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진정한 일곱 살이란?

정봉남 2016. 10. 12
조회수 5154 추천수 0
이 세상에는 하늘의 별만큼 들의 꽃만큼 
수많은 일곱 살이 있어요. 
하지만 진정한 일곱 살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첫 문장을 읽어주자 아이들 사이에 작은 술렁임이 인다. 입술에 힘을 주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고개는 갸웃하며 귀를 쫑긋한다.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호기심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나오는 아구똥한 표정들. 진지해서 귀여운 일곱 살짜리들에게 ‘진정한’ 일곱 살의 징후를 하나씩 일러주는 맛이라니.  


진정한 일곱 살은요,
앞니가 하나쯤 빠져야 해요.   



4_진정한 일곱 살 희수.jpeg » <진정한 일곱 살> 책을 들고 있는 희수. 사진 정봉남. 하하하. 무슨 대단한 조건이 내걸릴 줄 알았나 보다. 에이, 앞니 하나쯤이야! 이빨 빠진 개구쟁이들은 단체로 이~하고 웃는다. “봐봐요. 나도 이빨 빠졌어요.” “나는 세 개나 없다!” 앞니 없는 게 대단한 일이 되어 어깨를 으쓱한다.  

이어 진정한 일곱 살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스피노사우루스가 누군지 알아야 하고, 물론 그릴 줄도 알아야 한다. 애완동물이 외롭지 않게 잘 돌봐줘야 하고, 마음이 통하는 단짝 친구가 있다. 진짜로 진정한 일곱 살은 양보할 줄도 알고, 자기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외울 줄 안다. 하지만 진짜 진짜 진짜 진정한 일곱 살은 혼자 잘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일곱 살의 덕목들을 하나씩 자기한테 맞춰보던 아이들도 마지막 조건인 ‘혼자 자기’에서는 우르르 무너진다. 어둠 속에서 잠들지 못하고 “어, 어, 엄마!”를 애타게 불렀던 기억들 때문이다. 혼자서 자는 건 아무래도 겁이 난다. 책에서처럼 그림자 괴물들이 나올 것만 같다. 
4_진정한 일곱 살.jpg » <진정한 일곱 살>(허은미 글, 오정택 그림/ 양철북)도서관에 견학 온 아이들이 유난히 좋아해서, 한 마디 툭툭 던질 때마다 온몸으로 공감하고 반응하는 모습이 재미나서, 시시때때로 읽어주는 책이 바로 <진정한 일곱 살>(허은미 글, 오정택 그림/ 양철북)이다. 

“이빨이 하나도 안 빠졌어요.” 약간 풀죽은 목소리로 아직 단단한 이를 만져보던 희수는 왠지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닌 것만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 ‘나는 언제 진정한 일곱 살이 되냐’며 치과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의사선생님이 “희수 일곱 살이지? 이상하네.” 하시더니 사진을 찍어보고 아랫니 뿌리가 휘어져서 자동으로 빠지긴 어렵다고 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온 김에 빼자했는데 앙~하고 울음을 터뜨린 희수, 빼기 전에는 울고불고 난리였는데 정작 이 하나 빠지고 나니 너무 좋아했단다. 진정한 일곱 살이 되었으니까.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얼굴로 그림책 들고 인증샷을 보내왔다. 

4_치과에 간 희수.jpeg » 치과에 간 희수. 사진 정봉남.
진정한 일곱 살의 첫 관문을 통과한 희수는 점점 용감해지고 있는 게 틀림없다. 희수 엄마 말씀에 따르면 얼마 전 이사를 했는데 새집에서 혼자만의 첫날밤을 보내겠다고 했단다. 덜덜 떨면서도 굳이 혼자 자겠다고.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도 잊지 않았다고. 그런데...갑자기 잠이 안 온다며 방문을 열고 나왔단다. 히힛! 

 “일곱 살인데 아직도 그걸 못해? 일곱 살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가 아니라 “일곱 살에 못하면 어때! 여덟 살에 해도 괜찮아. 알았지?” 이렇게 말해주는 그림책 덕분에 세상의 많은 일곱 살 아이들이 용기를 내어 도전하고 성장하고 있으니 고맙고 기쁘다.
4_혼자 자기.jpeg » 혼자 잠들기. 사진 정봉남.
일곱 살, 스스로 할 줄 아는 일도 많아지고 자기 주장도 논리적으로 펼치는 때라서 어른들은 조심해야 한다. 엄마 아빠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할 때면 작은 몸에서 어떻게 이런 생각과 말을 쏟아내는지 기특하고 대견할 때가 많다. 진정한 일곱 살은 그렇다고, 자기도 일곱 살이라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엄청난 공감을 표시할 때는 비장함까지 내비친다. 어쨌거나 여섯 살보다 나은 일곱 살이다. 그러니 여덟 살에는 더 멋지게 변해있을 것 아닌가. 지금도 충분히 멋진, 일곱 살 아이들의 성장을 열심히 응원한다.


괜찮아!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아홉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열 살이 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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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남
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사람입니다. ‘책읽는 공부방 만들기’ 수퍼바이저로 일하며 외롭고 힘든 환경의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전하고 마음 다독이는 일을 해왔습니다. 광주광역시 최초의 민간 어린이도서관인 ‘아이숲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했고, 복합문화공간인 ‘책문화공간 봄’을 만들어 작은도서관운동, 마을가꾸기,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에 힘써 왔습니다. 쓴 책으로 <아이책 읽는 어른>이 있습니다. 현재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 북스타트 코리아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 1miracl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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