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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2020년 수능부터 국정으로…단순 암기과목 될 판

베이비트리 2015. 10. 14
조회수 1497 추천수 0
13일 저녁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규탄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학생과 시민들이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3일 저녁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규탄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학생과 시민들이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집필기간 1년 남짓으로 짧아
본문위주 단순 정리 가능성
수능도 교과서 범위 안 출제
2017년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
학력고사처럼 달달 외우기 불가피

중복 피하려 지엽적 문제 출제
부교재 수업땐 갈등 재연될수도
점심시간을 앞둔 4교시, 아이들 눈에 졸음이 가득하다. 13일 서울 구로고의 1학년 <한국사> 시간, 김인기 교사는 교과서를 펼쳐들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공부할 내용은 아주 뜨거운 대목이란다. 잘 들어야 한다. 너희들마저 기억하지 못하면 망각돼버릴지도 모르는 이야기야.” 3·1운동 이후 펼쳐진 항일투쟁을 배우는 날이었다. 교육부가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행정예고한 다음날이기도 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1920년대 이후 항일투쟁사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아이들이 선생님은 보고만 있을 거냐는 표정으로 ‘우리도 시위하러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질문해올 때 교사로서 자괴감이 들고 부끄러웠다”고 김 교사는 말했다.

국정화 방침이 다음달 5일 확정 고시되면 지금의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17년 1학기부터 전국의 중·고교에서는 9종, 8종으로 나뉜 검정 교과서 대신 1종의 국정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된다. 2020년 수학능력시험 한국사 과목은 국정교과서에서만 문제가 출제된다.

역사 교사들은 무엇보다 ‘역사가 단순 암기과목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왕호 서울 대일고 교사는 “기존 검정 교과서는 사진자료, 탐구활동 자료 등이 풍부하다. 하지만 새 국정 교과서는 집필기간이 1년으로 상당히 짧은 데다 2003년 이전 국정 교과서를 참고해볼 때 본문 위주로 단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살아있는 역사수업이 교실에서 가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충분한 집필기간을 두고 원 사료를 찾아내며 짜임새를 만들지 못하면 ‘주입식 교과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이었던 한국사가 2017년부턴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것도 우려를 더한다. 절대평가(9등급)로 성적을 매기는데, 2020학년도부터는 국정 교과서의 범위 안에서만 문제가 출제된다. 조 교사는 “1종에서만 문제가 나오니까 겹치는 대목을 피하려면 지엽적인 문제가 출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수능이 과거 학력고사처럼 단순암기 문제로 변질될 우려가 크고 아이들은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상황에 놓일 것 같다”고 전했다.

교사들이 부교재를 만들어 수업을 꾸려가는 현재의 수업 방식을 유지한다면 학교 현장에서 국정 교과서의 경직성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검·인정 교과서 체제에서도 교사들은 각자 필요한 부교재를 만들어 수업해왔다. 서울 등 진보 성향의 전국 14개 시·도 교육감이 ‘대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 중이어서, 이를 부교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교재를 사용할 경우 국정 교과서와의 혼선을 피할 수 없다.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이상 국정 교과서를 외면할 수 없어서다. 서울 지역의 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는 “일부 학교에선 학부모나 관리자들이 국정 교과서 밖의 내용을 수업하는지 검열하고 색출하는 상황도 분명히 발생할 것이다. 학교가 갈등의 현장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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