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인슈타인은 왜 피아노 연주도 잘할까?
한해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학회는 대학에 있는 의사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자기가 그동안 연구해온 것을 발표하고 토론에 붙여져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귀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후 그 학회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는 것은 어떤 중요한 업적으로 발표했던 시간이 아니라 학회 후 만찬장에서 있었던 이벤트가 더 기억나는 경우가 많다. 몇년 전 학회에서 잊지 못할 기억중의 하나는 연구로 명성이 자자한 한 교수가 만찬장에서 피아노 독주를 유려하게 한 사건이었다.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진료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을 쪼개어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그의 능력과 그것도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모두 경탄했던 기억이 있다.
» 피아노. 한겨레 자료 사진.
요즘에도 음악교육하면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피아노 학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피아노 학원에서는 아이의 악기 연주에 대한 기술적인 면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음악을 즐기고 다양한 음악 감성을 발달시키기에는 역부족한 경우가 많다. 먼저 음악과 친해지고, 음악 감성이 발달한 이후에 아이가 선호하는 악기를 배우도록 지원하는 게 좋은데 부모가 서두르는 것이다. 피아노는 기본이요, 다른 악기를 한, 두 가지 정도 더 다루는 것도 이젠 특별할 것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물론 아이의 재능을 키워주고 싶다면 다양한 악기를 다루어보게 하고, 아이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악기를 선택하여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기능적 향상에 치우치다 보면, 아이의 신체발달 시기에 맞지 않게 무리한 시도를 하게 되어, 아이는 음악을 지루한 것,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영재는 가야금 영재였는데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야금을 연주하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았다. 이 아이는 아빠가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는데 빡빡한 스케줄과 혹독한 훈련으로 아이의 얼굴은 어두웠다. 아이는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주도적으로 가야금을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아빠에게 등 떠밀려 고도의 연주기술을 익히는 기술자로 전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양재를 키우는 아빠의 경우는 경쟁심이 강하고 공감능력이 떨어져 혹독한 훈련을 하여서라도 기술적으로 최고의 단계에 오르도록 채찍질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가 다양한 음악을 접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아이가 선호하는 음악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부모가 만든 스케줄에 따라 아이를 내몰기 때문에, 요즘의 음악영재들은 능동성이 가장 부족하다.
악기 연주의 뇌
» 뇌.몇몇 연구자와 부모는 클래식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질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짧은 시간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은 단기적으로는 인지기능을 높이지만 장기적인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음악을 듣는 것과 달리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지능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빠르기를 측정하는 테스트에서 악기 연주는 두 대뇌반구의 결합능력을 대폭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의 많은 부분을 강하게 트레이닝하고 집중적으로 뇌 운동을 시키기 때문이다. 양손을 서로 다른 리듬으로 사용하는 피아노나 북치기 같은 것이 유익하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악기 연주는 특정 뇌의 크기를 증가시켰다. 한 군은 주 1회 키보드 수업을 받았고, 다른 군은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이 평균 만 6세 무렵 연구가 시작됐을 때는 뇌 구조에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악기를 연주 한지 18개월이 지나자 키보드 군이 전두회와 뇌량의 용량이 더 많았다. 음악가의 경우에는 뇌량 크기의 차이는 성인이 돼서도 지속됐다. 더구나 추상적 수학을 담당하는 두정엽은 사람들이 음악적 시퀀스를 들을 때 활성화한다. 소뇌는 음악가들과 음악을 듣는 사람들한테서 모두 활성화하는데, 이는 정확한 박자를 만들어내고 청각적 정보를 처리하는데 전적으로 관여한다는 뜻이다. 천재적인 과학자들은 연주하는 것을 즐겼다. 상대성 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이나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운 막스 플랑크는 직업적 음악가만큼 피아노 연주도 잘했다.
음악영재는 있는가?
내 아이들도 피아노를 가르쳤다. 근처 피아노학원에서 체르니부터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첫째 아이는 어린 시절 피아노 연주가 중학교 가서는 플루트 연주로 바뀌어서 밴드활동을 하고 발표회도 가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왜 다들 피아노, 피아노 하는 걸까? 절대음을 내는 피아노는 아이가 정확한 음을 익힐 수 있게 하며, 음악의 3대 요소인 멜로디, 하모니, 리듬을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왼손과 오른손을 동시에 연주하면서 좌뇌와 우뇌가 고루 자극을 받아 발달하게 된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기에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소근육이 발달하고 건반을 눌러서 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의 신체 발달이 된 만 6세부터 시키는 것을 권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5~6세 때 피아노 레슨을 받은 아이가 악기 훈련을 받지 않은 아이보다 시공간적 과제에서 훨씬 더 높은 수행력을 보인다고 하는데 그렇게 향상된 능력은 장기간 지속된다. 또한 악기를 연주하면 좌측 전두엽에서 수학 논리를 담당하는 영역이 자극하여 수리력도 좋아진다. 충분한 듣기 연습과 악보 읽기 또한 중요한데, 별도의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라면 여아는 7세, 남아는 8세 정도가 적당하다.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가르치기 전에 아이가 음악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음악지능이 발달한 아이의 경우 소리와 리듬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음의 멜로디, 박자, 장단을 잘 기억한다. 또 음악을 틀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어떤 악기든지 다루는 법을 쉽게 터득한다. 흔히들 음악은 우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음악지능을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하게 되며, 음악지능이 발달했다는 것은 결국 감성두뇌인 우뇌와 논리두뇌인 좌뇌가 고루 계발되었다는 것이다.
음악지능이 발달되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에서 시작하며, 이를 통해 우뇌가 자극을 받아 악기를 연주하고, 상상하고, 표현하는 감각적인 부분이 발달한다. 이렇게 음악에 대한 감각이 발달하면서 음악의 구조와 반복과 변형 등에 대한 수학적 사고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과, 나아가 악보를 읽고 연주하는 부분까지 확대되면서 좌뇌가 발달하게 된다.
[음악지능을 위한 적기교육]
아이의 연령별 발달 특징을 알아두면 아이의 음악지능을 더욱 효과적으로 계발시켜줄 수 있다.
.2~3세
적극적으로 음악에 반응하는 시기이다. 음의 높낮이를 인식하기 시작하며, 리듬이 분명한 음악이나 운율이 있는 동요를 선호한다. 사물을 두드리는 것은 이 시기에 아이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음악 놀이이다. 유아용 작은 북이나 집에 있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도 좋다.
.3~4세
쉬운 리듬악기를 다룰 수 있고, 모든 종류의 음악을 수용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음악에 맞추어 한껏 몸을 움직이며, 리듬악기를 쳐 보고 노래를 부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음악을 만나게 하자. 리듬악기를 이용하여 간단한 리듬감각을 경험해 보는 활동은 이후에 악기연주 능력 발달의 기초가 된다. 신체 일부분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소리나 리듬을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배 두드리기, 발 구르기, 입으로 소리 만들기, 고개 끄덕이기 등을 통해 아이는 리듬을 맞추는 방식을 발견하게 된다.
.4~5세
음 높이, 장단, 셈여림, 음색을 구별할 수 있다. 음악에 집중하여 주의 깊게 들으며 박자에 맞추어 손뼉 칠 수 있다. 대부분의 리듬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되므로, 타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아이의 리듬감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활동이다. 오감으로 음악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도 좋은데, 멜로디를 따라 움직임을 만들어 보거나 몸으로 리듬을 느껴보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자. 또 재미있는 이야기와 환상적인 그림이 있는 그림책으로 아이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 후, 그에 어울리는 소리에 대해 함께 나누어보고, 건반으로 표현할 수 있다.
.5-6세
5세가 되면 눈과 손의 협응력 발달로 리듬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되어 음의 셈여림, 빠르기, 등의 차이에 관심을 갖고 연주할 수 있다. 또한 교사가 쳐주는 건반의 음을 듣고 음계를 익히고, 악보를 읽을 수도 있다, 6세 아이는 악기를 다루는 조절력이 향상되어 대부분의 리듬악기를 이용하여 간단한 리듬패턴과 박자에 따라 리듬을 표현할 수 있다. 탬버린, 트라이앵글, 우드블록, 캐스터네츠, 리듬 막대, 장구, 북, 소고, 징, 꽹과리 등과 같이 고유의 음색을 가지고 있고 리듬이나 소리 탐색이 쉬우며, 간단한 리듬형태를 만들어 볼 수 있는 리듬악기를 다루어볼 수 있는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여 악기들을 소리 내는 방법에 대해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엄마가 키워주는 내 아이 음악지능]
아이의 음악지능은 다른 지능과 신체의 발달에 따라 유기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음악을 접하게 해줘야 한다.
.리듬감 있는 놀이를 즐겨라.
어려서 리듬감 있는 놀이를 즐기면 순서정렬 강화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순서감각을 익히도록 만화를 이용해 그림을 보며 순서를 맞추도록 한다. 지나치게 복잡한 순서를 익히지 않고도 몇가지 순서만을 익혀 다룰 수 있는 악기를 연주하게 한다.
.악기훈련은 습관을 들이는데 좋다.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는 한번 익히면 잊어버리는 일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악기연주처럼 순서가 정해져 있는 소근육운동은 정기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은 매일 착실하게 연습한다면 틀림없이 잘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만 하루 열심히 연습했다고 갑자기 어려운 곳을 연주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악기교육은 소근육발달이나 두뇌발달에도 향상이 있기 때문에 습관을 들이는데도 좋다.
.현악기로 양뇌를 발달시키라.
현악기는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없는 악기이다. 주로 쓰는 손으로 현을 퉁기면서 반대 손으로 음색이나 음역의 상태를 미묘하게 바꾸고 끊임없이 조절해야 한다. 이런 악기를 연습할 때 좌우 손을 나누어서 쓰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손을 훈련하는 데 중요한 일이다.
.일단 시작하라.
열심히 피아노를 연습해서 바하의 작품을 멋지게 연주하는 자신을 상상하면 한없이 기분이 좋지만, 과연 수백 아니 수천 시간의 연습에 몰두하는 것이 간단하지는 않다. 다른 과제도 해야 하고 부모와 놀이도 해야 하는데 연습시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구에 의하면, 막상 연습할 시간도 마련하지 않아도, 연습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면 곧 행동에 돌입하게 되고, 용기도 나고, 습관을 만들기 위한 정서적인 헌신도 더 많이 하게 된다.
.친구와 함께 하라.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하면서 의욕도 흥미도 높아진다. 특히 이론을 배우는 수업의 경우, 함께 소리도 내어보고, 대답도 하면서 진행하게 되어 즐겁게 음감을 익힐 수 있으며, 집중도도 높다. 또한 음악의 어우러짐을 일찍부터 체험하면서 음악의 하모니가 주는 즐거움을 저절로 알아간다. 연주회를 위한 합동 연주를 연습하면서 책임감과 협동심을 배우게 되며, 함께 모이면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스스로 깨달아가면서 하모니를 표현하는 능력을 키운다.
.부모도 같이 즐겨라.
유아들은 부모가 없을 때 불안해하는 경우 많은데, 그런 상태에서는 아이가 쉽게 음악에 집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흥미도 가지기 어렵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하면 더 안정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음악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는 엄마 덕분에 더 즐겁게 수업을 받으며, 음악을 통한 엄마와의 교감으로 정서 발달에도 좋다.
.다양한 음악공연을 접하게 하라.
다양한 음악공연을 접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이는 지루해하고, 엄마는 지치는 음악공연 보다는 아이들이 이야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나 난타 공연을 자주 접하게 하면서 음악에 대한 흥미를 높여줄 수 있다. 난타 공연을 본 다음에는 집에서 엄마와 함께 해볼 수 있는데, 다양한 리듬 악기를 늘려놓고, 천천히, 빠르게, 작게, 크게 등으로 다양한 표현을 마음껏 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