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똥이 유치원 < 엄마 참여 수업>이 있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교실을 둘러 보다 <우리 부모님 별명>을 발견 했지요.

두근두근.

녀석은 우리에게 어떤 별명을 붙였을까?

아빠는 빨리빨리

엄마는 새벽회사'.

 

결혼 후.

저녁식사는 같이 못하는 가족이지만,

아침식사는 같이 하자 결심했고 수년간 잘 지켰는데,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거리에 있는 사무실에 8 30분가지 출근하게 되면서

가족 아침식사를 포기한지도 어느새 3.

개똥이가 일어나기 한참 전인 6 30분에 집을 나서는 엄마의 별명은 새벽회사’가 되었습니다.

201606_유치원2.jpg

- 빨리빨리 아빠, 새벽회사 엄마.
 

수업의 시작 <엄마 소개>

선생님이 독려 했지만 쑥스럽다며 나서는 아이가 별로 없었는데,

고맙게도 개똥이는 일어서서 사람들에게 엄마를 소개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코끼리반 개똥이 입니다.

저는 엄마 하면 요리가 생각납니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 하기 때문입니다.”

>>~~!!!

개똥이네 가서 어머님 요리를 꼭 먹어 보고 싶네요하는 선생님께

음식을 너무 안 해줘서 많이 해달라는 얘기 같아요라고 대답 했지만,

한 달에 두어 번 기껏해야 계란찜이나 어묵볶음 정도 해 주는 엄마인데

요리 잘하는 엄마라니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은 엄마의 긴머리’, ‘갈색머리’, ‘염색을 줄줄이 언급 했는데,

개똥이는 그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다른 주제를 택해서 기쁨은 더 했습니다.

 

철저하게 비밀리에 준비된 <세족식>.

교실 밖으로 나갔던 아이들이 줄을 지어 팔엔 수건을 걸치고, 세수대야를 들고 들어 섰습니다.

아이들이 작은 의자에 앉아 있는 엄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자

선생님들께서 대야에 물을 채워 주셨습니다.

손수 엄마의 양말을 벗기고 발을 씻겨 주고,

수건으로 정성껏 닦아 로션까지 곱게 발라준 후 다시 양말을 신겨 주었습니다.

<세족식>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부터 울컥 했는데,

진행되는 동안 여기 저기 훌쩍이는 소리가 점점 커져 갔고,

사회자인 선생님까지 울고 말았습니다.

엄마 품에 안긴 개똥이에게 연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였고,

서로에게 미안한 점 한가지씩 말하라는 선생님의 권유에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미안해라고 겨우 겨우 말했고,

개똥이도 울먹이며 엄마 말씀 안 들어서 죄송해요. 앞으로는 잘 들을께요약속했습니다.

(나중에 엄마는 감동해서 울었는데, 너는 왜 울었냐 물으니 너무 진지해서그랬답니다)

 

한지 연필꽃이 만들기.

다른 교실로 이동하여 유치원에서 재료 준비를 완벽하게 해 둔 연필꽂이 만들기.

선생님의 쉽고 정확한 설명을 들은 후

개똥이는 풀칠을, 저는 붙이기를 해서 광속으로 완성.

너무 빨리 끝나서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201606_유치원1.jpg

- 개똥이와 함께 만든 한지 연필꽂이.

 

Beautiful Tina Teacher.

영어 선생님과의 체험 시간이었는데,

아이들이 간혹 선생님을 티나라고 하면

“Tina Teacher, Beautiful(~~리풀) Tina Teacher”라고

끊임없이 정정해 주는 선생님은 정말 재미있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영어랑 안 친한데,

그런 선생님이라면 영어수업시간도 재미있겠구나

나도 배워 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비빔밥.

아이 유치원 식당이 궁금했는데, 드디어 식당 체험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재미있고 발랄한 설명을 들은 후

정갈하게 준비된 비빔밥 재료를 아이와 함께 그릇에 담아

재미있고, 맛있게 비벼 먹는 시간.

개똥이는 먹다가 너무 맛있다면서 콩나물을 추가해서 먹었고,

식사가 끝난 후 뒷정리 하면서는 마시고 남은 물은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안내도 해 주었습니다.

엄마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내가 알려 줄께요할 때

, 엄마도 알아. 어디 있는지 봤어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급 후회가 됩니다.

그냥 모른 척 하고 알려 주어서 고마워할 걸.

 

잠시 엄마들만 모여 원장님께서 준비하신 <자존감>에 대한 강의를 듣고

벌써 마지막 시간.

엄마들에게 자유롭게 아무데나 앉으라 해서 잠시 어리둥절 했는데,

교실 밖으로 나가있던 아이들이 줄지어 들어와

이번에는 엄마 앞에 서서 엄마와 양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눈은 눈물로 가득 차서 아이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지경이었고,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다소 생소한 동요였지만 그건 상관없었습니다.

엄마도 울고, 아이도 울고너무 행복해서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우리는 따뜻한 포옹한 채로 서로의 등을 토닥거리며 오래 오래 있었습니다.

아이와 나누는 그 순간이.

그런 순간을 준비해 준 유치원이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출근이 뭐라고.

개똥이에게 엄마 참여 수업 후 엄마는 출근해야 하니,

수업이 끝나면 종일반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사전에 수 차례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막상 그 시간이 되자 개똥이는 슬프게 울기 시작했고,

조금 전 감동의 눈물과는 다른 슬픔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 출발해도 회사에 2시에 도착할까 말까인데, 이 일을 어쩐다?

조용히, 하지만 슬프게 울고 있는 개똥이를 안고

유치원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눈물이 멈추기를 기다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개똥이에게 지금 엄마랑 같이 집에 갔다가 2시에 품케어에 데려다 준 후 출근하는 것을 제안했고,

녀석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거두었습니다.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해 놓고,

감동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아이를 울리는 어리석은 엄마.

그게 바로 접니다.

 

늦었지만, 기분 좋게 유치원을 나와 동네 커피숍으로 향했습니다.

엄마는 커피 먹고 싶다. 개똥이는 아이스크림이랑 핫초코 중에 뭐 먹을래?”

핫초코 먹을래요

아이스크림이 아니고?”

추워요. 그래서 핫초코 먹을래요

더운 날씨라 유치원에서 에어컨을 가동했는데,

추위를 많이 타는 우리 모자에겐 좀 추웠습니다. ㅎㅎ

 

그렇게 커피숍에 들렀다 집에서 딱지를 챙겨 품케어에 개똥이를 데려다 주었는데,

품케어에 도착하자마자 딱지치기 연습에 돌입한 개똥이는 엄마에게 눈길도 안 주더군요.

 

유치원 엄마 참여 수업은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참석한 보람이 충분히 있었고

엄마로서의 저를 되돌아 보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결혼 후 그리고 출산 후에는 더욱.

가정과 회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다소 회사에 치우쳐 있지 않았었나 싶습니다.

요리 잘하는 엄마는 못되더라도

어리석은 엄마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 해 봅니다.

 

 

 

강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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