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때 육아서를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그 내용에 내 육아를 짜 맞추었다. 책에 나오는‘문제행동’을 보이면 책에 있는‘해결방법’을 찾아 시도해보았고, 신기하게도 들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첫째 때 쌓은‘실력’으로 둘째도 (긴 터널을 세 개쯤 지나고ㅠㅠ) 큰 탈없이‘키워냈다’. 이제 육아 좀 한다고 거들먹거렸는데, 셋째를 낳고 키우다 보니 이전의 내 육아가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눈맞춤, 반응하기, 교감하기..를 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밥 먹고 빨리 자 주기를, 그리고 빨리 커주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보고 있지 않았던 것만 같은 생각이 들 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정말 내 마음에서 우러나는 육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큰 아이가 곧 초등학생이 되는데 주변 친구들이 벌써 학원수업을 시작했다. 학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엄마들을 만나면 그들의 불안인지 나의 불안인지 모르게 영 기분이 언짢았다. 뭔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되었다는 걸 알겠다. 나는 아이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싶지 않고, 힘들 때 곁에 있어주고 꼭 안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좋은 엄마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마치 한분 한분 선생님께서 나의 심리상담을 해주시듯 진지하고 열성적인 목소리가 느껴졌다. (머리글에 나오듯, 선생님들께서 책발행을 위해 다시 한번 내용을 읽어보신 덕분일 것이다.) 역시 나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엄마였다.‘부모자격 검정시험(27쪽)’이란 게 있다면 나는 당장에 탈락할 것이었다. 아니, 아무리 해도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는 방법을 터득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포기하면 안된다.
다행히도 희망은 있다. 나도 언제나 이런 질문을 되뇌인다.‘“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30쪽)’. 그리고“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부모 자신이 새롭게 성장하는 과정”(53쪽)임을 느끼고 감사히 여긴다.“삶이란 끊임없이 인생에서 만나는 도전과 어려움을 헤쳐나가면서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채워나가는 과정”(66쪽)임을 다시 한번 새겨 들었다.
“열등감의 반대말은 바로 근면성”(54쪽). 성실하지 못했기에 내게 열등감이 있구나..싶어 잠시 어질했다. 그리고 감정코칭은 아는 줄 알았는데 모르고 있었다.“감정을 인정해주되 그것을 풀어줘야 하는 책임까지는 지지 않는 것”(72쪽). 그리고“마음 읽기는... 정확하고 담백하게... 바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말고 시간을 주도록 (74쪽)”해야한다는 것.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을 때 의욕이 있어야 하는데, 의욕이란 게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신중한 연습을...반복”하고“습관화”(208쪽) 해야된다는 것. “아이를 죽이는 잔소리”(116쪽)라는 말에 뜨끔했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 선생님께서 하시는 방법,“이것만은 지키자고 생각하는 기본 원칙”을 세우는 것 (예를 들어,‘지지의 메시지를 보낸다’,‘재촉하지 않는다’)(126쪽)은 나도 해볼만 하겠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밥 먹고 놀고 씻기고 헉헉대며 보내겠지. 내가 최선을 다해서 나와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먼 훗날 이 시간을 그리워 할 것이다. 마음에 꽂힌 구절을 읽고 또 읽는다.
아이는 평가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그냥 인정해야하는 존재 (56쪽)
본질 그 자체를 추구하는 삶 (59쪽)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아이와 함께 현재 주어진 시간을 흡족하게 즐겨야 (155쪽)
아이가 성숙할 때까지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에게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태도 (1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