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실수, 너의 인생은 너의 것

권오진 2016. 10. 25
조회수 6407 추천수 0

car-accident-1752868_960_720.jpg » 자동차 사고. 사진 픽사베이.

 

아들이 자동차 사고를 냈다. 아침에 아빠차를 몰고 주차를 하다가 발생한 접촉 사고였다. 상대방의 차는 범퍼에 손상이 가고 후미등이 깨졌다. 아들은 곧 엄마에게 알렸고, 아내는 보험으로 처리를 했다. 12시 잠이 들려는 순간 아들이 들어왔다. 아들은 이 번 사고에 자신이 아빠에게 얼마를 드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아들, 아빠에게 100만원 빚졌다' 라고 말했다.

 

불행은 소리 소문없이 온다고 했던가. 아들이 봄에 면허를 딴 이후, 처음으로 자동차 접촉 사고를 냈다. 그런데 그 사고를 내는 과정을 보면 인과의 법칙이 적용되었다. 역시 세상에는 우연이란 없다. 우선 아들은 그 전날 외박을 했다. 그리고 아침 8시에 집에 왔다. 그런데 굵은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자 아들은 묘한 상상을 하고 판단을 한다. 바로 지하 주차장에 있는 아빠의 차를 1층으로 옮겨 놓으면 자동으로 세차가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 아빠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 1층에 빈자리를 살펴보니 한 곳이 비어있다. 그러자 차를 몰고 1층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주차를 하려는 순간, 이미 다른 차가 주차를 해버렸다. 순간, 아들은 당황했고 다시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다가 다시 빈자리를 발견했다. 그런데 주차 공간이 다소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차를 들이 밀고 주차를 시도했다. 그러다 소리와 함께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아들은 주차를 멈추고, 집으로 들어와서 사고가 났음을 알렸고, 아내는 빠르게 아들과 그 곳에 갔다. 먼저 관리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차주에게 연락을 해서 바로 만날 수 있었다. 이어서 보험사에 연락을 해서 담당자가 도착했고, 보험 처리를 하기로 합의를 보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내는 상대방 차의 손상 정도를 알려주었지만 내 차에 대해서는 조금 긁혔다고만 말한다. 오전 10, 나는 집에서 나오자 바로 내 차로 향했다. 차를 보는 순간 화가 났다. 뒷문에 손상이 갔는데 긁힌 정도가 아니가 판금을 해야 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일반 견적으로 50만원 이상은 나올 듯 했다. 무엇보다 요즘 바빠서 차를 맡기기 어렵고, 이런 차를 운전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상하게 했다. 아들은 지금 방에서 자고 있다. 내가 아들에게 과연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렇다. 먼저 생각을 정리하자.

 

아들은 그 날, 12시에 들어왔고 나는 잠이 막 들려는 순간이었다. 아들은 안 방을 열고 들어와서 아빠, 사고내서 미안해요라며 고백 겸 자책을 에둘러 말한다. 그 말에 부자는 서로 의자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면서 나는 묻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장황한 설명과 심경을 표현한다. 우선 가슴이 쿵쾅거렸으며, 머리가 쭈빗 설 정도로 두려웠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한다. 나는 아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후에 우선 주차에 대하여 말했다.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비가 올 때 자동차가 비를 맞는 것이다. 또한 뜨거운 햇빛도 자동차의 도료를 상하게 함으로 여름에도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며 겨울 역시 추위가 오일계통에 영향을 주기에 항상 지하에 주차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큰 소리를 내거나 혹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이미 사고는 발생했다. 이제 새옹지마의 말뜻과 같이 이를 통하여 올바른 운전 습관을 알려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들에게 첫 번째 질문은 왜 접촉 사고가 일어났는냐?’고 원인 규명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아들은 자신이 무리하게 주차를 하려다가 그랬다고 말한다. 나는 질문을 계속했다. ‘왜 외박을 하고 판단력이 부족할텐데 주차를 하려고 했느냐?’ ‘왜 아빠차를 사용하는데 알리지 않았느냐?’ ‘주차공간이 협소한데도 불구하고 주차를 하려고 했느냐?’ 그러자 나름대로 상황설명을 한다. 아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후에 나는 아들에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정리를 해주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하는 눈치다


이어서 이번 사고가 나기 전에 몇가지의 나쁜 징조가 있음을 말했다. 정황을 살펴 보면 

1)비가 온다. 그러면 주차시 시야가 좁아진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리면 주차 시 후방경고등이 있어도 옆은 잘 보이지 않는다

2)외박을 하고 아침 일찍 운전을 한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 당연히 집중력이 약하며, 따라서 공각지각능력도 떨어진다

3)좁은 주차공간에 주차를 한다. 충분한 수면을 하지 못했으므로 판단력이 떨어졌다

4)자동차 운전 경력이 짧다. 아들은 자동차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와 경험 부족이 무리한 판단을 했고, 사고를 야기시켰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자 아들은 고개를 떨군다. 하지만 나는 아들이 자책하거난 혹은 기가 죽기를 바라지 않으며,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하여 전화위복이 되기를 바랬기에 경험부족에 방점을 찍었다.

 

아들이 봄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그리고 날을 잡아서 1달 전, 수원IC부터 천안, 그리고 다시 안산까지 고속도로 연수를 시켜주었다. 순간 속도 120키로까지 밟았다. 아빠의 차를 아들이 사용하는 것도 유연하게 허락했다. 명분이 있으면 빌려준다고 했다. 2주 전에는 친구가 군대에 간다고 하기에 12일 동안 자동차를 사용하게 했다. 아들의 첫 번째 부탁이기에 허락했다. 그러나 사실 그 날은 아빠가 수도권에서 오전과 오후, 저녁에 강의가 3번이나 있는 날이었다. 아내는 이를 알고 이동에 대한 걱정을 했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했다. 첫 부탁인데 아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아들과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앞으로 아빠의 차를 쓰려거든 사전에 통고를 하고 써라그리고 아빠에게 100만원 빚졌다로 정리를 했다.

 

'빚'은 채무로서 내가 상대방에게 지불해야할 금액이다. 사실, 빚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현금 지급의 채무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심리적인 빚, 마음의 빚도 빚이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기간이 훨씬 길고 많은 부담이 된다. 친한 친구라도 밥 2번 얻어먹으면 한 번은 사줘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이 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대한 부조도 이와 같다. 아들은 빚에 대한 로고스를 이미 정확히 알고 있다. 요즘 아들과는 평소에 별로 대화가 없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전화가 오고, 만나서 상의를 한다. 이미 아빠의 두뇌 회로를 90% 이상 이해를 하고 있다. 아들과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전국 여행을 230번 이상을 한 경력이 소통을 만들었다.

 

이번 사건의 처리방식은 그동안 해왔던 일반적인 훈육의 범주였다. 만일, 큰소리를 치거나, 화를 내거나 혹은 때린다고 이미 발생한 사건을 되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아들과의 사이만 더 나빠진다. 사실, 그동안 아들은 때리거나 큰소리로 화를 낸 적도 없다. 그저 대화의 기본법과 같이 아들과 마주보는 자세에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으며, 아들은 아빠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또한 아빠에게 100만원 빚졌다라는 말을 통하여 아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었다. 이는 운전에 대한 올바른 자세와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뜻도 아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자동차를 운전할 때 이번의 일이 반면교사가 되어 자동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21살의 아들, 아직도 세상에서 배울 것이 많은 나이이며 또한 시행착오나 실수나 실패를 많이 할 나이다


아들아, 너의 인생은 너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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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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