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당신의 설은 행복합니까

권오진 2016. 02. 04
조회수 6581 추천수 1

151117 베이비트리.png » 권규리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지난해 추석 10일전, 아내에게 이번 추석에서 가장 힘이 드는 일 한 가지를 도와줄께라고 말했더니 거실 바닥 청소를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4일 전 청소를 시작했다. 먼저 걸레 5개를 준비한 후, 바닥에 앉아서 걸레를 힘껏 잡고 꼼꼼하게 닦기 시작했다. 10분이 지나면서 왜 아내가 이 청소를 해달라고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청소를 하는 자세를 보면 바닥에 앉았기에 불편했고, 걸레는 꽉 잡아야 했으며, 앉은 상태로 이동을 했고, 동일한 동작을 반복해야만 했다. 따라서 팔의 강력한 근력과 근지구력은 물론이요, 지루함을 이기려면 부처의 인내심이 필요했다. 또한 나무 마루 바닥을 자세히 보니 검은 점과 같은 미세한 이물질도 발견되어 눈에 거슬렸다. 1시간 정도 닦고 나니 서서히 에너지가 고갈되기 시작하면서 등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평의 바닥을 닦는데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 마지막에는 군대의 실력을 발휘하여 이물질은 치약을 발라서 일일이 제거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청소가 완료되었음을 알리자 이내 살펴보고는 청소가 잘 되었다고 칭찬한다. 청소 후, 몸에서 기운이 방전되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날 저녁은 물론 다음 날까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바닥 청소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명절때 많은 일을 해야하는 아내들에게는 명절은 전쟁과 다름 없을 것이다. 당신에게 이번 명절이 행복했습니까 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까? 남편들은 yes 라고 대답을 할 수도 있지만 많은 아내들은 명절이 아니라 홍역을 치렀다고 말할 것이다


 002.jpg아내들에게 명절이란 단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명절이 지나면 이혼이 증가하는 명절 증후군을 유발한다. 그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자.

 

1) 아내가 갑자기 많은 일을 하거나 또는 무거운 짐을 들게 된다. 그러므로 평소에 쓰지 않던 이두박근, 삼각근 등의 근육을 사용하게 됨으로서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아내 역시 설이나 추석을 준비하면서부터 어께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리고 명절이 지나면 더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다닌다. 갑자기 시장을 여러 번 다니고, 무거운 것을 들고 많은 요리를 준비하면서 병이 나게 마련이다.

 

2) 시대의 흐름에 대하여 변화하지 못했다. 출산의 변화에 알아보면 80년대에는 둘만 낳자고 했다가, 90년대에는 하나만 낳자고 했다. 그러다가 2010년부터 출산율이 1.19를 기록하면서 아이를 많이 낳자고 정부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명절 문화는 농업사회에서 IT 사회로 변했지만 한 세대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것이 없다. 우리는 변화라는 말을 하면 IT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가족문화의 변화 역시 같은 속도로 변해왔다. 사회, 환경, 가족의 변화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그동안 전통적인 명절 문화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었다. 그 결과 아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다.

 

3) 아직도 가부장적인 남편들이 많다. 일을 하는 것은 아내들이요, 남편들은 먹고, 마시고, 고스톱을 치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남편들도 있다. 이제 그런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지금은 농업사회도 아니며 전업주부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맞벌이 부부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이젠, 명절이란 부부가 함께 생각하고, 준비해야만 한다.

 

4) 장거리 여행에 따른 피로 증후군이다. 샐러리맨 사위가 농사꾼 장인을 도와주려고 밭에 나가서 삽질을 했지만 30번 정도를 하면 그만 에너지가 방전되고 만다. 그 이유는 꾀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갑자기 사용함으로서 무릅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금방 고갈되기 때문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2~3시간 정도의 여행은 행복할 수 있지만 2시간 거리를 4~5시간에 가게 되면 마찬가지로 에너지가 급격히 고갈되고 빠르게 피로감이 몰려온다. ‘과꽃의 노랫말을 보면 시집간 지 어언 3년 소식도 없이라는 말이 있다. 50~60년대에는 시집을 가도 친정에 오기가 쉽지 않았지만 요즘은 명절이 되면 친가와 처가를 모두 방문해야 한다는 무언의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그 만큼 동선이 길어졌고, 여행에 따른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

 

5) 사람에 대한 피로도이다. 사람에게서 사람이란 가장 소중한 존재이지만 또한 가장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과는 항상 오랫동안 있어도 행복하지만 싫어하는 사람과는 동일한 공간에 함께 있으며 무의식적으로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명절이 되면 많은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면서 선물, 체면치례 등을 하면서 피곤함은 배가 된다. 또한 학생들은 공부, 그리고 20대는 취업이나 결혼에 대한 무언의 강요나 압박으로 인하여 괴로운 명절이 되기도 한다. 아내들 역시 맞벌이로 인하여 평소에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도착을 하기에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기에 사람을 만나는 자체가 더욱 괴롭기만하다.

 

6) 경제적인 부담감이다. 명절이 되면 친가와 처가, 그리고 조카들에게 선물을 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늘 수입은 한정적인데 지출할 곳이 급증한다. 결국 적자의 가계경제를 감수해야 한다. 이는 심리적인 압박이 가중되며, 피로감으로 더욱 몰려온다. 

 003.jpg, 명절이 되면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무엇보다도 이젠 시대에 맞는 명절 문화가 필요하다


1)제사 음식을 절반으로 줄이자. 제사는 전통적인 농업사회를 기반으로 한 유교의 전통 문화이다. 제사란 조상에 대한 음덕을 기리는 후손들의 예의란 의미이기에 음식을 줄이면 일손이 절약된다

2)음식만들기는 가구별로 준비하는 대안도 생각해보자. 그러면 경우에 따라서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3)남편과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 추석에는 송편, 설날에는 만두를 만드는 일은 가족이 함께 만들자. 만들기 놀이는 손을 사용함으로서 창의성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중고생이라면 설거지나 집안 대청소를 함께 할 수 있다

4)부부가 1달 전에 명절 프로젝트를 가동하자. 사전에 행복한 명절 보내기 프로젝트를 함께 궁리해보자. 명절이 지나면 황혼이혼이나 부부싸움이 많아진다고 한다. 이는 명절 자체에 구조적인 모순과 다양한 문제가 내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발생한다. 명절이 되기 전에 친가, 처가의 방문에 대한 약속을 확정한다. 그리고 집안 일과 명절 음식 준비에 대한 분담에 대한 계획을 작성한다. 마지막으로 설거지는 남편들이 전담한다. 추가적으로 명절에 빌미로 가족끼리 고스톱을 하지 말자. 처음에는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하지만 돈을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또한 이것은 아이들에게 노름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를 해는 꼴이 된다. 고스톱은 명절에 하는 특권이 아니라 명절을 망칠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명절이 지나면서 아내가 어께가 아프다고 하니 마음 한 켠이 항상 짠하다. 그래서 사전에 힘이 드는 몇 가지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내를 많이 도와주지 못한 듯하다. 어찌 보면 명절이란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발목지뢰일 수도 있다. 만일, 그곳에서 지뢰를 밟아서 한 사람의 발목이 절단된다면 그를 부축하기 위하여 2명의 병사가 필요하다. 명절 역시, 그 후유증으로 누구의 아내가 병이 나서 방에 눕는다면 어느 가정이나 초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명절로 인하여 부부가 이혼을 했다면 이는 자살 폭탄 테러와도 같다.


우리는 왜 결혼, 생일, 명절을 멋지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이면에는 가족간의 결속력을 높이고, 더 많은 행복을 누리기 위함이다. 그런데 역시 세상살이는 과유불급이다. 넘치는 것이 부족함에 비하여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전통적이란 의미를 살펴보면 후손들이 무조건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가족 문화가 급격히 변화했다. 이미 대가족이 붕괴되었고, 맞벌이 부부가 일상적이며,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으로 인하여 취업이나 결혼이 더욱 힘들어졌으며 가처분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새 술은 새 그릇에 담아야 하듯이, 이제 시대에 맞는 전통 문화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미래지향적인 자세와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마음으로 준비를 한다면,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불행한 명절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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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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