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다소 선정적인데다 표지에 저자를 내세웠는데, 저자의
얼굴이 밝고 화려해서 튀는 느낌이었다(아 그분에 대한 반감은 결코 아니다).
아마도 TV프로그램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EBS <60분 부모>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 그렇게 한 것 같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조금 거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내용은 궁금했고 당장 사서 읽고 싶었지만, 내심 <책 읽은 부모> 도서로 선정되지 않을까? 기다렸는데, 역시나!!!
게다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내용에 감사하며 꼼꼼히 박음질하듯이
읽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분노조절장애.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한번쯤 자신에게 분노조절장애가 있지 않은지 의심해 보지 않았을까?
나의 경우
최근에 종료한 프로젝트에서 아주 절절하게 경험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던 인력 중 대다수가 그랬고,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욱했는데, 이는 저자의 말대로 사소한 일로 욱해서 많은 사람에게 나쁜 기운을 퍼뜨리는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대한정신건강의학회에서 2015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절반이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고, 이 중 10퍼센트는 지금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라고 하니 정말 이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라 할 수 있겠다.
저자도 이런 사회를 걱정하면서 아이가 욱하는 성인으로 자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책을 썼는데, 이 책은 내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는 열성(?) 엄마만 읽은 것이
아니라 성인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꼭 읽었으면 싶다.
대체 왜 육아 서적은 엄마만 읽는단 말인가!
더 큰 문제는 아빠에게 있는데...
아빠들이여! 제발 책 좀 읽어주시라.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나는 어떤 상태인지, 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했었는지
되짚어 보느라 시간이 더 많이 걸렸는데, 예를 들면 훈육에 대한 부분이 그랬다.
<훈육하는 시간은 짧게는 40분, 길어지면 2시간 이상 걸린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훈육을 5분, 10분 만에 끝내려고 한다.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가 안쓰럽든 본인이 화가 나든 마음이 불편해져서 못 견딘다.>
나는 어떠했던가? 정말 5분 10분이 넘어가면 내가 불안했다.
훈육 중 아이가 목이 마르다 거나
소변이 급하다며 그 자리를 회피하려고 한다는데 내 조카가 딱 그랬다.
물론 부모는 “마시고 와”, “갔다 와” 하며
허용 해 주었지만 역시 그러면 안 된다고.
설령 아이가 못 참고 혹은 일부러 옷에다 실례를 하게 되더라도 “괜찮아 옷은 빨면 돼”라고 담담하게 반응하면서 훈육의 시간은 유지
되어야 한다고.
지인의 경험담도 떠올랐다.
엄마는 출근 준비에 마음이 급한데, 아이는 비협조적이었고 결국 엄마는 아이에게 사정사정 해 가면서 겨우 겨우 출근하는 상황이 반복되던 중 중대결심을
한다.
회사에는 좀 늦게 출근하겠노라 양해를 구하고 작정하고 훈육을 하기로 한 것.
아침 출근 시간 여느 때와 같이 아이는 엄마의 요구에 불응으로 일관했고, 결국 1시간을 넘긴 훈육의 시간 끝자락에 아이는 엄마에게 항복했다.
지인의
말로는 그때 처음으로 아이로부터 자신에게 주도권이 넘어 왔다고.
그래,
제대로 된 훈육에는 시간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체벌을 훈육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 몸에
손을 대거나 폭언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한 의도였다 해도 자기 뜻을
거스르는 사람을 잡아다가 고문하는 것이 용납될 수는 없다는 저자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한 어린 생명이 훈육이라는 미명아래 행해진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전반적인 노력과 함께 체벌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아이가 똑 부러지게 제대로 못할 때 내가 자꾸 욱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기준을 점검하는 일이다. 만약 내
기준이 그리 높지 않다면, 다음으로는 아이를 점검해야 한다.>
부단한
노력으로 지금은 그런 경우가 드물지만(아주 없지는 않다), 나
역시 아이에게 욱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욱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달라지기는커녕 ‘아 조금만 참을 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는데, 그러면서 아이에게 욱하는 원인이 아이에게
있는지 나에게 있는지 곰곰 생각해 봤다.
대부분 아이에게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나였다.
나의 기준에 문제가 있었던지 아니며 나의 심리상태가
문제였다.
‘내 욱을 조절해야겠다’라는 마음을 일부러 먹지 않으면, 욱하는 사람은 계속 욱하게 되어 있고 점점 더 강도가 세지며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나아지지도 않는다.
결국 나의 감정을 내가 욱하는 원인을, 욱하는 상황의 공통분모를
찾아내야 한다.
욱하고 후회하는 경험이 있거나, 욱하는 자신이
싫다면 이 책을 읽으며 자가 점검을 해 보자.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육아에서 아이를 기다린다는 것은 ‘참아 주는’것도, ‘기다려 주는’것도
아니라 당연히 ‘기다려야만’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기다릴 때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가만히 관찰하며 적절한 선에서 ‘개입’ 해 주라고 한다. 단, 어떤
감정도 싣지 않고.
행동이 느린 아이에게는 보통 보다 2배의
제한시간을 두고 기다리라는데, 우리 아이도 행동이 느린 편이라 시간을 제한하고는 하는데 굉장히 효과적이다.
가끔 스톱워치 보다 먼저 해내면 시간이 남았노라, 빨랐노라 하며
스스로 뿌듯해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안전한 세상에 살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가치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깊게
새겨 보자.
첫째,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때릴 권리는
없다. 설사 부모라고 하더라도 그렇다.
둘째, 어느 누구도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격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한 권리는 없다.
셋째, 타인의 권리도 소중하다. 그것이
나의 이익에 위배된다고 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했다면,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물어줘야 한다.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