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영어를 잘하려면 의사소통할 기회를 만들어라

김영훈 2016. 09. 19
조회수 7768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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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교육에 대한 강의를 하던 중 6세 아이에게 영어를 처음 시키는데 듣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해서 하루종일 영어그림책 CD를 틀어놓고 있다고 자랑하던 어머니가 있었다. 그 때 나는 아이의 뇌는 멀티태스킹을 힘들어한다는 말을 하면서 요새 유행하고 있는 영어 흘려듣기의 문제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듣기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아이가 놀이를 하거나 과제를 하는데도 무작정 들려주는 것은 바람직하지가 않다


아이가 놀 때 영어 CD를 들려주면 무의식적으로 영어가 기억되어 필요할 때 튀어나올 것이란 막연한 기대 하에 아이가 블록놀이를 할 때조차도 영어그림책 CD를 틀어주는데 그것은 아이의 놀이를 방해하고 아이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효과 밖에 없다. 나도 중학교 때 AFKN채널을 틀어놓으면 영어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루 종일 AFKN채널을 틀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영어공부에는 도움이 별로 되지 않고 다른 과목 공부에 방해만 되었던 기억이 있다.  


AFKN채널은 내 어휘력 수준에 맞춰진 내용이 아니라 어려운 영어단어가 많다. 더구나 다른 일을 하면서 틀어놓는다면 내용은 더욱 머리로 들어오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안 듣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AFKN채널을 흘려들으면서 영어감각을 배우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아이들이 영어듣기를 한다면 결국 뜻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뜻을 알려면 듣기에 집중에 흐름에 따른 맥락을 파악하여야 한다. 그리고 들은 내용을 시각화까지 할 수 있다면 효과적으로 영어듣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배경음악처럼 흘려듣기를 하는 것은 그것이 안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고 아이의 청각에 피로만 쌓이게 하여 다른 놀이도 집중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영어연수의 의미


영어를 알아듣는 것도 상호작용이 있어야 효과적이다.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동원하여야 한다. 듣기는 당연한 것이고, 시각도 도움이 되고, 대화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 또한 전에 느꼈던 같은 분위기 자체가 기억에 남아 알아듣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시각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말하는 사람의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발음이 나오겠다는 것을 짐작하기도 하고 제스처를 보고 말의 내용을 짐작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모양과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애니메이션보다는 실제 사람이 나오는 드라마가 더 영어를 배우는데 효과적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알고만 있었지 이 단어를 별로 쓰지 않던 아이가 어떤 상황 속에서 그 단어가 들리면 그 후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 단어를 쓸 일이 상당히 자주 생긴다. 당연히 쓸 때마다 기억에 완전히 각인이 된다. 단어 하나라도 이렇듯 상황이 결부되면 기억이 쉬워진다. 그래서 아이들도 실생활에서 영어를 직접 부딪치면서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연수는 단기에 영어듣기를 향상시키고 말하기를 키워주기에 적합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들도 방학을 이용해 단기어학연수를 많이 보내는 것 같다. 단기 연수라 하더라도 비용이 수백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회에 아이가 영어 말하기에 자신감을 얻고 돌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아이를 영어권 국가에 보낸다. 더구나 영어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동기까지 얻었으면 하는 기대감까지 갖는다.


나는 교환교수 과정이 있어서 미국에 1년간 장기연수를 갔다 왔다. 미국에서는 ESL반이라고 하여서 영어가 두 번째 언어인 외국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반을 운영하는 데가 많다. 아이들도 영어를 거의 못하는 상태에서 미국에 가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아이가 특정 단어에 대하여 모른다면 실생활 속에서 이 단어를 들어도 제대로 알아차리고 써먹을 수 없다. 그냥 흘려듣고 넘어 간다. 만약 대화 중에 모르는 단어가 어쩌다가 하나도 아니고 태반이 못 알아듣는 표현이라면, 아이는 정신적으로는 계속 위축되고 아무런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영어가 두 번째 언어인 외국인 아이를 대상으로 반을 만들고 쉬운 영어로 대화를 하고 공부시키는 ESL반을 두는 것이다. 내가 미국에 연수 갔을 때도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 아이는 ESL반에 들어갔다. 교사는 원어민이었지만 그 반에서 수업을 받는 아이들은 부모가 연수를 왔거나 미국에 이민 온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 아이는 쉽게 적응하여 영어를 잘 배웠다. 온통 영어로만 이루어지는 환경이고 그 환경에서 의사소통을 하고 적응하여야 하므로 집중적으로 영어를 배웠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아이들과 지내다보니 발음이 이상할 때도 있다. 그러나 부모가 수정해주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어느 순간 스스로 수정해서 제대로 된 영어로 쓰면서 자연스레 고쳐 나간다. 부모 중에는 아이가 영어 문장을 틀리게 말한다고 바로 고쳐주거나, 부모는 고쳐줄 만한 실력이 안 된다고 원어민 선생님을 붙여야 할지 걱정하고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는 틀린 문장도 어느새 스스로 어법에 맞게 수정한다.


활용하지 않는 영어는 늘지 않는다

아이가 원어민하고 대화를 하려면 상대방이 대단히 인내심이 있어야 하거나 내 이야기로부터 뭔가를 얻어내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미국인 상인은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 영어실력이 부족한 고객의 말을 열심히 알아들으려고 노력을 하고, 내 미국인 지도교수는 나처럼 영어 실력이 과히 좋지 못한 외국인 교환교수의 이야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집중하여 들으려고 노력한다그리고 의사소통은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잘 이루어진다


결국 영어는 듣기나 쓰기, 말하기, 혹은 문법이나 독해 등의 한 가지 방법으로 한정하여 익히면 잘 늘지 않는다. 영어그림책 CD를 하루종일 들려주거나, 디즈니애니메이션 DVD를 하루에 2~3편 보거나, 영어그림책을 매일 4~5편 읽는다고 하더라도 따로따로 한 가지만 한다면 효과적이지 못하다.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필요한 상황에 자주 노출시켜야 앞에 언급한 방법들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첫째, 의사소통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방법으로 연습하자.

영어그림책을 다 외워도 영어로 유창한 의사소통을 할 능력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적다. 영어그림책CD를 하루종일 들으면 어느 날 소리가 다 들릴 것 같은 기대를 가지는 부모도 있지만 마술적으로 귀가 뚫리는 일은 거의 없다. 의사소통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의사소통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둘째,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노출시간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영어가 키워지지는 않는다. 모국어라 하더라도 아이가 의미 있는 말을 하려면 12개월 가까이는 되어야 한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를 자유롭게 말하려면 신생아 때부터 시작할 경우 5,000시간 이상 노출하여야 하며 모국어에 5000시간 노출하여 시작하는 경우라도 2,000시간은 노출하여야 한다. 2,000시간이라면 하루에 3시간씩 하더라도 2년 이상 걸리는 시간이다.


셋째, 자기가 좋아서 영어를 하게 하자.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값비싼 영어교육 교재를 들이민다고 해서 아이가 영어가 느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거나 잘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영어공부를 시키는 것은 트라우마만 만들 뿐이나 영어에 대한 나쁜 기억은 오래 가기 때문에 영어를 열심히 해야할 초등학교 때 영어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다.


넷째, 영어그림책CD를 흘려듣게 하기보다는 시간을 내어 그림책을 보면서 듣게하자.

이미지를 같이 보면서 동시에 소리와 관련지어 듣기를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레 문장 체계를 다질 수 있다. 그림책을 보면서 CD를 듣거나 부모가 읽어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처음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어 감각이 키워지기 시작하면 그 발전 속도는 무섭다. 영어그림책을 다독하는 것은 영어를 익히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이다.


다섯째, 영어수업시 정서적 교감이 있어야 영어가 는다.

부모들은 원어민 수업을 선호한다. 원어민 수업을 하면 영어가 금방 늘 것 같지만 한번 할 때마다 한 시간씩 수업한다고 생각하면, 일주일에 한두 번의 수업으로 갑자기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 선생님이 오셔서 수업을 하는데도 거부감을 가지거나 낯가림을 하거나 진득하니 집중하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일이 많다. 그러니 정서적인 교감이 없는 상태에서 원어민이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영어가 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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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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