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아들아, 큰 일 했다"

권오진 201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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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19 한겨례.png » 삽화 권규리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4년.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큰 일 했다"고 칭찬을 하자 "뭘요"라고 답한다. 왜냐하면 아들보다 1살 어적은 조카가 아들이 다니는 사진학과에 수시모집에 응시해 합격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들이 1등 공신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수시 합격자 발표 당일, 아들은 핸드폰 밧데리가 없어서 전화 사용을 못하다가 밧데리 교체를 하자마자 벨이 울렸다고 한다. 바로 동생이었다. 순간, 아들은 수시의 낙방을 확신하고 "괞찮아"라고 위로의 말을 전하자마자, 동생이 "형, 나 붙었어"라고 말했다. 누구도 30대 1의 수시 경쟁률을 뚫고 합격 하리라고는 기대 하지 않았기에 모두가 놀랐고, 감동은 배가되었다.

 

조카는 3학년이 되면서 뒤늦게 사진학과에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그 전까지는 소방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자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처재와 동서는 내심 괞찮다고는 했지만 뒤늦은 진로 결정에 불안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5월에 아들을 처재의 스튜디오와 집에 특사로 파견했다.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것이지만 처재에게는 아들의 등장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조카와 아들은 형제처럼 친했다. 명절이 되면 초등학교 때부터 두 아이를 데리고 자주 당구장에 갔다. 조카는 이모부는 당구 정말 잘 치시네요라고 한다. 그래서 너의 아빠는 이모부보다 한 수 위다라는 말에 어께가 의쓱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년 말, 조카와 동서가 정동진에 놀러갔는데 저녁이 되자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동서가 아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냐고 했더니 당구를 치고 싶다고 하기에 강릉까지 차를 몰고 가서 당구를 치기도 했다. 어쨌든 순수사진을 고집하는 아들이지만 마땅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점과 처재 스튜디오에는 일할 사람은 있지만 조카를 마땅히 챙겨줄 사람이 없는 틈새임을 간파하고 아들을 거기에 주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 시켜주었다


 006.jpg아들에게 명분이란 절반은 스튜디어 일을 하고, 절반은 조카를 챙겨주라는 미션이기에 그다지 반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금요일, 토요일은 조카와 잠을 잤고, 일요일 밤이 되어서야 집에 왔다. 하루는 아들이 묻기를 아빠, 어떻게 해야 동생을 잘 도와줄 수 있죠?”라고 묻는다. 그래서 일단 동생을 가르치려고 들지 말라고 했으며, 그저 네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보여주고, 오히려 숙제가 있다면 조카에게 의견을 물어보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 했더니 조카도 사진에 대한 반응을 보이고 의견을 말하곤 했다고 한다.

  

6월부터는 조카의 포트폴리오 작업을 아들이 도와주었다. 여러 곳에 가서 함께 사진을 찍었고, 무엇보다 사회성이 뛰어난 아들이 여러 곳에 섭외를 담당했기에 그 과정이 수월했다. 심지어 마장동 축산코너에 가서 소머리를 머리에 쓰고 찍은 사진도 있다. 방학 때, 아들의 사진학과에서 고3학생을 위한 캠프를 열었고, 조카도 참가를 했다. 그런데 아들은 아빠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냉큼 거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정 했다. 그 것은 바로 동생이 그 캠프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들은 작년에 정시에 합격 했지만 그 캠프의 존재 여부조차 알지 못했다. 조카는 아들의 방에서 하루를 묵기도 했으며 아들은 옆 방의 과 친구들과 선배를 소개 시켜 주기도 했다. 3일 동안 일 한 후에 아들이 너무 힘이 들어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동생을 위하는 마음 씀씀이가 좋아보였다.


004.jpg10
월 말, 드디어 조카의 수시 시험이 다가왔다. 시험은 3일 동안인데 아들은 또 수시모집 3일 동안 학교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동생을 위하여 당연히 신청을 한 것이다. 아들의 성품을 보건데 만사를 제쳐 두고 신청한 듯 하다. 그리고 시험 전 날, 동서와 조카는 아들의 하숙집에 왔다. 그리고 거기서 이틀을 지냈다. 밤이 되자 조카는 아들에게 , 시험관이 물어보는 것처럼 물어봐줘라고 청했고, 아들은 이 사진은 어떻게 찍었습니까?”라고 물었지만, 조카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날, 여러 가지 질문을 했지만 익숙하지 않기에 시원하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답을 하는 요령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조카는 당일 실기 시험을 봤다. 주어진 수 십 가지의 사물을 대상으로 10분 동안 20컷을 찍는 것이었다. 그리고 면접도 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면접관이 아들과 똑 같은 질문을 하더란다.


그 후 조카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여름 캠프에서 입상을 하면 가산점을 주기에 가능성이 있었지만 입선도 하지 못했고, 또한 워낙 경쟁률이 높기에 합격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나 조카가 합격을 했다는 발표가 나자 학원의 친구들은 "너는 매일 잠만 자는 애가 어떻게 붙었니?"라는 행복한 비아냥을 듣기도 했단다. 동서는 합격을 했다는 말에 아들에게 수고했다는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리고 보너스로 아들과 동생에게 일본 여행을 시켜주겠다고도 약속 했다. 아들은 최근 방학이 되면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짜면서 고민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이 되었다. 나도 그 다음 날 동서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한다고 말을 전했다. 그러자 동서는 "다 기범이 덕분이죠"라고 한다. 또한 조카는 아들과 함께 하숙 하기로 결정 했다고 한다. 아들에 대한 동서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친구와 선생님은 물론 가족 조차 이구동성으로 합격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합격이었다. , 과연 이런 현상이 어떻게 벌어지는 것일까? 바로 성장과정에서 환경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조카는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다. 그러므로 사진관에서 놀면서 자랐기에, 그 곳은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익숙한 공간이었다. 더구나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아빠 밑에서 아르바이트도 했고,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자신이 키우는 개의 훈련비로 지불하기도 했다.렇게 주변환경을 통하여 사진학을 공부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005.jpg기서 나오는 것이 바로 기세이다. 조카의 DNA 속에는 이미 사진이 각인되어 있었다. 집 마당에서 키우는 키가 작은 '발발이'라도 그 앞에 사나운 불독이 지나가면 있는 힘을 다해서 짖는다. 바로 여기는 나의 구역이라는 기세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친구와 같이 친한 1살 많은 형의 영향도 있었다. 부모에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나 마음이 흔들릴 때 형이 물심양면으로 힘이 되었다. 그리고 아들은 지난 9월에 학교의 사진기자가 되었고, 합격이 되자 그 곳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로 결정을 했다.


조카가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 후, 아들은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이모부네 스튜디오에 갔다. 거기에는 마침 동생이 있었다. 그리고 한 걸음에 다가와서 손을 잡고 말하다.


", 너무 고마웠어!"


* 삽화 권규리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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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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