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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치자마자 우르르~ 짜증 멀리, 친구 가까이

양선아 2016. 11. 02
조회수 14682 추천수 0
[‘잘 노는 학교’ 시흥초 가보니]

학생들 의견 반영해 만든 나래터
떼지어 몰려다니며 술래잡기, 피구…
 
처음엔 끼리끼리 놀다 이젠 모두 함께
자율적으로 편 나누고, 규칙 정하고
 
게임 하는 동안 의견 차 있어도
아이들 스스로 문제 해결
 
“예전엔 휴대폰밖에 할 게 없었는데
함께 놀 수 있어 훨씬 즐거워”
 
왕따나 은따 문제도 줄어들고
예전엔 미처 몰랐다, 학교가 이럴줄
“수업 빨리 끝나라 끝나라 했는데 
지금은 금요일 빨리 와라 와라”

시흥초1.jpg » 경기도 시흥초 학생들이 학교 내 자유 놀이 시간에 반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고 있다. 이 학교는 4학년, 6학년의 한 반을 선정해 한 학기 내내 일주일에 60분씩 자유 놀이 시간을 줬다.
 
아이들의 놀 권리가 강조되면서 아이들에게 놀 시간과 놀 공간을 어떻게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이 좀더 구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잘 노는 우리 학교 만들기’의 사업은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나왔다. 흔히들 놀 시간과 공간을 주자고 하면 가정이나 놀이터를 떠올리지만, 세이브더칠드런은 한국적인 상황에서 아이들의 놀 권리 증진을 위해서 학교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세이브더칠드런이 1일 발표한 연구 결과를 봐도 학교 내에서 일주일에 1시간씩만이라도 놀 시간, 놀 공간을 제공하면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학교 내에서 자유 놀이 시간을 가진 학생들이 어떻게 노는지, 또 아이들 스스로 어떤 변화를 느끼는지 알기 위해 지난 21일 경기도 시흥초등학교를 찾았다.  

오후 1시, 5교시 종이 치자마자 4학년 3반 학생들이 우르르 운동장 한켠으로 몰려나왔다. 학생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이 학교 안에 조성한 놀이 친화적 공간인 ‘나래터’를 중심으로 떼 지어 몰려다녔다. 나래터는 높낮이가 다른 목조 건물로 구성됐는데, 이 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조성했다. 아이들은 숨바꼭질할 수 있고, 뛰거나 달릴 때 스릴감을 느낄 수 있기를 원했다. 아이들은 ‘나래터’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역적 놀이’ ‘영화 찍기 놀이’도 했다. 20~25분 동안 그런 방식으로 놀다 누군가가 “이제 피구 합시다”라고 소리쳤다. 이끄는 사람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공놀이에 모두 동참했다. 아이들 스스로 피구장 선을 긋고, 반 전체가 피구를 하기 시작했다. 자율적으로 편을 나누고, 규칙을 정하고, 공놀이를 진행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자리 등을 두고 의견 차가 있었지만 선생님은 관여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3학년 때는 ‘수업 빨리 끝나라, 끝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금요일 빨리 와라, 빨리 와라’라고 생각해요.”
놀이 시간이 끝난 뒤 만난 황유정(11)양은 눈을 반짝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황양은 “반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니 학교가 너무 즐겁고 재밌다”고 했다. 옆에 있던 고태인(11)군 역시 놀이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신이 나 떠들었다. 학교가 끝난 뒤 학원을 4군데나 다닌다는 고군은 “나래터에서 뛰어놀 수 있고, 그림도 그리고, 시원한 그늘이 있어 책도 읽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고군은 학교에서의 놀이 시간 덕분에 공부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5교시에 이어 6교시에는 6학년 학생들의 놀이 수업 시간이 이어졌다. 6학년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놀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얼음땡’ ‘술래잡기’ ‘숨바꼭질’이었다. 반 전체 아이들이 참여하고,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았다. 김혜란 담임 선생님은 “처음 놀 때는 끼리끼리 놀더니 여러 차례 놀면서 반 모두 함께 놀게 됐다”며 “놀이 시간 덕분인지 다른 반에 비해 고학년 학생들의 ‘왕따’나 ‘은따’ 문제가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놀이 시간을 가진 학생들의 또래 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놀이 시간이 없던 때보다 9%포인트 올랐다.  

6학년 학생들은 학교 내 자유 놀이 시간 덕분에 휴대폰 사용이 줄고 친구들과의 친밀감이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민서(13)양은 “예전에는 쉬는 시간에 반 뒤에서 공기놀이만 했는데, 이제는 나래터에 나와 술래잡기나 얼음땡 놀이를 하고 논다”며 “친구들과 더 친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김지은(13)양도 “예전에는 친구들과 휴대폰밖에 할 것이 없었는데 이렇게 함께 놀 수 있어 훨씬 즐겁다”고 말했다. 강유진(13)양은 “나래터가 생기기 전에는 친구하고 뭘 하고 놀까 생각하다가 시간을 많이 허비했는데, 이제는 친구들과 자주 놀아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놀아서 좋다”고 말했다. 친구들과의 놀이 시간 경험이 아이들에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국내옹호팀 팀장은 “이번 실험을 통해 학교에서 놀 시간, 놀 공간을 제공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근거를 확보했다”며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킬 방향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수업 대신 놀이’ 효과 보니]

공부 흥미·또래 관계는 쑥 늘고
우울감·공격성은 확 줄어들어
시흥초2.jpg » 경기도 시흥초등학교에 조성된 놀이 친화적인 공간. 아이들은 이 공간에서 일주일에 60분씩 반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놀았다. 사진은 6학년 학생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장면. 양선아 기자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매주 한 시간만 놀았는데도 공부 태도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게 연구 결과로도 확인됐다. 

국제 구호개발 비영리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명우임상심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3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시흥초등학교 4학년, 6학년 학생 58명(실험집단 30명, 통제집단 28명)을 대상으로 놀이의 효과를 조사했더니 학교에서 수업 대신 일주일에 한 시간 마음껏 뛰어논 학생들(실험집단)은 뛰어놀기 전과 비교해 공부에 대한 흥미와 태도 점수가 6%포인트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하위 10%(3명) 학생들의 공부 태도 점수는 21%포인트나 올랐다. 반면 정상 수업을 한 통제집단은 큰 변화가 없었다. 

놀이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놀이 참여 학생들의 또래 관계 수치가 9%포인트 가까이 올랐고, 교사에 대한 만족도 수치도 11%포인트 올랐다. 이외에도 학생들이 협동하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등 사회성 기술도 전보다 10%포인트 올랐다. 반면 불안감이나 우울감, 공격성 등은 5~8%포인트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아이들의 놀 권리를 주장해온 세이브더칠드런이 ‘잘 노는 우리 학교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이 단체는 지난 3월 장난감 업체 손오공의 후원을 받아 경기도 시흥초 내에 놀이 친화적인 공간을 조성했다. 놀이 공간은 ‘꼬마 건축가’로 불리는 이 학교 학생 30여명의 의견을 반영해 조성됐다. 놀 공간이 마련된 뒤 학생들은 이 공간에서 반 전체 학생이 자유롭게 놀았다. 놀이 방법은 학생들이 정했다. 명우임상심리상담소는 아동들의 학교생활 만족도, 학습 태도, 사회성, 스트레스 대처 능력, 정서 및 행동 문제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를 만들었다. 항목마다 ‘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3~5개의 척도를 만들고 학생·부모·선생님에게 점수를 매기게 해 놀이 실험 전후로 비교했다. 이외에도 뇌파 검사, 인터뷰, 그림 검사 등도 실시했다. 

김향숙 명우임상심리연구소 소장은 “기존 연구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겪는 아이와 같이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를 대상으로 놀이의 치료적 효과를 검증했다면, 이번 연구는 일반아들을 대상으로 예방적 차원에서 놀이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입증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또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놀 시간, 놀 공간 정책을 좀더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놀이 시간 뒤 달라진 아이들 그림]
시흥초그림_전.jpg » 경기도 시흥초등학교 한 학생의 놀이 프로젝트 전 그림.

세이브더칠드런의 놀이 실험에 참여한 한 학생의 그림 검사. 실험 전과 후의 달라진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시흥초그림_후.jpg » 경기도 시흥초등학교 한 학생의 놀이 프로젝트 후 그림.

‘동적 학교생활화 그림 검사’(Kinetic School Drawing: KSD)는 아동이 학교에서 자신을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투사적 그림 검사이다. 검사할 때 학교에서 아동 자신과 교사, 친구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친구 및 교사와의 상호작용과 개인의 태도와 정서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이 기획한 이번 놀이 프로젝트에서 명우임상심리상담연구소는 동적 학교생활화 그림 검사를 실시했다. 김향숙 상담소 소장은 “놀이프로젝트 시작 전에 그린 학교생활 그림에서는 또래에 대한 상호작용이 활발하지 않거나 소외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었으나, 사후 검사 결과에서는 또래와 보다 활발하게 상호작용하고, 교사와의 친밀감이 표현됐다”고 말했다. 

한 학생의 그림을 예시로 보자. 4학년 ㄱ학생의 사전 그림에서 ㄱ학생은 칠판이 가장 큰 크기로 존재하고 앞의 교사를 바라보는 아동들이 커다란 책상을 앞에 두고 공부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ㄱ학생은 그림에 대해 “수업하는 시간이며 그냥 공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사후 검사에서는 ㄱ학생은 친구들과 공기놀이를 하는 장면을 묘사하였는데, 인물의 크기가 커지고 밝은 표정이 나타났다. 그림의 제목도 ‘행복한 우리 반’으로 정하는 등 또래 관계에서 활발한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다른 학생들의 그림 검사에서도 친구들이나 선생님에 대한 친밀감이 높아지는 묘사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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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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