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셋째를 출산하고 아직 몸조리 중이에요. 한창 날씨도 좋고 예쁜 꽃들도 많이 피는 시기에 집에서 아가와 꼼짝 못하니 콧바람도 쐬고 싶고, 꽃나무 밑에서 사진도 찍고 싶고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이렇게나 예쁜 계절에 봄을 마음껏 누릴 수 없다는게 어찌나 아쉽고 아쉬운지요. 아직 셋째가 백일이 되지 않아 여기저기 데리고 나가기도 걱정되고 말이죠. 하지만 제가 잠깐이나마 봄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있죠! 바로 아이들 하원시간이랍니다. 아가 낳고 처음으로 혼자 하원하러 가는 길에 본 벚꽃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아이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그 잠깐의 시간이 참 행복하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봄바람 휘날리면~ 흩날리는 벚꽃잎이~' 노래도 부르면서 말이죠. 그렇게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는 길, 팝콘처럼 예쁘게 매달린 벚꽃나무 밑에서 아주 짧은 데이트를 즐겼어요. 집에서 동생이 기다리고 있으니 원하는 만큼 꽃구경을 마음껏 즐길 순 없지만 그 짧은 하원길에 우리를 반겨준 벚꽃이 참 고마운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것의 소중함을 잘 모를 때가 많아요. 나무도 꽃도, 심지어 사람도...
집 앞에 피어있는 꽃나무 하나가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하다니 참 감사하고, 늘 함께 있어 잘 몰랐던 우리 아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커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도 참 감사하고, 이렇게 우리 둘이 걸어오는 길가에 꽃이 예쁘게 피어준 날씨에 고맙고. 봄에 태어난 엄마와 봄에 태어난 딸이 함께한 꽃길. 봄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