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유아와 함께 할 수 있는 코딩교육

김영훈 2016. 04. 21
조회수 14939 추천수 0

05528860_P_0.JPG » 이세돌. 한겨레 자료 사진.금년 초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컴퓨터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 후, 미국은 모두를 위한 컴퓨터과학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초··고교 학생이 컴퓨터과학 수업을 듣도록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계기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으며 덩달아 유아를 위한 코딩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17년부터 초등학교 정규교과목으로 코딩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코딩교육이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코딩교육은 연산과 같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좌뇌작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유아가 익혀야할 코딩교육은 코드를 만지는 기술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를 하게 돕는 것이다. 코딩교육은 '게임을 하는 아이'가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딩 열풍이 불고 있다. 영국, 핀란드, 호주 등에서는 유치원부터 코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영국은 2014년을 '코드의 해(Year of Code)'로 선포하고 5살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시작하였다. 핀란드는 4~10살 대상으로 코딩학교인 '코디콜루'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인 부자 빌 게이츠는 코딩교육이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고 문제해결력을 키워준다"고 했고, 세계적인 천재 스티브 잡스조차도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하여 모든 사람은 코딩교육을 받아야한다고 역설하였다. 논리적 사고를 배양하는 데 코딩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유아의 경우에도 명령어를 적혀진 블록을 차례대로 조립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논리력과 사고력,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홈페이지 만들기

둘째 아이가 중학교 때 홈페이지 만들기에 빠진 적이 있다. 당시에는 웹페이지를 만드는 도구가 있었지만 그것으로 웹페이지를 만들기가 어려운 일반사람을 위하여 규격화된 홈페이지 만들기를 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었다. 코딩에 대해서 잘 몰라도 특정한 코드 줄에 자기가 넣고 싶은 사진이나 그림 혹은 장식 코드를 집어넣으면 자신만의 멋있는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다. 둘째 아이는 분홍색을 좋아하였는데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분홍색 장식이나, 분홍색 캐릭터, 분홍색 애니메이션 등의 코드를 구해와서 자기 홈페이지를 장식하였다. 가족의 홈페이지도 만들뿐 아니라 아빠의 개인홈페이지도 장식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둘째 아이는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컴퓨터프로그래밍을 좋아하고 잘하더니 전공도 컴퓨터를 하고 있다. 당시에는 홈페이지 만드는 것이 유행이어서 둘째 아이는 자신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화려하고 개성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그 과정에서 코딩교육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홈페이지는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화려한 디자인을 볼 수 있고 그에 따른 그림을 볼 수가 있다. 필요할 경우 홈페이지에 게시판을 추가할 수도 있었고,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에게 사진과 글을 제공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홈페이지를 정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중간에 포기 하게 된다. 소통의 도구라기보다는 가상의 내집 만들기라는 장식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다 만들어놓고 나면 접속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홈페이지보다는 블로그를 많이 한다. 포털 사이트의 매뉴얼에 따라 컴퓨터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도 클릭만으로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블로그는 홈페이지와 달리 지속적인 콘텐츠와 포스팅이 필요하며, 다른 블로거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여야 한다. 홈페이지는 자신의 사이트를 장식하고 자랑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면, 블로그는 좀 더 생동감 있고, 이웃과의 관계를 한층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다는데 목적을 둘 수 있다. 따라서 블로그는 단순하게 홈페이지 작성 도구로 구성되어 있고 쉽게 설치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별도의 코딩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블로그가 유행하는 요즈음에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숙련되었던 코딩교육은 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뇌를 이용한 코딩교육


05161665_P_0.JPG » 한겨레 자료 사진.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한 요즈음 코딩 교육을 하는 것도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뇌가 발달하는 시기인 유아기에 코딩교육이라는 것이 간단하지는 않다. 코딩작업 자체가 좌뇌적 논리가 필요하고 연산작업처럼 무한 반복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딩교육을 좌뇌가 많이 발달하는 초등학교 아이들과 똑같이 교육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많다. 유아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 구체물이나 놀이를 통하여 교육을 하듯이 유아의 코딩교육은 구체물과 놀이를 통한 우뇌교육이 필요하다. 따라서 유아기에 이루어지는 코딩교육은 재미가 있어야 하며 코딩교육을 돕는 로봇이 이용되기도 한다

 

미국 장난감회사 피셔프라이스가 내놓은 코더필러‘(Code-a-Pillar)가 바로 그런 로봇이다. 코더필러는 장난감 애벌레로서, 겉보기엔 34살들이 갖고 노는 여느 플라스틱 장난감과 다를 바 없지만 유아들의 코딩교육을 도울 수 있다. 코더필러는 스피커와 전원 단추가 달린 머리 부분과 8개의 몸통 조각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몸통은 직진, 좌우 방향 전환, 음향 효과, 음악 재생 등의 명령을 각각 수행한다. 몸통을 블록 조립하듯 끼워 연결하여 전원을 켜면, 장난감 애벌레는 조립된 순서대로 명령을 수행하듯 움직인다. 이런 식으로 이리저리 몸통 순서를 바꿔 끼워가며 아이는 자연스레 코딩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유아를 위한 코딩교육은 집에서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코딩교육]

 


.명령어가 적힌 코딩블록을 조립하여 코딩의 기본개념을 익혀라. 

아이는 마치 블록 놀이를 하듯 자연스럽게 컴퓨터 명령어가 적힌 블록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코딩의 기본 개념을 학습하고 수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로봇이 없다고 하더라도 블록에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컴퓨터 명령어를 적어 넣어, 이 블록들을 아이가 조립하고 차례차례 실행되는 과정은 부모가 손으로 직접 보여주면 코딩의 기본 개념을 익힐 수 있다.

예) ‘코더필러’는 명령을 차례로 키워 맞추면 로봇의 머리가 그 명령을 인식해 그대로 순서대로 움직인다. 아이는 로봇의 움직임을 예측해 순서를 정한 후 이에 맞게 로봇을 조립할 수 있다. 


.동작이 들어 있는 카드를 사용하여 보드게임으로 즐기자. 

보드게임으로 아이들에게 코딩 원리를 가르칠 수도 있다. 부모가 컴퓨터 명령어가 적혀있는 카드를 만들어, 아이들이 그 명령어카드를 보드 위에서 움직이며 아이템을 모을 수 있다. 가위바위보를 하고 아이템을 사용해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식이다. 카드에 새겨진 명령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프로그래밍의 기초 원리를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예) <로봇터틀>이라는 보드게임은 거북카드에 명령어가 적혀 있어서 보석을 모으는 과정에서 코딩교육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여러 가지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작동장난감을 이용하여 미로찾기를 해보자. 

미로에 작동장난감이 도달해야 할 목표 지점을 지정하면 아이들은 작동장난감의 방향과 순서를 정하고, 작동장난감을 작동시킨다. 자연스럽게 절차와 동작언어를 익히게 되는 것이다. 움직이는 방향을 아이가 직접 정하는 과정에서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이를 통해 절차적 사고를 하도록 할 수 있다.

예)영국에서 만든 ‘비봇’은 꿀벌이 둥그렇게 누워 있는 모습의 로봇으로 몸체에 방향버튼 4개와 정지, 취소 등 총 7개의 버튼이 있다. 명령어를 입력하고 미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컴퓨터 알고리즘의 기초를 익힐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이용하라

공주님을 구출해주세요! 마치 그림책을 읽듯이 주인공이 되어 문제를 풀 수 있다. 유아를 위한 코딩교육은 단순히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이 아니라 유아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통해 코딩의 기본 개념인 순차, 조건, 반복을 학습할 수 있다. 조건명령을 적은 블록을 만들어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캐릭터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 블록에 있는 적혀있는 조건에 따라 아이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탐험을 할 수 있다. 아이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통해 가장 빨리 목표 지점에 도달하거나, 장애물을 피해가기 위해 어떤 조건블록이 필요한지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 ‘위글’은 리코더나 플루트로 연주하면 음에 따라 앞, 뒤, 좌, 우로 다르게 움직인다. 아이가 위글을 움직이게 하려면 움직임을 보며 악기를 연주해야 한다.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를 연주하고, 오른쪽으로 돌기 위해서는 ‘파’를 연주하여야 한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최신글




  • [3세 그림책] 책 읽기 취향을 최대한 존중하라[3세 그림책] 책 읽기 취향을 최대한 존중하라

    김영훈 | 2019. 04. 26

    두 돌만 지나도 아이마다 책을 읽는 취향이 다르다. 소재에서도, 책 문장에서도 그렇고, 구성에서도 그렇다. ‘똥’이나 ‘동물’,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만&n...

  • [13~24개월 그림책] 일상생활 그림책이 좋아요[13~24개월 그림책] 일상생활 그림책이 좋아요

    김영훈 | 2019. 04. 18

    주도적인 독서습관의 시작 ‘일상생활 그림책’생후 12개월이 되면 원인과 결과를 파악할 수 있고 시간개념이 뚜렷해지기 때문에 단순한 사물 그림책은 심심해한다....

  • [7~12개월 그림책] 사물그림책 고르기와 읽어주기[7~12개월 그림책] 사물그림책 고르기와 읽어주기

    김영훈 | 2019. 03. 27

    사물에 대한 이해와 어휘를 늘리는 ‘사물그림책’ 사물그림책은 동물, 사물 등의 이름과 개념을 가르쳐주는 책을 말한다. 가르쳐주려는 사물이나 동물이 주가 되어서...

  • [7~12개월 그림책] 사물 이름 알기가 기본[7~12개월 그림책] 사물 이름 알기가 기본

    | 2019. 03. 09

    사물 이름을 가르치는 것이 기본이다 하버드 대학의 수잔 캐리(Susan Carey)에 따르면 아이들은 매일 2~4개의 새로운 단어를 배운다고 말한다. 생후 24개월 이전의 아이들은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아마 하루에 받아들이는 단어가 그 이상이 된다. 이 ...

  • [0-6개월 그림책 고르기] 시각발달 위한 초점 그림책[0-6개월 그림책 고르기] 시각발달 위한 초점 그림책

    김영훈 | 2019. 02. 22

    0~3개월 시각발달 환경을 제공하는 ‘초점 그림책’ 그림책이 좋다고 하지만, 아직 시각이나 청각이 별로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20페이지도 넘는 이야기책을 보여줄 수는 없다. 아기의 발달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발...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