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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교육부·여가부 제각각… ‘구멍난 공조’가 학대아이 놓친다

베이비트리 2016. 01. 20
조회수 1720 추천수 0
장기결석생 관리 부실 
아이들 지키는 그물망 짜자
② 구멍난 아동보호 체계
2013년 10월24일 아침, 울산 울주군에서 여덟 살 이서현양이 의붓어머니의 상습적인 매질에 숨졌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3년 전인 2010년 10월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의 교사가 가정 내 학대를 의심해 이를 신고했다. 피멍 가실 날 없었던 서현양이 잠시 국가의 보호망 안에 들어온 때다.

하지만 서현양은 곧 보호체계 밖으로 밀려났다. 2014년 4월 민간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가 국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함께 작성한 ‘이서현 보고서’는 거듭된 이사와 초등학교 진학 등을 겪는 동안 국가가 얼마나 허망하게 서현양을 놓쳤는지 보여준다. 여러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아동학대 조사 및 피해자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민간기관) 간에 서현양의 ‘학대 사례’는 종이 보고서 형태로만 전달되면서, 담당자들이 사례의 경중을 짐작하지 못하게 했다. 더구나 중간에 종결 처리되면서 서현양이 다니던 학교의 담임교사에게는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골절상과 화상을 진단한 의사도, 몇 차례나 흉터를 목격한 교사도 의심을 품지 않는 사이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2월 정부가 ‘제2의 이서현을 막겠다’며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최근 인천과 경기 부천 등에서 다시 시스템의 ‘구멍’에 빠진 학대 피해 아동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19일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오작동하는 체계 자체를 손보지 않고 급하게 땜질식 처방만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가 아동보호 업무의 중심에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교육부·여성가족부·지방자치단체·민간기관 등으로 업무가 흩어져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은데다, 아동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정보’도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일례로 ‘결석 아동’에 대한 조사는 ‘인천 학대아동 탈출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교육부에 여러 차례 요구한 사항이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 자체가 교육적 방임이기에 결석 아동부터 조사하고 홈스쿨링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여성가족부, 교육부, 병원 등 체계의 고리에 있는 요소요소가 작동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처간 장벽은 곧 실무선에서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는 한 상담원은 “공조체계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니 구청의 아동복지 업무 담당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협력 수준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박세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연구센터장은 “아동보호 업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담당 공무원은 부족하고 민간에 맡겨둔 체계는 방만하다”며 “기획·조정 업무를 하는 공공 주도의 지역별 게이트웨이(관문)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원이 필요한 아동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아동센터(센터)가 아동학대 예방체계에서 소외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중구의 한 센터 교사는 “2년 전 새터민 가정의 아이에 대해 (학대 가능성 등으로 인해)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학교로 찾아가서 논의를 했지만, 1년 동안 서너차례 회의만 하다가 끝났다”며 “센터와 학교가 함께 움직이는 그물망식 연계가 필요한데, 학교 선생님들이 바쁘다 보니 얘기가 잘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보호 대상에 대한 기관간 정보 공유도 지금보다 쉬워져야 한다. 영국에서는 2000년 8살 소녀가 자신을 입양한 이모할머니에게 폭행당해 숨진 ‘클림비 사건’ 이후 여러 개혁 조처들이 단행됐다. 하지만 2012년 관련 정책을 다시 심층 진단한 결과, 결국 “정보의 공유가 (아동보호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에선 각 기관들이 지원 대상 아동에 대한 정보를 산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번 ‘부천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도 교육부와 학교 밖 청소년을 관리하는 여성가족부 사이에 정보 공유가 제때 이뤄졌으면 극단적인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동학대 피해와 관련한 정보 역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 사이에만 공유되고, 학교와는 공유되지 않고 있다. ‘이서현 보고서’를 작성한 진상조사위원회는 “학대 판정을 받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개입한 사실이 있을 경우 이 정보가 학교에 공유되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으로 인해 제도화되지 않았다. 현재의 정보체계에선 학대아동을 비롯한 취약아동이 새로운 보호시설에 가거나 새로운 지원을 받게 될 경우 매번 새롭게 자신의 피해사실을 털어놔야 해 ‘이중의 트라우마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세경 센터장은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하지만 아동 보호는 더욱 중요하기에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지원 현소은 황금비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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