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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은 제 생일이 명절인줄 안다.

(물론 가끔은 다 큰 아이들도 그렇지만...ㅠㅠ)

 

막내 이룸이는 1월 31일이 생일이다.

그러나 생일타령에 시달린 것은 지난해 말부터였다.

"몇 밤 자면 생일이 되요?"

라는 말을 정확히 크리스마스 지난 다음날부터 외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매일이었다. 몇 밤 남았어요? 그러니까 정확히 몇 밤이요????

인내심 많은 남편까지 짜증을 부릴정도였으나 이룸이는 지치지 않았다.

1월부터는 증세가 더 심해져서 선물타령에 생일상 메뉴까지, 그야말로

한숨이 나올만큼 들들 볶였다.

 

드디어 1월 31일이 왔고, 마침 주말이어서 가족이 다 있었다.

이룸이는 무슨 옷을 입고 머리는 어떻게 해 달라는 것으로 이미 생일상 차리기

전부터 나를 지치게 한 데다가 생일상 차리는 일을 가지고 그 음식은 내가 나르겠다는 둥

그건 그렇게 쌓지 말라는 둥,  이쪽에 놓겠다는 둥, 저쪽에 놓으라는 둥, 언니때분에

짜증나서 생일 파티 못 하겠다는 둥, 투닥거려서 파티를 시작하기도 전에

집안에 짜증의 고성이 오가게 되버렸다.

 

동생 생일날이지만 전날까지 계절학교 발표회로 4주간 강행군을 했던 큰 아들은

생일상 다 차려지기 까지 일어나지도 않는 바람에 생일상에 온 가족이 다 앉기까지

또 집안이 한바탕 들썩거린 것은 물론이다.

이룸이는 케익도 제가 들고 오겠다며 설치다가 한 번 엎을 뻔 했고, 초도 제가

불을 붙이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시간을 너무 끌어 모두의 인내심을 폭발 시킨데다

초를 불어 꺼뜨릴때 언니가 끼어들어  두개를 제가 못 껐다고 대성통곡을 해서

다시 초에 불을 붙여 끄게 하는 헤프닝까지 벌여야 했으니...

우여곡절 끝에 초를 끄고 케익을 자르려는데 그것도 제가 하겠다고 나서서

케익을 거의 뭉게놓을 뻔 했다. 참을성많은 남편이 끝내 소리를 질러 이룸이를 제압해

버렸다. ㅠㅠ

 

이룸이 생일2.jpg

 

그래도 늦잠에서 일어나 까치집을 지은 머리 스타일로도 동생 생일기념 사진 촬영에

아들은 응해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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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회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었던 우쿨렐레 곡 '언제나 몇 번이라도'를

축하곡으로 연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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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동생과 싸우고 울고 난리법석인 윤정이도 생일축하 노래를

멋들어지게 우클렐레로 들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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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말대꾸하고, 울고, 일러주러 뛰어 오고, 토라지고, 소리 질러가며

오빠 언니와 방학을 보내던 이룸이도 두 사람의 축하 연주를 무척이나

감명깊은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징글징글하게 싸우지만 누구보다 오빠, 언니를 좋아하는 이룸이다.

 

이룸이 생일6.jpg

 

생일 전날 이룸이가 만들어서 화이트보드에 붙여 놓은 편지함

(자연드림에서 나오는 토막닭 포장 상자다.ㅋㅋ)에 축하 편지를 넣으라고

모든 식구들이 시달렸으나, 언니, 오빠, 엄마, 아빠가 써서 넣어 놓은

편지를 행복하게 꺼내 보고 읽으면서 이룸이는 너무 너무 좋아했다.

 

이룸이 생일7.jpg

 

"너무, 감동적이예요" 하며 식구들 앞에서 또박 또박 축하 편지를 읽는

막내를  보고 있자니, 그래, 그래... 만 여섯해 동안 정말 잘 자라주었구나..

고맙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생일에 네가 주인공이지. 그래야지.. 누리고, 요구하고,

받는 날이지.. 그래야지.

 

이다음엔 말이다. 생일이란 엄마가 너를 낳은 날이란 것도 알게 된단다.

네가 태어나느라 애쓴만큼 엄마는 세상에 너를 내 놓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애 쓴 날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은 몰라도 돼. 살다보면 깨닫는 순간이 올테니..

그때까지는 이쁘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태어난 날을 누리기를 바란다.

올해는 꽤 좌충우돌이었지만 내년엔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생일일테니

또 다른 감회가 있겠지.

 

그래도 한 달 가까이 시달린 생일이 지난 것이 엄마는 아주 기쁘다.

에고... 이제 나 좀 돌보자고...

낳으나 얼마나 힘들었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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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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