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인공지능시대에 영어는 필요한가?

김영훈 2016. 07. 22
조회수 8615 추천수 0


board-1072566_960_720.jpg » 사진 pixabay.com인공지능시대에 대비하는 유아교육을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영어가 정보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야기하였다. 그 때 어떤 어머니가 이런 질문을 하였다. 

“수백가지 언어를 번역하고 통역해주는 앱이 등장할 텐데 영어를 배우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였다. 사실 맞는 이야기다. 언어를 인식하고 번역하거나 통역하는 일은 인공지능분야에서도 상당한 발전한 분야여서 실시간으로 번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을 하는데 스페인에 있는 페친이 게시한 타임라인의 글을 그 즉시 번역단추를 눌러 읽고 있다. 물론 아직은 번역이 서투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내용의 말을 하는지는 대충 파악이 된다. 앞으로는 더 기술이 발전할 것이므로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당연히 나올 수 있다. 


그때 나는 현재 내가 영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하여 말했다. 요즘 나는 한글로 논문을 쓰지 않는다. 한국에서 발행한 잡지조차도 영문으로 논문을 내야하는 곳이 많아지기도 하였지만 내 논문이 학계에 영향을 주려면 SCI급저널에 내야하고, 나 스스로도 SCI급저널에서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회화나 대중적인 글은 앱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전문분야는 영어를 익혀야 하고 그래야만 활용도가 더 높다. 따라서 이제는 영어는 일상회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보다는 자신의 전문분야의 정보를 활용하는 도구로 사용하여야한다. 인공지능시대라고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원서를 읽고 세미나를 들을 수 있고 전문분야에 대하여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고급영어이다. 내가 미국 연수를 갔을 때나 해외학회에서 발표를 할 때 사람들은 내 발음의 유창함을 보기보다는 나의 지식과 생각, 그리고 방향성을 주의 깊게 보았다. 말이 어눌해도 전문분야에 지식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누구라도 알아듣는다. 실제로 반기문 유엔사무통장은 영어가 아주 유창하지만 발음은 아주 어눌하다. 그러나 수십억명의 세계인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듣는 모습을 볼 때 고급영어를 말하는데 있어서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 습득과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내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접하게 해주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디즈니영어비디오나 세서미스트리트비디오를 틀어주는 것이었다. 아이가 36개월부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인형극을 꾸준히 보여주면서, 시각과 청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아내는 매일 집안을 정리하고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30분 정도씩 영어비디오를 보여주었는데, 아이들은 다행히 무척 재미있어 했다. 


처음엔 무슨 얘긴지도 모르면서 다양한 만화캐릭터들과 인형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같이 보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영어 표현도 익히기 시작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틀어주니 언제부턴가 짧은 문장을 따라하기 시작했고 발음도 자연스러웠다. 아이들은 성인이 된 지금에도 미국드라마에 빠져 있다. 요즈음은 ‘프렌즈’, ‘빅뱅’, ‘왕좌의 게임’을 주로 보는데 덩달아 나도 같이 아이들과 미국드라마를 보는 일이 많아졌다.


영어교육의 시작은 듣기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모든 언어는 소리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문자다. 모국어에 있어서도 아이가 말문이 트일 때까지는 꾸준히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음성을 듣고 모방을 한다. 듣기를 간과한 채 읽기와 쓰기 같은 다른 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영어교육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들을 수 없다면 말할 수 없고, 말문이 트이지 않은 채 하는 읽기, 쓰기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이다. 아이는 처음에는 들리는 대로 따라하고, 책을 읽을 줄 아는 아이는 나중에 글자로 확인한다. 영어는 대화와 그림책을 통한 상호작용을 하여야 효과적으로 배우지만, 영어DVD를 보여주는 것은 영어에 흥미를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영어듣기를 돕는 부모의 지침]

alphabet-1207048_960_720.jpg » 알파벳. 사진 pixabay.com

첫째, 영어는 재미있어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영어를 잘하게 된 이유는 영어를 일찍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어를 좋아했고 즐겼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영어를 즐기는 아이는 별로 없다. 기왕이면 아이가 영어를 재미있고 흥미롭게 느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애니메이션 영어 DVD는 아이가 영어를 재미있고 즐거운 언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그림책으로도 나와 있는 DVD도 좋은데, 그림책을 외울 정도로 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DVD의 내용을 친숙해 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무의식적인 기억을 이용하라.

학습위주의 영어유치원처럼 틀에 박힌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공부보다 일상생활, 놀이, 대화, 노래하기 등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언어환경이 영어를 습득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더구나 영어의 무의식적인 학습은 취학전 아이들처럼 우뇌가 발달하는 시기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영어를 의식적이고 명시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이 늘어나 본격적인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


셋째, 수준에 맞는 시청각교재를 고르라.

시청각 자료를 많이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에서 반드시 원어민과 같은 발음을 구사할 필요는 없지만, 발음에 관한 한 어릴 때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이나 영어동화 CD, 영어동요 등 원어민의 발음을 들을 수 있는 시청각자료들은 재미와 교육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영어를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전에 <리틀아인슈타인(Little Einstein)>, <워드월드(Word World>, <까이유(Caillou)>, <매직스쿨버스(Magic School Bus)> 등의 DVD는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넷째, 상호작용하라.

단순히 아이에게 DVD를 틀어주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영어로 상호작용하면서 배우지 않는다면 효과는 떨어진다. DVD에 나온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기 못하기 때문에 엄마가 옆에서 진체적인 줄거리, 등장인물, 느낀 점 등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또한 교재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영어DVD보다는 아이에게 대답을 유도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한 DVD가 좋다.


다섯째, 일상회화가 아니라 정보의 활용능력을 키워야 한다.

아이의 언어력은 일상적인 회화로 드러나지 않는다. 거리를 오갈 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같이 대화를 하고,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알아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할 때 자신이 가진 배경지식과 사고방식까지도 설득력 있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제대로 파악될 수 있는 능력이다. 영어듣기교육도 일상회화를 익히는 것보다는 영어활용능력이나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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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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