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점심시간

직장맘 조회수 3279 추천수 0 2015.10.22 10:39:45

직장맘에게는 자기 시간이 정말 없는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애들 챙겨서 어린이집 보내고 출근하며 항상 지각하고, 저녁 때는 얼른 어린이집에서 애들 데려와서 먹이고 씻기고 재워야 하니까요. 그나마 제가 '힘들어 못하고, 귀찮아 안한다'는 설거지를 밤 12시 넘어 퇴근하는 남편이 늘 해 주고 밥도 안쳐 주고 하니 살아지는 것 같아요.

전문직에서, 보육환경 좋고 안정성 있는 직장으로 이직하고 아쉬움도 많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를 위해 쓰고 싶은 시간 들을 일단 모두 유보하고 있다는 것, 나이는 자꾸 먹어가는데 그런 건 영원히 누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오로지 점심시간, 그 시간만이 금쪽같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입니다. 어쨌든 회사에 있는 이상 점심시간은 쓸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 시간에 밥은 간단히 먹고 요일별로 영어스터디, 피아노레슨, 성가대활동 등을 꽉꽉 채워 넣습니다. 아침은 못 먹고, 저녁도 애들 챙겨주고 나면 진빠져서 애들 남긴 거나 좀 먹는데 점심도 간단히 먹는게 스스로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내가' 점심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를 살아있게 합니다. 물론, 여러가지를 하느라,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떨어뜨리지 않게 접시돌리기 하고 있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것조차 하지 않으면 내가 소중한 내 삶을 너무 허투루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아프다고 연락이 왔을 때, 점심시간에 애를 데리고 나와 소아과에 들렀다가 다시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 적도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직장맘이 평일에 소아과 가는 게 너무 힘듭니다. 주로 소아과가 6시반까지 진료를 한다고 하는데, 6시 10분이나 15분까지는 접수를 마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말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마음이 불안하고, 소아과는 가야겠는데 9시(혹은 9시30분)부터 6시(6시30분) 진료시간에 직장맘이 소아과에 애를 데리고 가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아침 진료시작시간을 조금 늦추고 저녁 때 7시까지라도 진료를 해 주시면 어떨까 이 글을 보고 계실 소아과 의사선생님들께 조심스럽게 부탁드려 봅니다.

사는 게 사람 만나는 것이고, 사람 만나는 게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일 텐데, 이 직장맘은 저녁약속을 잡기 힘듭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어려서 어린이집에 안 다닐 때는 입주시터 분을 두기도 했었는데, 아이들이 커서 하루종일 봐 주는 어린이집에 데리고 다니니 한편으로는 이렇게 저녁시간 및 그 외 저를 위한 시간을 조금도 내기 어려운 사정도 생겼습니다.

잠에서 깨어 다시 잠이 쉽게 오지 않았던 어젯밤, 오전에 짬을 내어 베이비트리에 글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무실과 어린이집, 집만 왔다갔다 하다보니, 이런 제 얘기 들어 줄 사람도 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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