도 쓰고 싶다.
<뽀로로 보기 위해 흐뭇한 표정으로 의자에 대기하는 뽀뇨>
->보여주지 않으면 바로 "엄마~" 작렬합니다. 이어지는 영상..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