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554186261_20160611.JPG » 육아책은 많지만 부모들을 안심시키는 책은 드물다. 송채경화 기자완벽한 엄마 되기 위한 ‘선택의 강박’에서 탈출하기

많은 엄마들이 ‘조리원 동기’를 갖고 있다. 같은 시기에 아기를 낳아 발달 상황을 공유하기 쉽고 육아 전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때때로 조리원 동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내 앞에 놓인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 특히 그렇다. 혼자 수십 가지의 분유 앞에서 고민하고, 기저귀의 상품평을 탐독하고, 베이비로션의 유해 성분을 분석하면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혼란을 겪는다. 현대사회 불안증의 원인은 이런 수많은 선택 사이에 있다고들 한다. 좀더 나은 어떤 것을 찾기 위해, 혹은 내가 바보 같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닌지 두려워하면서 강박적으로 클릭질을 해댄다. 그런데 불안하지 않기 위해 이런 일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불안은 더욱 커진다.

어떤 양육 방식을 선택할지, 어떤 물건을 사줘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해줘야 할지 정말 모든 것이 알수록 더 혼란스럽다. 서로 다른 방식을 제시하는 양육서는 차고 넘치도록 많다. 시기별로 달라지는 장난감 종류도 수없이 많다. 특정 시기에 어떤 장난감을 사주지 않으면 마치 아이 발달에 문제가 생길 것처럼 은근하게 부모를 몰아가는 육아 지침서는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조리원 동기가 필요한 이유는 그들의 정보력을 빌려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을 통해 내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식으로 나의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서다.

선택지가 물건이 아닌 태도에 관한 것일 때 불안은 한층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아이를 낳기 전후로 몇 권의 육아서를 읽었고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그것들은 부모의 태도가 아이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시하는 방안은 모두 제각각이다. 유일하게 통일된 의견이 있다면 ‘부모의 일관성 있는 태도’였다. 어떤 양육 방식을 선택하든 ‘일관성을 유지하라’고 강조했다. 내가 볼 땐 이게 가장 어려웠다. 나 자신이 일관성 있는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아이에게 일관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그게 가능하긴 한 걸까.

다행히 최근에 약간의 해답을 얻었다. 하도 불안해서 산 책 <불안들>(레나타 살레츨 지음)을 보면 ‘불안’은 인간의 본질적 조건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안하다는 거다. 문제는 현대사회가 이 당연한 불안을 마치 없애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데 있다. 이를 이용해 기업은 ‘불안하지? 그럼 이걸 사’라며 물건을 팔고 정부는 ‘불안하지? 내가 지켜줄게’라며 정치적 이득을 얻는다. 불안의 근원을 아는 것과 이 불안을 사회가 어떻게 이용하는지 깨닫는 일은 ‘선택의 강박’에 시달리던 나를 어느 정도 안심시켰다.

책은 부모의 비일관성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어머니의) 양가성은 우리가 공포를 느껴야 하는 무엇이 아니다. 즉, 아이들에게 문제는 보통 자신이 어머니의 사랑 혹은 증오의 순전한 대상일 때 나타나는데, 역설적으로 어머니의 양가적 태도는 아이들에게 어머니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래서 어떤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다.”

그래, 인간은 기계가 아닌데 어떻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비일관적이고 인생은 우연으로 가득 차 있다.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할 필요도,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할 필요도 없다. 무엇을 선택하든 내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이 글은 한겨레21 제1115호(2016.6.31)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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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채경화
결혼 안 한다고 큰 소리치다가 서른넷에 결혼했다. 아이를 안 낳겠다고 떠들다가 결혼한지 1년 만에 아이가 생겼다. ‘평생 자유롭게 살겠다’던 20대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하루하루 모성애를 탐구하며 보내는 서른 여섯 초보 엄마. 2008년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를 거쳐 <한겨레21> 정치팀에서 일하다 현재 육아휴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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