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질별 육아(5)] 기질 까다로운 아이 잘 키우는 5가지 원칙
오늘 아침 진료실에 일호 어머니가 왔다. 일호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지난 주 입학식엔 갔지만 월요일인 오늘 학교에 안 간 것이다. 일호는 기질적으로 매우 예민하고 소심해서 예전부터 내가 진료를 봐오던 아이였다.
일호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에 종종 빠지곤 했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낯선 집에는 전혀 안 들어가려 했으며, 낯선 사람을 보면 과도하게 두려워하여 숨곤 했다. 만 2세 9개월에 어린이집에 보내려 했는데 초반에 안 가려해서 억지로 보내야 했으며, 집에 오면 분리불안이 심해서 엄마가 혼자 쓰레기 버리러 밖에 나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런 소심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일호는 운동을 좋아해서 방과 후면 꼭 2시간씩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놀다왔는데, 종종 또래와 다툼이 생기면 감정조절이 안되어, 싸움이 나거나 심한 말을 해 친구와 결별하는 일이 흔했다. 학년이 올라가며 학교 가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문제는 캠프나 수련회처럼 밖에서 자게 되는 경우 일호는 이를 거부했다. 낯선 곳에서 잘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번에 중학교 진학 시에는 친한 친구들이 주로 배정되는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배정된 것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일호는 기질 상, ‘위험 회피’ 요인이 매우 높고, 더불어 ‘부정적 반응성’, ‘활동성’ 요인 모두가 높은 아이로 생각된다. 위험 회피 요인이 높은 아이들은 겁이 많고, 낯선 환경에 거부감이 심하다. 또한 부정적 반응성이 높은 일호는 자기 고집이 매우 세고, 타인에 의해 타협되거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다! 한마디로 기질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아이인 것이다.
먼저 위험 회피 요인이 높은 아이를 키우는 원칙부터 열거해보자.
첫째, 아이의 예민한 기질, 낯선 것에 소심한 성격을 인정하고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 아동의 기질 혹은 성격이 뇌에 의해 결정된다는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뇌 속에는 편도체(amygdala)라는 아몬드 모양의 구조체가 좌우에 하나씩 두 개 있는데, 이것이 우리의 공포에 대한 기억과 반응을 결정한다. 예민한 기질의 아이들은 타고나게 편도체가 낯선 것에 대해 쉽게 놀람반응을 유발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이의 예민함, 소심함은 자신도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둘째, 아이가 새로운 것에 적응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미리 설명하고 실행 시에는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소심한 아이들이 새로운 것에 전혀 흥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다.
셋째, 과도한 감각적, 감정적 노출을 삼간다. 아이는 사람이 너무 붐비는 곳을 싫어할 수 있으며, 시끄럽거나 낯선 곳을 극도로 거부할 수 있다. 또한 아이는 피곤할 때 혼자 있고 싶어 할 수 있다. 아이의 이런 요구를 이해하고 허용해야 한다.
넷째, 적절한 규칙과 한계 설정이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과잉보호하지 마라! 예민한 아이를 너무 허용적으로만 키우면 '떼쟁이 왕자', '떼쟁이 공주'가 될 수 있다. 폭력에 대한 금지, TV 시청시간 규칙, 학교 등하교, 숙제 등 큰 테두리에서는 규칙과 한계를 잘 정하고 지키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알아야 할 점은 아이의 행동이 기질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인지, 떼쓰는 것인지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질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행동에는 허용을 해야 하고, 떼쓰기에는 원칙고수가 필요하다.
일호가 다시 학교에 가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내 마음을 내리누른다. 만약 새 학교를 가지 못한다면, 전학도 알아봐야 할 것이다. 미리 신경을 써주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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