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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메카드가 뭐라고” 요지경 풍경들

양선아 2015. 12. 31
조회수 13868 추천수 0

터닝카드만들기.jpg » 티닝메카드 카드 만들기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사진.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이어 변신로봇 장난감 터닝메카드 새 제품이 계속 출시되고 갈수록 관련 상품이 다양화되면서 부모들의 한숨도 깊어만 간다. 현재 터닝메카드 관련 제품의 종류는 70여가지가 넘는다. 그런데도 장난감 품귀 현상이 심해 제품을 사려면 여전히 대형마트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겨우 구입하거나 중고 시장에서 두세 배에 이르는 웃돈을 주고 구입해야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터닝메카드 자석 카드를 직접 집에서 제작하고 터닝메카드 관련 캐릭터를 인쇄해 색칠북이나 가면을 만드는 부모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카드 제작법이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퍼지면서 아이들의 입길에 오르고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카드를 제작해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터닝메카드의 열풍 속에 부모와 아이들이 겪는 웃지못할 ‘요지경 풍경’들을 모아봤다.  
 
■ 손수 카드 제작까지 나선 부모들

 

터닝.jpg » 티닝메카드 변신하기.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사진.서울 용산구에 사는 고아무개(40)씨는 최근 8살 아들의 성화에 터닝메카드 카드 제작에 나섰다. 아들이 터닝메카드 카드를 잃어버린 뒤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사고 싶어도 따로 살 수 없자 카드를 직접 만들고싶다고 했다. 유튜브에는 터닝메카드 카드 제작법 영상이 올라와있고, 인터넷에도 ‘엄마표 터닝메카드 카드 만들기’ ‘아빠표 터닝메카드 카드 만들기’ 등의 글들이 많이 올라와있다. 고씨의 아들은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 엄마에게 보여주며 함께 만들자고 요구했다. 고씨는 “인화지를 사서 아들이 원하는 카드 이미지를 저장하고 편집해 철심을 넣고 코팅을 해서 만들어줬다”며 “터닝메카드때문에 부모들이 이만저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씨는 최근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터넷에서 터닝메카드 제품을 사면서 웃돈을 두 배나 넘게 주고 산 것때문에 속이 상했다. 고씨는 “장난감 회사의 마케팅이 갈수록 더 교묘해진다”며 “만화를 만들고 장난감을 만들고 유튜브로 개인이 제작한 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만들어서 새제품을 홍보한다”고 말했다.


카드 제작 이외에도 터닝메카드 관련 캐릭터를 인쇄해 색칠북을 만들어 유아들에게 제공하는 부모들도 많고, 플레이도우로 터닝메카드 캐릭터를 만들거나 가면을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 제품 수리센터 방문 줄도 길게 늘어서 
 
터닝메카드에 푹 빠진 6살 아들을 키우는 김아무개(40·서울 양평동)씨도 최근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들에게 사준 터닝메카드 로봇때문에 고생을 했다. 손바닥만한 미니카를 자석 카드 위에 굴리면 로봇이 툭 튀어나오는 터닝메카드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로봇은 내구성이 약해 잘 부러지는 편이다. 김씨가 제품을 제조사의 수리 센터에 택배로 보내려고 문의했더니, 제조사는 교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답했다. 대신 방문을 하면 바로 고칠 수 있다고 해 김씨는 방문 수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장난감의 유행 주기는 짧아지고 새 제품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제품 수리기간이 워낙 길다보니, 부모들은 직접 수리 센터를 방문하는 쪽을 택한다. 김씨는 평일 별도의 시간을 내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손오공 소비자 상담실을 방문했더니 대기자만 대략 200명이 넘었다.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30분 넘게 걸렸다. 김씨는 “수리 센터에 접수증을 받고 나서도 40분 넘게 기다려 제품을 교환할 수 있어 짜증이 났다”며 “길게 줄을 서서 장난감 수리를 하러 온 부모들을 보며 터닝메카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 아이들 대화 주 소재도 터닝메카드
 
4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을 둔 정재욱(48·경기도 용인시)씨는 최근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몰래 엿듣고 기가 막혔다. 아이들끼리 어떻게 하면 부모에게 터닝메카드를 더 사달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서로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에 따르면, 아빠가 마트에 갈 때 반드시 따라가서 장난감 가게에서 안나오고, 다른 아이들은 몇 개 가지고 있는지 계속 얘기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라고 한단다. 정씨는 “아이들에게 들으니 나이 많은 부모의 외동 아들이 가장 터닝메카드를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며 “아이에게 약한 부모의 마음까지 이용하도록 하는 터닝메카드때문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씨는 8살 아들이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회사까지 쉬어가며 대형마트에 3시간 줄을 서서 구입한 경험도 있고, 완구점을 운영하는 아는 분에게 식사 대접까지 하며 아들이 원하는 모델 4종을 구한 적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씨는 “장난감 회사가 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라며 “제조사가 이같은 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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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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