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만드는 재미 잃어가고 있는 로봇 장난감

김영훈 2016. 01. 20
조회수 5990 추천수 0

병실까지 점령한 터닝메카드


요즈음 어린이병동 회진을 돌면 3-4명의 환자 아이들이 모여서 로봇을 가지고 논다. 이 아이들은 4-5세 아이들이기 때문에 카드를 가지고 하는 정식 놀이는 하지 않고 장난감으로 가지고 노는 것이다. 다른 병실에 갔더니 여기서도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카드를 슈팅하며 정식으로 로봇놀이를 하고 있었다. 유아뿐 아이나 초등학생에까지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터닝메카드로 놀이를 하고 있었다.


터닝메카드는 한국의 쵸이락 컴퍼니에서 개발한 변신 로봇이다. ‘메카드’라는 이름은 Mechanic+Card를 합친 단어로서, ‘자동차와 카드가 만나서 변신한다’ 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동차와 로봇 뿐만 아니라 카드놀이까지 합쳐져 서로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장난감이다. 더구나 터닝메카드는 자동차로 변신시켰을 경우에 크기가 아이들의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기 때문에 가지고 놀기도 좋다. 당연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사이에서 터닝메카드는 필수장난감이 되었다.


터닝메카드는, 자동차가 카드를 만나 장난감으로 순간 변신하는데, 로봇으로 변신했을 때의 모습을 ‘메카니멀’ 이라고 하고, 자동차는 ‘터닝카’라고 하며, 터닝카를 메카니멀로 변신시키기 위한 카드는 ‘메카드’이다. 게임은 메카드를 엎어놓고 메카드를 향해 터닝카를 슈팅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카드가 자동차에 붙으면, 자동차가 로봇으로 자동으로 변신이 되는데, 본체 마크가 파란색이라면, 카드에 있는 파란색의 점수를 얻게된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과 점수를 겨루어, 점수가 더 높은 쪽이 이기게 되는 것이다. 현재 공중파와 케이블TV에서 절찬 방영중인 터닝메카드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다른 세계에서 온 메카니멀을 둘러싼 주인공 ‘나찬’과 다른 세계에서 온 인물들간의 뺏고 뺏기는 싸움, 행방불명되었던 아빠를 찾기 위한 나찬의 모험이 주요 이야기이다.


건담의 추억


우리집에는 큰 녀석이 20년전부터 만들어 왔던 건담이 있다. 초등학교 때 큰 녀석이 좋아해서 수십개는 만들었던 것 같다. 우리 세대는 건담에 대한 향수가 있다. 그런데 이 건담이 요즘도 마트에서 팔리고 있다. 요즘 터닝메카드를 사려고 마트에서 줄서기를 하여 산다고 하는데 이렇게 장난감을 사기 위한 줄서기는 이 건담이 시초일 것이다. 건담을 만드는 일본 반다이는 건담을 판매하면서 로봇장난감의 품질을 높이고 공급량 조절을 하여 마트 줄세우기를 시작하였다. 


요즈음 아이들은 터닝메카드처럼 완성된 로봇을 자동차로 변신시키기는 놀이는 많이 하지만 건담처럼 프라모델로 로봇을 조립하는 놀이는 잘 할 기회가 적어진 것 같다. 프라모델은 플라스틱(Plastic)과 모델(Model)의 합성어로서 수작업을 통해 스스로 조립하며 완성해나가는 모델을 말한다. 프라모델은 플라스틱 틀에서 조심스레 부품을 떼어 조립하는 것으로 레고와는 또 다른 정밀성이 요구된다. 큰 녀석이 자랄 때는 약간 저렴한 아카데미 과학에서 나온 건담을 사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는 건담을 완성 하고 나서 내게 보여 주며 자랑을 많이 하였는데, 그 때 만들었던 건담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요즘에도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반다이샵을 볼 수 있다. 요즘도 건담을 파는데, 가격은 열배 이상 높아졌고 크기는 그때보다는 훨씬 작다. 대신 정밀함과 메카닉 구조는 많이 발전하였다. 자잘한 부품들도 많다. 건담을 아빠와 같이 조립한다면, 옛 추억을 아이와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03689669_P_0.JPG » 기동전사 건담.


건담은 1979년 최초로 등장해 기존의 로봇 애니메이션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기존의 로봇 애니메이션들이 악과 싸우는 히어로의 이야기였다면, 건담은 쌍방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충돌하며 일어나는 갈등을 묘사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더구나 건담은 모빌 슈트(mobil suit)로 불리는 로봇을 하나의 병기로 취급하였다는 점에서 차별을 가지고 있었다. 프라모델은 이러한 리얼 로봇을 섬세하게 묘사하였고, ‘건프라(건담 프라모델)’라 칭하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구의 환경과 인구 문제로 인류가 우주로 이주하기 위해 달과 지구 사이에 인공 거주지 스페이스 콜로니를 건설하게 되는데, 이 때 인간의 능력을 10배 이상 발휘할 수 있는 작업복이 모빌 수트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었고, 이것이 나중 병기화된 것이 건담이다.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기동전사 건담‘은 복잡한 세계관과 과학적 근거가 반영된 각종 설정들, 정치적인 갈등과 전쟁으로부터 빚어지는 소재 등으로 인하여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폭발적인 지지를 얻어 흥행에 성공한다.


손놀림은 단순한 소근육 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구의 고정, 눈과 손의 협응 등이 이루어져야 하고 청각, 시각, 촉각 등의 감각과도 상호작용을 하여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외부를 탐색하며 그것에 적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된다. 프라모델로 건담을 만드는 놀이도 소근육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놀이인데 공간감각을 향상시킬 수 있고 수학적 문제해결력을 높일 수 있다. 문제해결은 새로운 학습을 하는 데 길을 열어주는 구실을 한다. 새로운 신경회로를 촉진해 주는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소근육운동과 IQ


아이들은 손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손가락을 움직일 때 두뇌를 더 많이 사용한다. 손의 움직임은 대뇌피질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하위뇌의 사용이 많다. 그러나 손가락의 움직임은 하위뇌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상위뇌인 두뇌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이루어지는 대뇌피질의 활성화를 가져와 IQ 높은 아이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손가락에서 비롯된 촉각은 뉴런의 분포가 촘촘하기 때문에 입체감이나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다. 


그런 점에서 손의 움직임보다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전뇌를 발달시키기 위하여 양손놀이를 강조하는 교육이 관심을 받고 있다. 프라모델을 이용한 건담 조립은 손가락을 극단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미 조립되어 만들어진 터닝카를 메카니멀로 변신시키는 조작과는 비교가 안된다. 터닝메카드는 소근육운동을 발달시키는 장난감이 아니라 슈팅 게임을 하는 놀이적 요소가 강하다. 또 이미 완성된 로봇을 변형시키고 활용한다는 점에서 양손놀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양뇌발달을 촉진시키는 프라모델을 이용한 로봇조립과는 효과가 다르다.


물론 두뇌 발달은 양손놀이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신체자극과 신체놀이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뇌에 자극을 주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굳이 양손놀이가 두뇌를 발달시킨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극으로 우뇌가 발달하면 좌뇌도 자연스럽게 발달하면서 전뇌가 골고루 발달하여 창의력과 사고력을 발달시킨다고 생각하여야 한다. 건프라의 조립은 양손으로 하여야 할 뿐 아니라 시공간감각, 설계도에 맞추어 세밀한 것을 조립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우뇌뿐만 아니라 좌뇌를 자극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회화, 조각 등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담당하는 우뇌와 수학, 과학, 의학, 건축 등의 분석력과 논리력을 담당하는 좌뇌가 모두 발달한 예술가이다. 다빈치처럼 아이를 좌뇌와 우뇌가 고르게 발달되도록 기르는 것이 부모의 바람이다. 세밀한 로봇조립과 같은 손놀림 놀이를 통하여 좌뇌와 우뇌 모두 발달시킬 수 있다. 더구나 조립을 할 때 손가락의 움직임은 눈의 협응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시각의 뇌인 후두엽이나 공간지각의 뇌인 두정엽과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운동중추뿐만 아니라 후두엽, 두정엽, 전두엽의 협조가 필요한 뇌의 오케스트라와 같은 작업이다.


손을 관장하는 부분은 대뇌피질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인체 각 부위의 기능을 관장하는 운동중추 면적의 30%가 손에 해당한다. 대뇌피질의 크기는 운동의 정밀도와 복잡성에 따라 정해지므로 손놀림이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한 정보처리를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 손놀림은 손가락 끝의 협응운동으로써 나무블럭, 작은 공, 구슬과 병 등을 사용하여 평가할 수 있다. 아이가 자기 연령에 맞는 손놀림을 하면 정신지체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손놀림이 빠른 아이의 IQ는 비교적 높다.


예를 들어 24개월 된 아이가 언어 발달이 늦는 경우, 이 아기가 8개의 블럭을 쌓아올릴 수 있고 주의집중을 잘 한다면 이 아이는 정신지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조립을 하는 것은 감각연합영역의 뇌를 발달시켜 연상력과 협응력이 증가한다. 손놀림은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손놀림이 기억해내기 힘든 단어를 상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손을 움직이지 않도록 막대를 꼭 잡고 있는 사람에게 단어를 찾도록 하는 퀴즈를 내면,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을 때보다 정답을 많이 틀리고 답을 하는 시간도 더 걸린다고 한다. 또한 여섯 달 동안 피아노 레슨을 받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그림조각 짜 맞추기 능력이 34% 향상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사고력이 높아진 것이다. 로봇을 조립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결합시키는 손놀림 놀이는 생산적 사고를 하는데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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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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