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질별 육아(9)] 집중력이 낮다고 걱정? 창의성 살리는 육아를

박진균 2012. 04. 10
조회수 7496 추천수 0

03022195_P_0.jpg » 한겨레 자료사진

 

오늘은 네 번째 기질 요인인 '집중력'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세 번째 기질 요인인 '부정적 반응성' 요인보다 먼저 집중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독자들이 '활동성' 요인과 '집중력' 요인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기에 연이어 설명하려는 것이다.

 

필자가 제시한 4가지 기질 요인들은 한 아이에게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또한 서로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활동성이 높고 위험 회피 경향이 낮은 아이가 있는 반면, 활동성이 높으면서 위험 회피 경향도 높은 아이가 있다. 부정적 반응성이 높으면서 활동성도 높은 아이가 있는가 하면, 부정적 반응성은 높지만 활동성은 낮은 아이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에, 우리는 다양한 기질의 아이들을 가지는 것이다.

 

좀만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기질 요인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활동성이 높은 아이들은 위험 회피 경향 요인이 낮은 경우가 많다. 집중력이 좋은 아이들은 부정적 반응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는 마치 키가 큰 아이들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경향이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키가 커도 키 작은 아이에 비해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경우도 있듯이, 기질도 요인들을 단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집중력' 요인은 무엇을 말하는가? 집중력 요인은 기질연구가인 로스바트의 용어를 빌리면 '노력을 들인 조절(effortful control)' 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말이 있는데, 자기 자아를 극복하여 예를 이룬다는 말로 비슷한 의미라 할 수 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자신의 행동, 감정, 생각 등을 스스로 인식하여 '힘겨운' 조절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학교 갈 시간이 되면, 아쉽지만 TV를 끄고 등교채비를 해야 한다. 좋아하는 행동(TV 보기)을 억제하고, 해야 하는 일(학교 가기)을 시작하는 데에는 노력이 든다. 이러한 노력을 잘 하는 아이가 있고, 태생적으로 잘 못하는 아이가 있다. 이러한 기제를 억제적 조절(inhibitory control)이라고 하며, '집중력' 의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공부를 하려할 때 주위의 작은 소리에 쉽게 산만해지는 것은 '선택적 집중력'이 부족한 것이며, 이는 초등학교 아동의 학습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 외에도 반복되는 과제를 지속적으로 집중하는 능력인 '지속적 주의력', 10초 내지 20초 정도 방금 들은 내용을 잠깐 기억하여 활용하는 능력인 '작업 기억력', 향후 일어날 일에 대해 예측하고 미리 계획세우는 '기획력' 등등이 모두 '집중력'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아동의 '집중력'을 점검하기 위해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자!
- 아이는 한 가지 일을 끝내지 않은 채, 다른 일로 옮겨가곤 한다.
- 아이는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숙제를 끝내지 못한다.
- 방 정리, 옷 정리 등 간단한 집안일을 끝마치지 못한다.
- 과제가 어려워지는 경우, 아이는 쉽게 포기한다.

 

위의 질문에 대부분 그렇다라고 대답한다면, 아동의 집중력이 낮은 것이다.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잡하고 활동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영아기부터 많이 울고 잘 달래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잠자거나 먹는 모습도 매우 불안정하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닐 때인 학령전기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활발하고 산만하지만, 유독 더 산만하고 자기 통제가 더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유치원 시절에는 주변의 자극에 쉽게 산만해지는 특징이 있으며, 친구를 때리거나 장난감을 빼앗는 등 공격성이 두드러지곤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수업에 잘 집중하지 못하며, 알림장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 성적에 기복이 큰 경우가 많다.

 

여기서 잠깐 기질에 대한 일반론을 한 가지 하고 넘어가야 하겠다. 모든 기질 요인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위험 회피” 요인의 경우, 위험 회피 경향이 높은 아이들은 겁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보인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겁이 많아서 위험한 행동은 스스로 삼가기 때문에 다치는 경우가 적고,  겁이 많은 아이들은 도덕심을 내면화하기가 쉽기 때문에 반항하거나 문제행동을 하는 ‘문제아’로 자라는 경우는 드물다. 반대로 위험 회피 경향이 낮은 아이들은 겁이 없으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수월하고 활발하며 호기심 많은 아이로 자랄 수 있다. 반면에, 이 아이들은 겁이 없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 쉽고, 다치거나 원치 않는 곤경에 빠지는 경우도 잦다. 이처럼 각 기질 요인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성격도 그러하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므로 사회생활의 폭이 좁다고 할 수 있지만, 소수의 사람들 그룹 속에서는 사려 깊고 진중한, 깊이 있는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집중력’ 요인의 크고 작음에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일단 집중력이 높은 아이들의 경우에 장점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집중력이 많은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할 일을 잘 끝마치는 경향이 높고, 감정 조절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더 잘 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알림장도 잘 써오며, 일반적으로 학업성적도 우수한 편이다. 집중력이 많은 아이들의 단점은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은 어떨까?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키우기 어렵다. 산만하고 부잡하며, 감정 조절도 잘 못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또래에 비해 제 물건을 잘 못 챙기고, 학습도 부진하다. 한마디로 ‘정신 연령’이 낮다고 생각되며, ‘늦된다’라고 보이기 쉽다.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의 장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창의적이다’라고 볼 수 있다.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은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일에 관심을 보이고, 다분히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창의적인 것이고, 어찌 보면 산만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엉뚱함과 재기발랄함을 실제 생산성으로 연결하도록 잘 키워가는 것이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의 사명인 것이다! 다음 회에는 활동성이 높으면서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을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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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기질별 육아혁명>의 저자.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의료원에서 정신과 전공의 과정과 소아정초년정신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 등을 역임하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만났고,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아동의 기질’ 택하게 되면서 책을 집필하는 등 ‘기질’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다. 기질이 너무나도 다른 두 딸의 아버지로서, ‘기질에 적합한 양육’, ‘기질별 육아’를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2008년부터 소아청소년 상담클리닉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이메일 : jinjin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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