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질별 육아(4)] 소심한 아이편

박진균 2011. 12. 18
조회수 12659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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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아동 기질의 6가지 요소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위험회피 경향’, ‘활동성’, ‘부정적 반응성’, ‘집중력’, ‘사회적 민감성’, ‘감각적 민감성’ 이렇게 6가지이지요. 이 6가지 요소들은 개별 아동에게서 어느 요소는 높게, 어느 요소는 낮게 나오는 등 복잡한 조합으로 아동의 기질을 형성해간다. 이 중에서 오늘은 ‘위험회피 경향’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미국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제롬 케이건(Jerome Kagan)은 그의 책 ‘성격의 발견’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케이건은 당시 1950년대 미국의 주류 발달심리학계의 담론대로 아동의 성격은 부모의 양육에 의해서 형성되고 결정되어진다고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케이건의 어머니는 의견이 전혀 달랐다. 오랜 경험으로 케이건의 어머니는 “아이는 타고난 성격대로 커가는 것이지, 부모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아들에게 자주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후에 케이건은 기질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동 기질을 연구하여 이 분야의 대가가 되었으며, 어머니의 경험적 진리를 그제서야 깨달았다고 뒤늦게 말했다.

 

제롬 케이건이 아동 기질 중에서 유일하게 과학적으로 검증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위험회피 경향’이다. 즉, 아이들은 타고나게 낯선 상황이나,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억제되는 아이들(inhibited child)’과, 한편 낯선 상황이나 사람들을 만나도 ‘억제되지 않는 아이들(uninhibited child)’로 나뉜다는 것이다. 억제되는 아이들은 ‘위험회피 경향’이 높은 아이들이며, 억제되지 않는 아이들은 ‘위험회피 경향’이 낮은 아이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질 연구자들은 이렇게 ‘위험회피 경향’이 높은 아이들, 소위 ‘소심한 아이들’이 대략 전체 아동의 15-20%를 차지한다고 본다. 비정상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높은 비율이며, 이 같이 높은 비율은 다른 많은 생물종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된다고 한다(개, 고양이, 쥐, 심지어 사자에게서도 소심한 기질의 개체를 비슷한 비율로 발견할 수 있다). 이같이 적잖은 비율의 존재는 ‘소심한 아이들’에게 진화론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위험회피 경향’이 높은 아이들은 ‘내향적’인 아이들인가? 일레인 아론(Elaine N. Aron)의 주장에 의하면, 70%는 내향적이지만 30%는 외향적이라고 한다. ‘위험회피 경향’이 높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불안장애나 우울증이 잘 생기는가? 그럴 확률이 일반인보다는 높지만, 그에 버금가는 많은 성격적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모든 기질의 요소에는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즉, ‘위험회피 경향’이 높은 아이들은 낯선 상황에서 위축되고 숨기 때문에 사교성이 부족하다거나, 새로운 환경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낯선 상황에 무턱대고 뛰어들어서 다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반대로 ‘위험회피 경향’이 낮은 아이들은 대범하기 때문에 낯선 상황을 즐기고 활발하게 사람들을 만나겠지만, 위험한 사고를 당하거나 위험한 사람에게 혼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아이가 두 돌 무렵이면 엄마들은, 아이가 낯선 상황에서 위축되는 아이인지, 위축되지 않고 뛰쳐나가는 아이인지 벌써 알아차리게 된다. 물론 당시의 행동이 ‘위험회피 경향’의 기질 요소 이외에도 ‘활동성’이나 ‘집중력’ 등의 요소에 영향을 더 받을 수도 있다. 자 이제, 우리 아이가 ‘위험 회피 경향’이 높은지 낮은지 몇 가지 질문에 답해보자!

 

1. 모르는 애라 하더라도 아이는 또래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간다. (그렇다, 아니다)
2. 낯선 어른들에 대해 아이는 수줍어한다. (그렇다, 아니다)
3. 남의 집에 처음 가면, 아이는 다소 불편해 한다. (그렇다, 아니다)

 

1번 질문에 ‘아니다’로 대답하고, 2, 3번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대답한 아이들은 ‘위험회피 경향’이 높은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위의 예와 정반대의 대답을 하게 되는 아이는 ‘위험회피 경향’이 낮은 아이일 것이다. 우리 집의 큰 딸은 전자의 경우이고, 둘째 딸은 후자의 경우이다. 5살이나 어린 둘째가 우리 가족 중에서 가장 ‘겁이 없다!’ 지금 7살로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우리 둘째는 놀이터에 가면 아무하고나 잘 어울린다. 심지어, 생판 처음 보는 아이의 엄마하고 친해져서는 1시간도 함께 놀곤 한다. 다소 소심한 우리 부부는 그런 둘째를 보며, ‘누구 씨를 받아서 저리 겁이 없나?’ 하며 재미있어 하곤 한다.

 

키워보면 일단 ‘위험회피 경향’이 높은 아이, 즉 겁이 많은 아이들이 키우기가 까다롭고 어렵다. 어려서부터 예민해서 밤에 잘 깨서 자지러지게 울고, 사소한 자극에도 크게 불쾌감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이런 축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을 키우며 힘든 상황들과 부모들이 알아야 할 ‘기질별 육아’의 팁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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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기질별 육아혁명>의 저자.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의료원에서 정신과 전공의 과정과 소아정초년정신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 등을 역임하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만났고,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아동의 기질’ 택하게 되면서 책을 집필하는 등 ‘기질’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다. 기질이 너무나도 다른 두 딸의 아버지로서, ‘기질에 적합한 양육’, ‘기질별 육아’를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2008년부터 소아청소년 상담클리닉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이메일 : jinjin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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