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DSCN6693.JPG


6월의 텃밭.
5월보다 부쩍 짙어진 초록빛에
밭에 들어서자마자 두 눈이 환해지고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아이들은 얼른 아래쪽에 있는 풀밭으로 달려가 매미채를 들고 나비를 쫒는다.
작년부터 생협 친구들과 텃밭을 일구면서
'작더라도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는데
이번 달엔 드디어 그 생각을 현실화시키게 되었다.

같은 생협 조합원인 밭 주인이 올해부터는
텃밭 아래쪽 땅까지 무료로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이 곳의 무성한 풀들을 모두 베어내고 클로버 밭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뛰어놀 수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노는데 정신이 팔려 밭고랑 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거긴 밟으면 안돼'  '어어.. 다 망가졌잖아.'
이런 말을 자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너무 잘됐다.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의외로 술술 풀리는 일도 많이 생긴다.
그래서 일 벌이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멈추면??
어렵거나 힘든 일은 안 겪겠지만, 좋은 일도 못 겪고 지나칠 테니까.

크기변환_DSCN5383.JPG

멀리 아이들이 뛰어노는 사이, 텃밭을 둘러보는 엄마들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여름 채소들을 보며 감탄을 멈추질 못한다.
오동통한 토마토 삼형제는 표면이 어찌나 반질거리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내 얼굴이 비치는 착각이 들 정도..
텃밭 채소들의 비주얼은 보고보고 또 봐도
놀랍고 흐뭇하기만 하다.

크기변환_DSCN5377.JPG

너무 익어 금방 따 내지 않으면 안 될 듯한 토마토랑 오이는
차가운 물에 씻어 간식 대신 먹고
본격적인 밭일을 시작한다.

크기변환_DSCN6695.JPG

오늘은 감자 캐는 날이다.
아이들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은 부모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제철 음식을 제때에 먹이는 것'이다.

이맘때 싸고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는 바로 햇감자!
요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체험학습으로 감자수확을 다녀오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고구마를 수확할 때와 마찬가지로,
감자를 캐는 경험도 어린 아이들에겐 아주 특별하다.

땅 속에서 보물찾기를 하듯 알알이 주렁주렁 나타나는 감자들.
각자 든 바구니에 주워담는 작은 손들이 꼭 마알간 감자알같다.
껍질도 얇고 색깔도 뽀얀 햇감자.
주로 간식 재료가 되는 고구마에 비해
감자는 좀 더 다양한 음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

크기변환_DSCN5352.JPG

감자는 땅 속의 사과로 불릴 만큼 비타민이 풍부하다고 한다.
비타민C가 풍부해 몸에 들어오면 항산화 작용을 하고,
장내 노폐물 제거에도 좋고
면역력도 강화시키는데
수족구가 유행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감자 요리로
영양을 보충해 주면 어떨까.

크기변환_DSCN6698.JPG

감자는 볶아먹으면 좋은 성분이 효과를 4배 이상 발휘한다고 한다.
감자밭에서 가져오자마자 깨끗하게 씻어 믹서에 갈아
감자전을 만들었는데
비오는 주말 먹는 따뜻하고 고소한 감자전.

둘째는 자기가 직접 캔 감자라며 평소 때보다 2배나 많이 먹었다.
제철의 좋은 음식을 제때에 먹이는 뿌듯함.
볼록해진 아이의 배를 보면 어쩐지 안심이 된다.
1학기 마칠 때까지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지내자!

크기변환_DSCN5409.JPG

텃밭 주변의 작은 마트에는

요즘 보기 힘든 다이얼식 공중전화가 있다.

일본에는 아직도 이런 아날로그스러운 공중전화를 가끔 만나게 된다.


아이들은 텃밭에 올 때마다

이 전화기를 둘러싸고 수화기를 들어보거나

숫자마다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돌려보고 야단이다.

좀 큰 아이들은 가지고 있던 동전으로 할머니댁에 전화를 걸기도 하는데,

신호음이 가고 수화기 저 편에서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면

흥분하는 아이들..^^


한바탕 옛날 전화기 체험(?)으로 소란을 떨다

햇감자 한 보따리씩 나눠들고 집으로 고고씽.

오늘은 집집마다 감자 반찬이겠지?

이웃에도 몇 알 나눠주고, 친구들 놀러오면 감자 파티도 해보자.

몇몇 가족이 어울려 감자밭 나들이와 각 가족의 감자요리대회를

함께 열어보는 건 어떨까?

건강하고 즐겁게 아름다운 6월을 즐겨보아요!!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466453/969/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1645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엄마, 나는 왜 피아노 안 배웠어?” imagefile [4] 양선아 2016-06-22 18919
164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아이도 아닌, 청년도 아닌, 그 어디쯤... imagefile [2] 신순화 2016-06-21 13441
1643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엄마를 너라고 부를 때 imagefile [1] 최형주 2016-06-20 12296
164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독일,오스트리아 연수이야기2-독일의 믿을수없는 저녁 imagefile [6] 홍창욱 2016-06-17 11328
1641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아이 생일날 받은 타인의 선물 imagefile [6] 윤영희 2016-06-17 8887
164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시골 생활 5년, 뱀도 견뎌지는구나.. imagefile [12] 신순화 2016-06-15 31556
»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땅 속의 사과, 감자 캐러 가자! imagefile [2] 윤영희 2016-06-14 14759
1638 [강남구의 아이 마음속으로] 돈의 의미 imagefile [8] 강남구 2016-06-13 35755
1637 [송채경화 기자의 모성애 탐구생활] 불안하다고 불안해하지 마 imagefile [2] 송채경화 2016-06-10 33817
1636 [아이가 자란다, 어른도 자란다] 둘만의 퇴근길, 첫사랑처럼 imagefile [6] 안정숙 2016-06-09 16309
163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독일, 오스트리아 연수이야기1- 숲과 자전거의 나라 imagefile [2] 홍창욱 2016-06-08 11245
163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남자의 매력, 남편의 매력 imagefile [15] 신순화 2016-06-07 50245
1633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배꼽 인사만 인사인가요 imagefile [12] 케이티 2016-06-07 14143
1632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새로운 시대, 새로운 육아를 imagefile [4] 윤영희 2016-06-06 10218
1631 [즐거운아줌마의 육아카툰] [육아카툰54편] 찬이 엄마~ 땡큐 imagefile [9] 지호엄마 2016-06-01 9294
1630 [강남구의 아이 마음속으로] 아내 빈 자리, 엄마 빈 자리 imagefile [7] 강남구 2016-06-01 27971
1629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가난과 어린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imagefile [9] 윤영희 2016-05-31 18559
1628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열 네살 아들과 '통'하고 삽니다!! imagefile [6] 신순화 2016-05-26 14454
1627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아이의 재능, 찾아도 걱정 imagefile [2] 윤영희 2016-05-24 10873
1626 [송채경화 기자의 모성애 탐구생활] 인테리어는 안드로메다로 imagefile [2] 송채경화 2016-05-24 39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