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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 장난감이야? 책인 듯, 책 아닌, 책과 같은 놀이책

양선아 2015. 11. 10
조회수 6903 추천수 0
1447067569_00543737601_20151110.JPG » 두 어린이가 스티커책에 그려진 그림에 스티커를 붙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주영씨 제공
만지고, 오리고, 붙이고, 누르고, 색칠하고, 맞추고…. 책인 듯, 책이 아닌, 책과 같은 놀이책.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갖고 있는 놀이책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이들의 놀이책 사랑이 꼭 달갑지만은 않다. 아이가 흥미를 보여 놀이책을 사줬다가 금방 싫증 내는 경우도 있고, 놀이책이 그림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갈수록 놀이책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놀이책을 선택하고 활용할 때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전체 영유아 도서의 절반

만지고, 오리고, 붙이고

누르고, 색칠하고, 맞추고…

 

영유아 때 책은

보고 듣고 냄새 맡는 장난감

그림책 고르듯 꼼꼼히

 

교육적 효과에만 집착도 말고

고정된 놀이방식 되지도 않도록

아이와 눈높이 대화 중요

 

다채로워지는 놀이책 시장

 

교보문고의 지난달 영유아 도서의 분야별 판매 권수 현황을 살펴보면, 영유아 놀이책은 전체 영유아 도서 판매 권수의 50.4%를 차지했다. 그림책을 포함한 유아 교양서 판매 비중이 전체 영유아 도서의 11.5%에 그친 것에 견주면, 영유아 부모들이 그만큼 놀이책을 많이 구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그림책·동화책만 만들던 출판사가 놀이책 분야에 새롭게 진출하는 등 놀이책 시장도 치열해지고 있다. 영국 1위 출판사이며 놀이책의 강자인 어스본이 국내 어린이책 출판사인 비룡소와 손을 잡고 최근 국내 놀이책 시장에 진출했다. 박상희 비룡소 대표는 “디자인, 색감, 콘텐츠 측면에서 어스본의 놀이책은 탁월하다”며 “국내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스본코리아 쪽은 무지개색 스탬프가 책에 달려 있고 손도장을 찍어 그림을 완성하는 놀이책이 출간된 지 한달 만에 1300부 팔렸다고 6일 밝혔다. 그림책 한권이 3000부 팔리려면 1~2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자들의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기존에 놀이책 분야의 강자인 삼성출판사나 애플비 같은 출판사들도 어스본의 국내 진출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선영 애플비 편집부장은 “국외에서 인기를 끈 놀이책이라도 국내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국내 독자들이 어스본 놀이책을 어떻게 볼지, 어스본의 진출로 놀이책 시장이 더 커질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비 쪽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안전한 소재, 뚜렷한 색감 등을 중시해 고품질의 놀이책으로 승부를 건다는 입장이다. 또 국내 유치원·어린이집 교육 과정을 연구해 놀이책에 반영하거나 전통 육아법을 놀이책에 적용하는 등 부모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출판사는 외국 화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림과 디자인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습서를 주로 만드는 미래엔에서는 학습책이지만 놀이를 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학책이지만 입체 도형을 조립하고, 돌림판을 돌리며 분수를 배우는 3차원 수학책이 그 예다.

놀이책.jpg » 입체북으로 놀고 있는 아이. 한겨레 자료사진.

 

놀이책, 활용법이 더 중요

전문가들은 놀이책들을 잘만 활용하면 오감이 발달하고 무엇이든 탐구하기 좋아하는 영유아 시기의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책이 지루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는 또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줄 수 있다.

한미화 어린이책 도서평론가는 “영유아 시기의 아이들에게 책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온몸으로 느끼는 일종의 장난감”이라며 “그림책이든 놀이책이든 부모와 아이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에는 각종 교구들을 포함한 놀이책이 전집 형태로 나왔다면, 단행본 시장에서 다양한 놀이책이 나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놀이책을 살 때는 그림책을 사는 것만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림책은 유명 작가의 책을 선호하는 등 질을 따지는 반면, 놀이책은 그냥 장난감처럼 사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미화 도서평론가는 “그림이 너무 조잡하거나 현란하지 않은지,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건강한지, 아이의 관심사와 발달 단계에 맞는지 등 그림책 선택 기준을 놀이책에도 적용하라”고 말했다. 또 아이와 놀이책을 갖고 논 뒤 비슷한 주제의 그림책과 연계시켜 독서 지도를 하는 것도 좋은 활용법이다. 건축 놀이책으로 아이와 함께 건축 모형을 만들어봤다면, 건축 관련 그림책을 보여주며 다양한 건축 세계를 아이가 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식이다.어린이 책읽기 운동을 꾸준하게 펼쳐온 문현주 어린이도서연구회 상담실장은 아이의 마음 상태나 발달 상태에는 무관심하면서 지나치게 놀이책의 교육적인 효과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놀이책 또한 아이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아이와 눈 맞추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종이책과 놀이책의 균형도 중요하다. 문 실장은 “놀이책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북돋우고 조형 감각 등을 키워주지만, 한편으로는 그것 또한 하나의 고정된 틀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들은 연필 하나와 종이 한장만 있어도 자유롭게 놀 수 있다. 그런데 고정된 틀에 익숙한 아이들은 도구 없이 자발적으로 놀기 힘들어하기도 한다. 놀이책이 또 하나의 고정된 놀이 방식이 되지 않도록 부모들의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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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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