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일하는 엄마와 아이 어루만진 선녀님은 누구?

베이비트리 2016. 04. 01
조회수 3264 추천수 0
그림 책읽는곰 제공
그림 책읽는곰 제공
‘호호’ 아픈 날 ‘호호엄마’의 반나절
인형·사진으로 빚은 백희나 그림책
1459423121_00554315905_20160401.JPG

이상한 엄마
백희나 글·그림/책읽는곰·1만2000원

첫손 아니면 서러울 인기 작가 백희나 그림책의 비결은 뭘까. 끊임없는 새로움을 상상력에 입히기. 그냥 판타지 말고, 유머로 구워낸 판타지.

<이상한 엄마>는 그림책이 일종의 종합예술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토리 얼개는 간결하다. 아이가 아픈 날 일하는 엄마의 가슴 졸이는 반나절. 엄마 없는 집에 돌아온 아픈 아이의 반나절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싱글맘 ‘호호 엄마’에게 아마도 학교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 ‘호호’가 열이 나서 조퇴했단다.

엄마는 호호를 부탁하려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결국 외할머니한테 부탁하는데, 이를 어쩌나, 이상한 잡음 속 엄마의 전화를 받은 건 외할머니가 아니었다. “이런이런, 흰 구름에 먹을 쏟아버렸네, 이를 어쩌지” 능청 떨며 서울에 큰비 쏟아지게 한 구름나라 할머니 선녀님. “아이가 아프다니 하는 수 없지, 좀 이상하지만 엄마가 되어주는 수밖에.” 이 ‘이상한 엄마’가 감기 든 호호에게 뜨거운 달걀국 끓여주고 달걀프라이 뜨거운 열기로 방 덥혀주고, 달걀흰자로 보슬보슬 안개비 피워올려 습도도 조절해 준다.

유머는 스토리에만 스민 게 아니다. ‘인형 장난 전문가’라 자칭하는 작가는 기름흙(유토)으로 인형을 빚어 오븐에 구웠다. 호호 인형, 호호 엄마 인형, 할머니 선녀 인형을 구웠다. 이들이 사는 집안 모습, 가구와 생활용품까지 세트를 만들어 놓고 인형들을 거기 얹어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 귀가중인 호호가 지나가던 동네 모퉁이는 어떻게? 호호한테 달려가는 엄마의 귀갓길 빗줄기는 어떻게? 우리 주변 동네를 촬영해 사진을 뽑은 다음, 인형을 그 앞에 놓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빗줄기는 투명 아크릴판을 긁어 만들었다. 실사 사진 앞에 인형 세트, 그 앞에 아크릴판을 놓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긴 공정을 거친 그림책은 때론 따듯하게 때론 서늘하게 맨들거리는 ‘그림책 인형극장’으로 거듭난다.

<이상한 엄마>는 혼자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판타지이다. 현실에서 호호를 대신 돌봐줄 ‘선녀님’은 없지만, 이 그림책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렇게 해줄 사람 만들어달라고요.

인형들로 빚은 판타지라지만 그림책은 굉장한 현실감을 자아낸다. 이를테면 호호네 집 조붓한 현관과 그곳에 놓인 신발 몇켤레, 우산 두개는 우리네 서민 아파트를 그대로 옮긴 것만 같다. 결말은 해피엔딩. 종종걸음 집으로 달려온 엄마는 폭 잠든 호호 얼굴을 보곤 마음 놓는다. 3살부터.

허미경 선임기자 carmen@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ibabytree       페이스북 : babytree      
홈페이지 : http://babytree.hani.co.kr

최신글




  • 끝말잇기만 알아? 첫말잇기의 말맛을 느껴봐끝말잇기만 알아? 첫말잇기의 말맛을 느껴봐

    베이비트리 | 2019. 03. 29

    ‘가구-가족사진’, ‘안경-안녕’ 등첫말이 같은 단어가 빚어내는재밌고 따뜻한 40편의 놀이 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박성우 시, 서현 그림/비룡소·1만1000원끝말잇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스테디셀러’ 놀이다. 아무 것도 필요 없이 어깨를...

  • 당신에겐 진짜 이웃이 있나요?당신에겐 진짜 이웃이 있나요?

    베이비트리 | 2019. 03. 29

     이웃집 공룡 볼리바르숀 루빈 지음, 황세림 옮김/위즈덤하우스·1만9000원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 볼리바르는 뉴욕 웨스트 78번가에 산다. 볼리바르는 아침에 신문가판대에서 <뉴요커>를 사서 읽고,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오후에...

  • 초록숲으로 떠나자, 보물을 찾으러초록숲으로 떠나자, 보물을 찾으러

    권귀순 | 2019. 03. 29

      보물을 품은 숲으로불을 뿜는 화산으로에릭 바튀 지음, 이희정 옮김/한울림어린이·각 권 1만3000원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에릭 바튀지만, 그의 작품은 얼핏 보면 썰렁하다. 은유 뒤에 숨은 절제된 언어 때문일까? 빨강, 파랑, 검정, 초록을...

  • [3월 15일 어린이 청소년 새 책]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 외[3월 15일 어린이 청소년 새 책]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 외

    베이비트리 | 2019. 03. 15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 <둘리틀 박사와 초록 카나리아>(11권)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12권)이 나와 둘리틀 박사의 모험 시리즈가 완간됐다. 1차 대전에 참전한 휴 로프팅이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둘리틀 박사 이야...

  • 선과 색이 그려낸 나만의 멋진 개성선과 색이 그려낸 나만의 멋진 개성

    베이비트리 | 2019. 03. 15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황성혜 지음/달그림·1만8000원사람은 모두 닮은 듯하면서 다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사실을 진심으로 깨닫고, 다른 사람을 그렇게 인정하기는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성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이 책에서 즐겨 이야...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