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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어린이집 눈치보기’…맞춤형 보육으로 줄어들까

베이비트리 2016. 06. 21
조회수 2557 추천수 0
근무시간인 하루9시간 보육 원해도
하원부담 탓 어린이집 7.6시간 이용

정부 “종일-맞춤 구분땐 눈치 완화”
현실적으론 별도 반 꾸리기 쉽잖아

22개월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는 직장인 ㄱ씨(44·서울)는 하원 시각이 가까워지면 속이 타들어간다. 종일반(12시간)으로 등록돼 있지만 부모들 대부분이 오후 4시쯤엔 아이들을 데리러 온다. 그는 “그 시각엔 도저히 퇴근을 할 수 가 없다. 아이를 데리러 가면 우리 아이 혼자만 우두커니 있는 경우가 많은데, 천덕꾸러기가 된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어쩔수 없이 ㄱ씨도 요즘은 아이 할머니의 도움을 얻어 오후 4~5시에 아이를 데려온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맞춤형 보육 제도가 시행되면 맞벌이 가정 아이의 어린이집 이용이 좀더 유리해질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실제 어린이집에서 맞춤반과 종일반을 구분해 운영하지 않을 경우 현재처럼 이른 하원 시간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일 육아정책연구소가 실시한 ‘2015년 보육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0~5살 영유아를 둔 취업모의 하루 평균 근로소요시간(근무시간+출퇴근시간)은 9.4시간인데 견줘, 어린이집 이용시간은 7.6시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어린이집 운영시간이 제도적으로 하루 12시간이지만 실제로는 12시간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홑벌이 가정) 영유아의 이른 귀가가 많아서 이들과 함께 보육을 받는 취업모 자녀는 장시간 어린이집에 맡기는 데 현실적 제약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민간 어린이집에서 이런 어려움이 도드라진다. 같은 조사에서 직장어린이집의 평균 이용시간은 8시간12분인데 민간 어린이집은 6시간58분으로 1시간 이상 적다. 취업모 아이의 평균 하원 시각은 오후 4시~5시30분에 전체의 67%가 쏠려있다. 오후 7시 이후 하원시킨 취업모는 3.8%뿐이었다. 이 때문에 친인척이나 베이비시터 등 개인적인 양육지원을 받는 영아(0~2살 기준)의 61.3%가 어린이집을 다닌다. 어린이집만으로는 온전히 보육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에 따른 쟁점 포럼을 열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육아정책연구소는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에 따른 쟁점 포럼을 열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육아정책연구소 주최로 20일 열린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에 따른 쟁점’ 토론회에 나온 직장맘 이하연(5살·13개월 두아이의 엄마)씨는 “그동안 무상보육이라는 미명하에 어린이집에 안가도 되는 아이들이 많이 오게 되면서 주객이 전도된 측면이 있다. 직장맘들은 오랜기간 대기를 하고 엄마나 이모 손을 빌리느라 전전긍긍하는데 전업주부의 아이들은 놀러나오듯이 와서 오후 3시쯤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맞춤형 보육의 도입으로, 맞춤반(6시간)과 종일반(12시간) 이용자가 구분되면 이런 맞벌이 부모의 ‘눈치보기’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 현장에서 맞춤반과 종일반이 별도의 반으로 편성되지 않는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 또한 높다. 현재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1인당 0살반과 1살반, 2살반의 정원은 각각 3명과 5명, 7명이다. 현실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어린이집에서 같은 연령대 아이들 중에서 맞춤반과 종일반을 별도의 반으로 나눠서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종일반 신청 비율이 더 많더라도 여전히 집에 일찍 돌아가는 아이가 더 많아지면 취업모 입장에서는 현재와 달라지는 게 없을 수 있다. 정부가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취업부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좀더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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