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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풍덩, 감성이 출렁… 동심에 상상의 꽃이 핀다

양선아 2016. 10. 05
조회수 4941 추천수 0
[이안 시인이 말하는 ‘동시의 시대’]

최승호 안도현 신경림 등 시인들도 
가세해 ‘동시 꽃밭’ 활짝
 
치유와 희망의 에너지에
어른들도 읽다보면 쭉 빨려들어
 
맛들면 리듬을 타고 흥얼거리고
필사 공책 만들고 외우기도
 
노래로도 변신하고
그림하고도 찰떡궁합
 
이미지 떠올리고 언어 감각 키우고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 선물
 
공부처럼 억지로 외우게 하면
시를 멀리하고 싫어하는 지름길
 
이안시인1.jpg » 지난 8월 충청북도 충주시 충주시립도서관에서 이안 시인이 ‘안아요 놀이’라는 동시를 아이들과 함께 읽고 몸으로 표현하는 놀이를 하고 있다. 이안씨 제공.
 
 톡―
 튕겨보고 싶은

 죽―
 그어보고 싶은

 와―
 외쳐보고 싶은

 풍―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하늘


윤이현 시인의 동시 ‘내 마음속의 가을 하늘’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가을, 아이와 산책하러 나가 잠시 하늘을 보며 가을시 하나쯤 읊어주면 어떨까.
53_1475636095_147057196776_20160808.JPG » 어린이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동시의 세계가 풍성해졌다. 정지용, 윤동주, 백석과 같은 빼어난 시인들이 동시를 함께 썼던 1950년대 이전의 흐름이 2010년대 이후 부활하고 있다. 안도현, 도종환, 김용택, 신경림, 최승호 등 문학적으로 평가받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기존 시인들이 동시집을 꾸준히 펴내면서 ‘동시의 꽃밭’도 다채로워졌다. 최근에도 안도현 시인이 <기러기는 차갑다>라는 동시집을 냈고, 문혜진 시인도 <의성어, 의태어 말놀이 동시집>을 펴냈다. 격월간 동시 전문 잡지 <동시마중>(페이스북 페이지)의 편집위원인 이안 시인은 “암흑의 시절인 1980년대가 시의 시대였다면, 2010년대는 동시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누구보다도 동시를 사랑하고 동시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인 그를 만나 왜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동시를 읽어야 하는지, 또 부모들이 아이들과 동시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들어봤다. 
  
웹툰과의 접목도 신선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그림책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런데 부모들이 동시에 대한 관심은 그림책만큼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최근 동시의 세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런데 동시 세계의 변화에 대해 부모와 교사, 매체가 잘 모르거나 주목하지 않는다. 동시의 맛을 제대로 전달하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엄청나게 빨려든다. 동시는 어린이만 읽는 시가 아니라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시이다. 그런 점에서 전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동시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해왔나?
“한국 전쟁 전인 1920~30년대에는 정지용, 박목월 등 시인들이 시와 동시를 함께 썼다. 그 시대에는 아동 문학 자산이 풍성했고, 동시 쪽 논쟁도 활발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문단이 양분됐다. 시인들은 시만 쓰고, 동시는 아동문학가들만 썼다. 1970년대에는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님이 이론적 기반을 만들었다. 그는 ‘시 정신과 유희정신’이라는 평론을 통해 아무리 동시라도 말놀이에 그치면 안 되며, 한국 사회의 모순이 시에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이후 동시에서도 의미가 강조됐다. 그러다 2005년 최승호 시인이 말놀이 동시집을 펴내면서 이오덕 선생님 이래 일정 정도 억압됐던 유희 정신이 복원됐다.”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은 누적 판매 부수가 30만부일 정도로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최근 펴낸 <치타는 짜장면을 배달한다>도 동시와 웹툰을 접목해 매우 신선했다.
“최승호 시인의 영향력은 강력하다. 최근 동시 흐름을 최승호 시인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한동안 대화체 도입, 유머 구사, 의미와 상황 전복 등 최 시인에 영향을 받아 다양한 창작 기법과 수사법 사용이 늘었다. 그동안 억압됐던 유희 정신이 최승호 시인 이후로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게 됐다. 최 시인 이후 시인들의 동시단 유입은 더욱 가속화됐다. 다양한 시인들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동시를 창작하고 있으니, 독자들이 동시를 마음껏 즐길 때다.”

권태응어린이시인학교.jpg » 권태응어린이시인학교에서 시를 즐기는 아이들. 이안씨 제공.

-과거보다 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동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힘든 시기다.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시는 치유의 기능, 위안의 기능을 갖고 있다. 시가 갖고 있는 치유의 기능과 함께 동시는 사랑의 문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존 시인들 가운데 동시를 쓰는 시인 상당수가 자식이나 손자, 손녀를 위해 쓰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동시를 쓰는 시인들은 어린이라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다. 동시를 쓰는 시인은 절망을 희망으로, 어둠을 빛으로 바꾸는 과정을 반드시 겪는다. 그 과정을 통해 쓰는 사람도 치유가 된다. 자연스럽게 동시는 가장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겠나. 동시를 읽다 보면 독자에게도 치유의 과정이나 희망의 과정이 전달될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에너지가 담긴 시를 아이와 함께 읽자. 그뿐만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감성이나 리듬감, 이미지를 떠올리는 능력, 언어에 대한 감각 등 동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너무도 많다.”
 
외워서 들려주면 가장 좋아
이안시인2.jpg » 이안 시인-동시 팟캐스트도 하고 동시를 알리려는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동시를 만나고 어떻게 달라지던가?
“동시의 맛을 안 아이들 가운데 날마다 동시집을 한 권씩 읽는 아이도, 동시를 노래로 만들어 흥얼거리는 아이도 있다. 자기만의 동시 필사 공책을 만들어가기도 하고, 시인에게 편지를 쓰는 아이들도 있다. 어떤 아이는 동시를 써서 보내오기도 한다. 엄마나 아빠와 같이 하루에 한 편 동시를 외우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감성을 무럭무럭 키우는 것 아닐까.”

-시라고 하면 왠지 어려워하는 부모들도 많다. 동시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달라.
“시는 운율이 있어 노래와 잘 어울린다. 동시를 노래로 만든 음반이 있다.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작품이 대표적이다. ‘우리 반 여름이’ ‘딱지 따먹기’처럼 먼저 노래로 친해지면 아이들도 부모들도 시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둘째로는 시로 만든 그림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림책 독자와 동시 독자는 정확히 겹친다. 아름다운 그림과 시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시 그림책을 함께 읽어보자. 셋째로는 출판사에서 타깃 연령층에 맞게 내놓은 기획 동시집을 먼저 읽은 뒤 차차 범위를 확장해 읽어보는 것이다. 비룡소의 동시야 놀자 시리즈,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넷째로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동시를 외워서 아이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단, 동시가 좋다고 억지로 아이에게 시를 외우게 하지는 말자. 그것은 아이가 시를 싫어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이안 시인이 추천하는 연령별 추천 동시집>
 
▶ 유아부터 
백석, <준치가시>(창비)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우리 반 여름이>(보리) * 음반
안도현, <냠냠>(비룡소)
윤석중, <넉 점 반>(창비)
최승호, <말놀이 동시집>(비룡소) 
 
▶ 초등 1-2학년부터 
김개미, <어이없는 놈>(문학동네) 
박성우, <우리 집 한 바퀴>(창비)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딱지 따먹기>(보리) *음반 
이안, <글자동물원>(문학동네) 
함기석, <숫자벌레>(비룡소) 
 
▶ 초등 3-4학년부터 
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실천문학사)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보림) *음반 
유강희, <오리 발에 불났다>(문학동네) 
장철문 외 48인, <전봇대는 혼자다>(사계절) 
정유경, <까만 밤>(창비) 
 
▶ 초등 5-6학년부터 
김륭,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문학동네) 
류선열, <잠자리 시집보내기>(문학동네) 
백창우 외 52인, <날아라, 교실>(사계절) 
송찬호, <저녁별>(문학동네) 
이정록, <지구의 맛>(한겨레아이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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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페이스북 : anmadang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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