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질별 육아(6)] 아이 기질과 학업 성적, 그 관계는

박진균 2012. 03. 09
조회수 11390 추천수 0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jpg » 한겨레 자료사진

 

 오늘은 학업 성취와 아동의 기질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동아시아의 세 나라,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공부 즉, 학업 성취를 매우 중요시해왔다. 공부를 잘하려면 먼저 지능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한다. 보통 IQ가 100이면 평균이고, 115이상이면 우수한 것으로 되어 있다. 자녀의 지능이 어머니를 따라간다는 속설이 있으나, 통계적으로는 부모 양쪽을 평균 낸 수치와 자녀의 수치가 가장 근접하다고 하니, 너무 어머니에게 유전적 책임을 전가하지 말기 바란다. 110 정도면 공부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그 외에도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이전 학습 경험(즉, 기초 학력), 학생의 동기, 교사의 질, 교재 및 환경 등이 있겠지만, 오늘은 아동의 기질과 학업 성취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말하려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동의 기질과 학업 성취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초등학교 시절에는 어쩌면 지능보다도 더). 1990년대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에 의하면, 기질의 요소 중에서도 특히, '집중력', '활동성', 그리고 '부정적 반응성' 이 세 가지가 가장 관련된다고 한다.

 

먼저 '집중력'은 당연히 학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시행한 한 연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선생님으로 하여금 1학년 아동들의 집중력, 산만도 등을 측정하도록 하고, 4년이 지난 후에 5학년이 된 그 아동들의 학업 성적을 알아보았다. 결과는 1학년 때 집중력이 높았던 아이들이 4년이 지난 후에 높은 성적을 보였으며, 이는 IQ에 의한 부분을 제외하고도 관련이 깊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생과 초등학교 6학년생을 비교해보았는데, 초교 1학년에서는 집중력과 성적이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으나, 6학년에서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한다. 즉, 집중력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공부와 관련이 깊어지는 것이다!

 

'활동성'은 성적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집중력과 활동성과의 관계이다. 활동성이 높다고 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 둘째는 다소 활동적인 아이이다. 쉴 새 없이 재잘거리고, 방안에서 뛰며 돌아다니고, 아빠가 산책 가자고 하면 언니보다 더 얼른 따라나서는 활동파이다. 그러나, 자신이 해야 할 숙제를 할 때, 자신의 준비물을 챙길 때, 조리 있게 말의 순서를 정리할 때 등에서 보이는 집중력은 매우 뛰어나다. 결국 집중력과 활동성은 별개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임상에서 보면, 활동성과 집중력이 모두 높은 경우도 있고, 활동성은 높고 집중력은 낮은 경우도 있으며, 활동성도 낮고 집중력도 낮은 경우도 있다. 각자 자신의 아이들의 활동성과 집중력을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연구에 의하면 활동성이 높은 아이들이 대체적으로 학업성적은 낮은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연관의 정도는 집중력보다는 낮으며, 또한 이 연구들이 주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정적 반응성' 요소와 성적과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부정적 반응성이 높은 아이들은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자기가 하던 일을 중단하고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매우 세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아이들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학업성적이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두 가지만 덧붙이고 정리해볼까 한다. 하나는 국어 과목에서는 기질과 성적이 관련이 높았지만, 수학 과목에서는 다소 상이한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는 수학은 '수 개념'이라는 다소 별개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또한 객관적인 성적과는 별개로, 선생님의 아동에 대한 평가에서는 집중력, 부정적 반응성, 이 두 가지 요소와 선생님의 평가가 매우 관련이 깊었다. 즉, 선생님들은 집중력이 좋고, 순종적인 아이들에게 객관적인 성적과 별개로 주관적으로 좋은 평가를 해주더라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정리하며 몇 가지 시사점을 말해야 하겠다.
첫째, 집중력이 높은 아이들과 그리고 활동성과 부정적 반응성이 낮은 아이들이 초교 저학년 때에 학업성적이 우수하다. 둘째, 특히 국어 과목에서 기질과 성적과의 관련이 높으며, 수학은 다소 관련이 떨어진다. 셋째, 학년이 올라갈수록 집중력 요소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초등학생의 인지체계와 중학생 이후 어른의 인지체계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구체적 조작기’와 ‘추상적 조작기’ 사고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위에 말한 부분은 주로 초등학생들에게서 기질과 성적과의 관계이다. 그러므로, 중학교 이후의 성적과 기질과의 관련성은 또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어떤 연구자들은 사춘기 이후의 지능이 초등학교 시절 지능보다 부모의 지능과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으며, 이는 중학생 이후의 지능이 더 유전적 연관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생각해 볼 점이다. 성적이 기질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못한다.





     박진균의 기질별 육아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박진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기질별 육아혁명>의 저자.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의료원에서 정신과 전공의 과정과 소아정초년정신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 등을 역임하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만났고,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아동의 기질’ 택하게 되면서 책을 집필하는 등 ‘기질’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다. 기질이 너무나도 다른 두 딸의 아버지로서, ‘기질에 적합한 양육’, ‘기질별 육아’를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2008년부터 소아청소년 상담클리닉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이메일 : jinjin94@naver.com      

최신글




  • 지기 싫어하는 아이 사회성 키우기지기 싫어하는 아이 사회성 키우기

    박진균 | 2015. 03. 10

    오늘은 ‘지는 것을 못 견디는 아이’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란 매우 중요한 활동입니다. 세계 모든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놀이는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에게도 발견된다는 점을 보면 진화적으로 꼭 필요한...

  • 산만한 아이의 사회성 키우기…짓궂은 행동 잘 살펴야산만한 아이의 사회성 키우기…짓궂은 행동 잘 살펴야

    박진균 | 2015. 02. 10

    [우리 아이 사회성 키우기 1] 산만한 아이의 사회성 키우기 사회성 키우기 첫 시간은 산만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특히 남자 아이들 중에는 산만한 기질을 타고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산만한 기질이란 태생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행...

  • 사회IQ 높은 아이 다섯가지 특징사회IQ 높은 아이 다섯가지 특징

    박진균 | 2015. 01. 20

    지난 칼럼에 이어서 아동의 사회성 향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성이 좋은 아이"란 어떤 아이를 말하는 것일까요? 다른 동네에서 전학을 오거나 새로운 학년이 되어 친구가 없을 때, 부모님들은 흔히 주위에서 사회성이 좋은 ...

  • 싸우면서 큰다고? 우리 아이 사회성 높일 불문율싸우면서 큰다고? 우리 아이 사회성 높일 불문율

    박진균 | 2014. 06. 18

    아이의 사회성을 높이고 싶은 부모들에게  자기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저도 제 큰 딸아이가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 친구들과 잘 못 지내는 것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간 아...

  • 세월호 사건에 대하여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주어야 하나?세월호 사건에 대하여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주어야 하나?

    박진균 | 2014. 05. 07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도 벌써 열흘이 더 지났습니다. 계속되는 실망스러운 소식들 때문에 전국민이 우울증에 걸릴 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다운 걱정도 해봅니다. 오늘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